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광야에서 목 놓아 부르노라! 글쓴이 jbg1219 날짜 2011.06.04 06:52
광야에서 목 놓아 부르노라!
 
지난해 중국 시안(西安) 여행 중 대학에서 역사학을 전공했다는 재중동포 관광가이드를 만났다. 그는 시안이 중국의 주(周), 진(秦), 한(漢), 수(隋)나라에 이어 당(唐)나라 수도였던 관계로 역사를 잘 알아야 관광객에게 제대로 알려줄 수 있다고 말했다.

 역사전공자답게 그는 시안의 역사에 대해 소상히 알려주는 사이에 시간을 내어 자기와 같은 재중동포의 비애를 토로하기도 했는데 오늘날 우리들이 충분히 새겨들을 가치가 있는 이야기였다. 자신들이 중국에 머물게 된 것은 할아버지 세대가 일제시대에 독립운동을 하기 위해 만주지방이나 상해 쪽으로 건너왔기 때문이라 한다.

 그러다가 세월이 지나 그들은 중국에 눌러앉게 되었고 많은 재중동포들은 조선인이란 이름을 달고 대한민국 사람도 아니고 중국인도 아닌 어정쩡한 제3의 신분으로 살고 있는데 애환이 많다고 한다.

 그러나 그들의 가슴 속에서는 일제에 항거하며 독립운동을 한 할아버지들의 애국충정을 새기는 마음이 가득하다고 했다.

 그의 말은 한 마디도 틀린 말이 없었다. 그동안 한국에서 관광객들이 오면, 특히 정치계 지도급 인사들에게 이러한 이야기를 수없이 외치고 탄원했다고 했다.

 이야기할 때는 큰일을 낼 듯 수긍하더니만 돌아가서는 감감 무소식이라고 말하는 그에게 오히려 미안한 마음인데 한 맺힌 재중동포들의 입장을 충분히 새겨들어야할 가치가 있다.

 혹자는 말한다. 일제시대에 어떤 사람은 일제 앞잡이가 되어 같은 국민들에게 많은 압박을 가한 대가로 호의호식(好衣好食)하면서 그들의 후손까지 잘도 지내고 있건만 정작 독립군의 후손들은 부모들로부터 보살핌을 받지 못해 지금까지 가난과 머슴살이로 어렵게 살아가고 있다고 한다. 증조부의 의로운 독립운동을 하시다 경성형무소에서 옥고를 치루다 옥사하신 독립운동 자료를 찾아 명예를 찾기 위해 36년간 고군분투하고 있다.

 박완서의 소설 `오망과 몽상`에서도 그 답은 명쾌하다. 일제에 협력한 앞잡이들은 동포를 억압한 대가로 자식들 교육을 제대로 시켜놓으니 해방 후 정부 고관이 될 수 있었고, 독립군의 아이들은 가난하여 학교를 제대로 다니지 못했으니 나라에서 최고의 벼슬을 준다고 해도 경복궁 수위장 기능직 밖에 할 수 없다는 현실적인 문제의 설정은 우리들에게 애국과 매국에 관한 많은 점을 시사해주고 있지 아니한가.

 한일강제병합 101년이 되고 해방이 되고 66여년이 흐른 이제도 재중동포들은 대한민국의 국적 없이 광야에 홀로 섰던 조상들의 외로움을 되씹고 있다.

 그렇다면 조국광명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고 후손들의 생존권마저 담보하여 독립운동한 선구자들의 영령은 후손들이 오늘날 대한민국에서 푸대접받는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이겠느냐 하는 한탄이다.

 그들 선구자들의 피와 땀과 희생이 뒷받침되어 자주국가를 세우고 보전할 수 있었다면 당연히 후손들에게 제대로 보상해주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아직 국내외에서 독립운동을 한 많은 분들의 명예를 찾아주는 것도 국가보훈처 등 당국에서 응당 해야 할 일 중 핵심인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어느 독립운동가 후손의 외침을 우리는 그냥 흘러 보낼 수 없다. 일제시대에 항일운동을 했던 독립군들의 값진 희생 속에 세워진 정부가 소극적 행정으로 인해 빛나는 위업들이 과거 속에 묻혀 있다는 사실은 주권이 강탈당한 채 36년이란 세월을 암흑 속에 헤매다가 독립한 대한민국의 역사에서도 정말 부끄러운 일이다.

 우리나라가 일제의 압제에서 벗어나 광복된지도 어언 65년이 흘렀다. 보훈당국에서는 일제 강점 하에서 국내를 떠나 중국 등 외국에서 항일운동을 하였거나 국내에서 활동한 애국자들을 찾는데 정성과 적극성을 보여야 한다. 그리고 그들의 명예를 찾아 돌려줘야 하며 후손들에게도 그에 합당한 예우를 해야 할 것이다. 이는 나라위한 희생에 대한 정부의 조치는 당연지사라고 본다.

 애국지사들의 빛나는 위업을 확인하여 그들의 명예를 찾아주고 후손들의 자긍심을 지켜주는 일을 정부는 더 이상 늦출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