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부여 궁남지 연꽃향연 글쓴이 localhi 날짜 2012.07.16 23:58
                         부여 궁남지 연꽃향연

 

                              충청문화역사연구소 소장(천안중 교사, 국학박사?시인) 신상구

 

                            1. 화조도로 유명한 오원 장승업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상에는 황량한 모래로 덮여 있는 사막과 얼음으로 꽁꽁 얼어붙은 양극(북극과 남극)을 제외하고 어디를 가나 온갖 꽃들이 만발하여 아름다운 풍경을 자아낸다. 나는 들과 산에 지천으로 피어있는 야생화도 아름다워 좋아하고 가정이나 화원에서 가꾸는 꽃도 아름다워 좋아한다. 특히 나는 여름철 내내 주변의 단독주택과 아파트 담장을 온통 불게 물들이며 활짝 피어있는 장미꽃 향연이 절세의 미인들보다도 더 아름답게 보여 좋아한다.

  나 아닌 다른 사람들도 대부분 꽃의 아름다움을 좋아하고 즐기는 것 같다. 그래서 그런지 예로부터 시인묵객들이 꽃을 주제로 시를 많이 썼고, 그림을 많이 그렸다.

  김춘수 시인의 ‘꽃’이란 시는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감동시켜 명시로 남아있다. 그리고 조선시대의 풍속화가들은 꽃과 새(花鳥)를 주제로 민화를 많이 그렸는데, 특히 오원(吾園) 장승업(張承業)은 화조도(花鳥圖)를 잘 그려 지금까지도 유명화가로 남아있다.

  그리고 꽃은 아름다워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때문에 예로부터 사랑하는 연인들이 생일이나 결혼기념일에 꽃을 선물로 주고받는 아름다운 풍습이 있다.

  봄에는 진달래와 모란, 여름에는 연꽃과 장미, 가을에는 국화와 코스모스, 겨울에는 매화가 꽃망울을 터트리며 아름다움을 과시한다.

                                 2. 불교의 상징 연꽃

  여름의 꽃인 연꽃(lotus flower)은 불교를 상징한다. 사찰에 가보면 온갖 연꽃 이미지가 장식되어 있다. 불상은 물론 단청, 불화, 승탑에도 연꽃이 조각되어 정말로 아름다워 보인다. 특히 1993년 부여 능산리(陵山里) 고분군 근처에 위치한 절터에서 발굴된 백제 예술작품의 정수인 백제금동대항로의 연화좌대는 너무나도 아름답고 고풍스러워 백제 문화의 우수성과 독창성을 한층 돋보이게 한다.

  연꽃은 진흙탕의 고난 속에서도 아름다운 꽃을 피워낸다. 진흙탕은 인간의 욕망으로 오염된 속세(俗世)를 뜻하고 아름다운 연꽃은 불교 진리의 빛으로 상징된다.

                                  3. 군자의 상징 연꽃 

  그런데 유교에서는 연꽃을 ‘군자(君子)의 꽃’으로 묘사하고 있다. 송나라 때 유학자 주돈이(周敦?=周濂溪, 1017-1073)는 연꽃을 ‘군자의 왕’이라 했다. 진흙 속에서 자라고 꽃을 피워도 더렵혀지지 않은 연꽃의 고결한 모습을 유교의 이상적인 존재인 군자의 자태에 비유한 것이다.

  민화속의 연꽃은 불교의 상징이 아니고, 조선의 국교였던 유교와 서민의 길상(吉祥)적인 바람이 서려있는 군자의 꽃이자 행복의 꽃이다.

                         4. 다산과 생명 창조의 상징물 연꽃

  고대 인도에서 연꽃은 여성의 생식능력?다산?생명 창조의 상징물이었는데, 우리의 전통신앙인 무속의 설위(設位)에서도 보여 눈길을 끈다. 실제로 무속인들이 앉은굿을 할 때에 사악한 귀신을 가두기 위해 설진(設陣)을 하는데, 연꽃무늬가 종이에 새겨져 굿당에 걸린 모습이 너무나도 신기하고 아름다워 민속학자들이 도상학(圖像學, iconology)을 연구하는 데에 하나의 대상이 되고 있다.

