제목 공주고보 국어교사 가루베의 백제유물 약탈 실체 글쓴이 신상구 날짜 2020.12.18 13:20

                                                                   공주고보 국어교사 가루베의 백제유물 약탈 실체

    1927년 공주고등 보통학교, 흔히 '공주고보'라고 불리는 지금 공주 고등학교에 가루베 지온(輕部慈恩)이라는 일본인 국어 교사가 부임했다. 일본인이지만 국어선생이면서도 백제 역사에 깊은 지식을 가지고 있었고 학생들에게도 인기가 높았다.
   그러나 그는 양의 탈을 쓴 늑대였다. 우선 그의 아버지가 일본에서 문화재를 전문으로 하는 골동품상을 경영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시사하는 바가 컸다.
   그는 공주에 부임하자 학교에 향토관을 만들고 방학 때는 유물 수집을 과제로 내게 했다. 학생들이 가져 온 유물 중에는 문화재적 가치가 있는 것이 많았는데 일부는 학교 향토관에 전시하면서 진짜 값어치 있는 것은 몰래 개인이 소장하거나 일본에 있는 아버지에게 보냈다는 것이다.
    한번은 가루베가 계룡산 갑사에 들렀다가 절에 있는 동종(銅鐘)에 눈이 번쩍 뜨였다. 그래서 그는 갑사의 스님과 교분을 쌓은 다음 학생들에게 보여 주고 싶다며 며칠만 빌려 줄 것을 요청했다. 스님은 가루베가 명문 고등학교 선생님이라 기꺼이 빌려 주었다. 그러나 그 후로 소식이 끊어졌고 가루베는 그 종을 자기 집에 보관하고 있음이 밝혀졌다. 그리고 갑사 측에서 몇 번 동종을 돌려 달라고 했으나 학생들이 분실했다는 등 이런 저런 핑계로 시간만 끌었다.
    그러자 갑사 스님은 공주 경찰서에 고발을 하기에 이르렀고 사태가 이렇게 확대되자 할 수 없이 가루베는 동종을 갑사에 반환했다는 것이다.
    이런 가루베에게 어느 날 공주에 사는 농부 한 사람이 찾아왔다. 공주 송산리에 있는 자기 밭에서 일을 하는 데 곡괭이로 땅을 파니까 밑에서 쿵쿵 울리는 소리가 난다며 제보를 한 것이다. 가루베는 순간적으로 이건 보통 일이 아니라는 직감으로 그 농부와 함께 현장으로 달려갔다.
    그는 이곳에서 많은 고분이 묻혀 있음을 감지하고 이 중요한 제보를 한 농부에게 돈 몇 푼을 주고 비밀을 지키도록 했다. 그리고는 법에 의해 신고를 해야 함에도 자기 혼자 발굴에 들어갔다.
    1933년 7월29일 마침내 그는 지금 사적 13호로 지정된 6호 고분의 배수구를 찾아냈다. 6호 고분은 이렇게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다. 역사에 '송산리 벽화고분'으로 명명될 만큼 벽돌로 무덤 내부를 쌓고, 천정과 벽에는 청룡, 백호, 해, 달 등 그림이 그려져 있어 우아하고 부드러운 백제의 미를 간직한 고분.
    그런데 그는 더 이상 혼자서 발굴을 못하고 조선 총독부 박물관에 보고를 했고 총독부 관계자들이 현지에 급파됐다. 하지만 총독부 관리들이 6호분에 와서 보고 놀란 것은 내부가 매우 깨끗했다는 것이다. 가루베는 "발굴해 보니 이렇게 깨끗했고 토기 같은 부장품만 몇 점 놓여 있었다"고 보고했지만 학계에서는 가루베가 공주에 오자마자 사냥개처럼 곳곳을 돌아다니며 고분 찾기에 미치다 시피 한 것을 보아 이미 불법 도굴을 하여 귀중품을 빼돌린 후 후환이 두려워 총독부에 보고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래서 우리 학계에서는 가루베를 가르켜 '천인공노할 유물 약탈자'라고 까지 비판을 가하고 있다. 사실 그가 이런 도굴만 하지 않았으면 그 무덤의 주인공이 어느 임금인지, 어느 왕비인지 밝혀졌을 것이고 엄청난 백제 유물이 문화재로서 빛을 보았을 것이라는 데는 누구도 이의가 없다.
    그는 대동여고(지금 대전여자고등학교) 교사로 전근을 갔다가 1943년부터 해방이 될 때 까지 강경상업고등학교 교장으로 근무하다 해방을 맞았다.
    해방이 되자 가루베는 '유물 도둑'의 본성을 드러냈다. 재빨리 간직했던 유물을 이삿짐으로 위장, 도망치듯 일본으로 달아난 것이다.
    공주 유지들이 강경상고에 달려가 교장실과 사택을 뒤졌지만 이미 그가 떠난 뒤였다.
    공주 유지들은 일본에 있는 맥아더 미군사령부에 가루베의 송환과 문화재 반환을 청구하는 등 지속적으로 운동을 전개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하였다.
    가루베는 공주에서 훔쳐간 백제 유물을 일본의 박물관과 대학에 기증하기도 하고 일부는 밀매를 하여 치부를 하면서 이 덕으로 일본 니혼대 교수까지 하다 1970년 세상을 떠났다. 참으로 원통한 일이다.
                                                                                         <참고문헌>
   1. 변평섭, "교사의 탈을 쓴 도둑에게 빼앗긴 ‘백제 유물’", 충청투데이, 2020.12.18일자. 9면.
   