  그런데 연꽃과 연잎은 차로 끓여먹고, 연근은 밑반찬 재료로 활용되어, 어느 것 하나 버릴 것이 없다.

                          5. 부여 궁남지의 황홀한 연꽃향연

  해마다 여름 연휴가 돌아오면, 나는 지루한 일상생활에서 지친 심신을 달래기 위해 친지들과 함께 우리의 전통문화가 살아 숨 쉬는 관광휴양지로 여행을 떠난다. 올해는 여름 연휴를 맞이하여 부여 부소산성의 남쪽에 위치한 궁남지(宮南池, 충남 사적 135호)를 찾아 관광하고 돌아왔다. 지천으로 핀 연꽃 샛길을 따라 서서히 걷노라면 여린 연향(蓮香)이 바람결에 실려 가슴으로 살포시 스며드는데, 여러 종류의 형형색색(形形色色)의 황홀한 연꽃들의 향연이 절정을 이루고, 궁남지를 휘감을 듯 하늘거리는 버드나무 숲이 장관을 이루어 눈길을 끌었다. 바람에 일렁이는 연꽃잎은 파도처럼 아름다운 율동을 보여주었고, 연꽃봉우리는 여인들의 가슴처럼 봉곳이 솟아올라 함초롬하고 고아한 자태를 자아내어 아름다움의 극치를 이루었으며, 활짝 핀 연꽃은 순수하고 소박하면서도 아름다움을 뽐내 나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게다가 궁남지는 삼국시대의 대표적인 향가인 서동요(薯童謠)의 발생지로, 백제 사비성 사람 서동(薯童=백제 제30대 武王)과 적국인 신라 진평왕의 셋재딸 선화공주(善花公主)와의 달콤한 사랑 이야기가 깃들어 있어 더 정감이 갔고 역사적 의미를 더해 나에게 많은 추억거리를 안겨주었다.(2012.7.12일)

                                      

                                  <필자 소개>

.천안중학교 사회과 교사(국학박사, 향토사학자?시인?칼럼니스트)

.1950년 충북 괴산군 청천면 삼락리 63번지 담안 출생

.백봉초, 청천중, 청주고, 청주대학 상학부 경제학과를 거쳐 충남대학교 교육대학원 사회교육과에서 “한국 인플레이션 연구(A study of Korean inflation, 1980)”로 사회교육학 석사학위를 취득하고,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대학교(UBE) 국학과에서 “태안지역 무속문화 연구(A study of shamanic culture in Taean, 2011)"로 국학박사학위 취득

.한국상업은행에 잠시 근무하다가 교직으로 전직하여 충남의 중등교육계에서 35년 동안 수많은 제자 양성

.주요 저서 : ?대천시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 ?아우내 단오축제? 등 4권

.주요 논문 : “천안시 토지이용계획 고찰”, “천안 연극의 역사적 고찰”, “천안시 문화예술의 현황과 활성화 방안”, “항일독립투사 조인원과 이백하 선생의 생애와 업적”, “한국 여성교육의 기수 임숙재 여사의 생애와 업적”, “민속학자 남강 김태곤 선생의 생애와 업적”, “태안지역 무속문화의 현장조사 연구”, “태안승언리상여 소고”, “실학자 홍양호의 생애와 업적 등 49편

.수상 실적 : 천안교육장상, 충남교육감상 2회, 충남도지사상, 국사편찬위원장상, 한국학중앙연구원장상, 자연보호협의회장상 2회, 교육부장관상, <문학 21> 신인작품상, 국무총리상 등 다수

.한국지역개발학회 회원, 천안향토문화연구회 회원, 천안교육사 집필위원, 태안군지 집필위원, 천안개국기념관유치위원회 홍보위원, 대전문화역사진흥회 이사 겸 충청문화역사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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