시청자 게시판

2,143개(35/108페이지)
시청자 게시판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공지 <시청자 게시판> 운영원칙을 알려드립니다. 박한 47271 2018.04.12
1462 《징심록》<부도지>와 박제상 사진 신상구 1236 2021.01.28
1461 한국선도의 역사적 의미와 한국선도 유적지 답사 신상구 741 2021.01.28
1460 <부도지>의 저자인 박제상의 한국선도 사상 신상구 651 2021.01.28
1459 대한제국 망국직전 훈장 남발 전말기 사진 신상구 1053 2021.01.27
1458 아픈 역사 되풀이 하지 말자 신상구 712 2021.01.27
1457 둑방의 시인 한성기의 삶과 문학세계 사진 신상구 1229 2021.01.26
1456 의열단장 김원봉의 항일무장투쟁과 잊힌 여성 무장투쟁의 뿌리 사진 신상구 1017 2021.01.25
1455 한민족 최고 경전 '천부경' 삼원조화의 홍익철학 사진 신상구 758 2021.01.25
1454 기미년 4얼 1일 아우내장터 독립만세운동을 주도한 조인원 선생 신상구 761 2021.01.24
1453 청주고 동문들이 포암 이백하 선생을 다 알고 존경하는 이유 신상구 802 2021.01.23
1452 남포벼루의 장인 충청남도 무형문화재 제6호 김진한 옹 사진 신상구 1490 2021.01.23
1451 운초 계연수 선생은 실존인물이다 신상구 1599 2021.01.22
1450 1909년 일본군의 남한폭도대토벌 작전 사진 신상구 1199 2021.01.20
1449 판소리는 독창적인 한국 음악 신상구 870 2021.01.19
1448 국학박사 신상구, TV조선 박경진 작가와의 말모이 관련 인터뷰 성공적으 신상구 1135 2021.01.19
1447 한국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전설 최부잣집 사진 신상구 1078 2021.01.19
1446 포수 의병장 김백선의 허무하고 억울한 죽음 사진 신상구 1286 2021.01.08
1445 충남역사문화연구원 예산·서천·부여서 숨은 독립운동가 346명 찾았다 사진 신상구 1297 2021.01.07
1444 세월호 사건의 재조명 사진 신상구 847 2021.01.05
1443 대한민국이 노벨 과학상을 수상하려면 신상구 785 2021.0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