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규원사화』의 구성 내용과 가치 글쓴이 localhi 날짜 2014.05.23 00:20

                           『규원사화』의 구성 내용과

   충청문화역사연구소장(국학박사, 향토사학자, 시인) 신상구(辛相龜)   

                          1.『규원사화』의 구성과 내용

  『규원사화(揆園史話)』는 숙종 2년인 1675년에 북애노인(北崖老人)이라는 호를 가진 이가 쓴 역사책으로 서문·조판기(肇判記)·태시기(太始記)·단군기(檀君記)·만설(漫說)로 구성되어 있다.

   ‘규원(揆園)’이라는 책 이름은 작자가 부아악(負兒岳:지금의 북한산) 기슭에 지은 자신의 서재 이름에서 딴 것이다. 작자는 서문에서 이 책을 쓴 동기가, 과거시험에 낙방한 자신의 울적한 심기를 달래려는 것과 왜란과 호란을 겪은 뒤의 민족적 울분 속에서 씩씩한 국사(國史)의 필요성을 절감했기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다.

  북애노인은 유학자들의 사관은 주체성 없는 존화사대사상에 젖어 있다고 비판하면서, 유학자들이 외면해 온 고려 말의 청평(淸平) 이명(李茗)이 지은『진역유기 震域遺記』를 비롯해 40여 권의 사서를 참고하여 우리 나라 상고사를 재구성하여 바로 잡은 책이다.

 『진역유기 震域遺記』는 고려 초 발해의 유민이 쓴『조대기(朝代記)』를 토대로 한 것으로『삼국유사』보다 훨씬 씩씩하게 쓰여진 사서이다.『조대기』가 실재했던 고기임이『세조실록』을 통해서 확인되므로,『진역유기』라는 책도 실제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

  <조판기>와 <태시기>에서는 환인(桓因)이라는 일대주신(一大主神)이 천지를 개창하고, 환웅천왕(桓雄天王, 일명 神市氏)이 태백산에 내려와 신정을 베푸는 과정이 서술되어 있다.즉, 환웅은 신교(神敎)를 선포하고 치우씨(蚩尤氏)·고시씨(高矢氏)·신지씨(神誌氏)·주인씨(朱因氏) 등, 신하의 보필을 받아 366가지 일을 다스렸다는 것이다. 특히, 치우씨는 병기를 제조하고, 고시씨는 농업과 목축을 주관했으며, 신지씨는 문자를 발명하고, 주인씨는 혼인제도를 만들었다. 또한, 복희씨(伏羲氏)는 팔괘를 만들어 음양과 역학(易學)의 시조가 되었다고 한다.

  <단군기>에서는 환검(桓儉)으로부터 고열가(古列加)에 이르는 47대의 왕명과 재위기간, 그리고 각 왕대의 치적이 서술되어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치적이 많은 것은 환검이다. 그는 환웅의 아들로서 요(堯)임금과 같은 시기에 박달나라 임금이 되어 수도를 길림(吉林)에 두었으며, 9개의 대국과 12개의 소국을 거느려 그 영토는 멀리 요서(遼西)지방에까지 미쳤다.

   박달나라 시기에는 문화도 더욱 발전하여 8가(八加)의 관료를 두고, 제천(祭天)을 시작했으며, 8조의 가르침을 지어 백성을 교화하였다. 2대 임금 부루(夫婁)는 큰 홍수를 다스리고 도산(塗山)에서 하(夏)의 우(禹)임금과 만나 화해했으며, 환인·환웅·환검을 제사하여 비로소 삼신(三神)에 대한 제사가 확립되었다.

  부루는 또한 중국의 순(舜)임금이 차지하고 있던 중국 동북지방을 빼앗고, 국내의 반란을 진압하여 옥저·비류·졸본을 거느리게 되었다. 부루 이후의 임금들은 그 치적이 간단히 처리되어 있는데, 47대 임금 고열가에 이르러 제후가 난립하면서 열국시대가 전개되는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마지막으로<만설>에서는 우리 나라가 만주를 잃어버린 뒤 약소국으로 전락한 것을 개탄하면서, 부강한 나라가 되기 위한 세 가지 조건을 제시한다. 그 첫째는 지리(地利)로써 잃어버린 만주땅을 되찾는 것이고, 둘째는 인화(人和)로써 당쟁을 버리고 단결하는 것이며, 셋째는 보성(保性)으로써 우리 풍토에 맞는 고유문화의 장점을 지니면서 남의 장점도 받아들이는 일이다. 저자가 강조하는 고유문화는 바로 단군시대부터 내려오는 신교(神敎)를 말하는데, 주자학을 사대사상의 근원으로서 철저하게 매도한다.

                           2.『규원사화』진위 논쟁과 가치

  명지대학교 민족사 문화콘텐츠 개발학과 송준희 교수의 증언에 의하면 광복 직후인 1945년 말부터 1946년 1월까지 국립중앙도서관 직원이 서울의 고서점을 배외하다가 어느 고서점에서 김수일 소장의『규원사화』를 발견하고 100원(지금 시가로는 100만원 정도)에 구입하여 1946년 5월 25일 국립중앙도서관 귀중본실에 귀중본 629번, 고서 2105-1번으로 등록하였다. 책 크기는 가로 16.5㎝, 세로 24.7㎝이다.
  그 후 비공개되어 오다가 1972년 11월 3일 이가원(李家源), 손보기(孫寶基), 임창순(任昌淳) 등 고서심의위원 3명이 심의를 하여 숙종 2년인 1675년에 쓰여진 진본임을 확인하였다. 그러나 이병도(李丙燾), 조인성(趙仁成), 송찬식(宋贊植) 등 실증사학자들은 제작연도가 조작되었다고 주장하였다. 이들의 주장은 북애노인(北崖老人)이 살았던 효종~숙종 시대에는 책에 표현된 천주(天主)라는 말이 없었기 때문에 책이 처음 선보인 1920년부터 1930년 사이에 천도교도들이 만들었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1972년 11월 3일 이가원(李家源), 손보기(孫寶基), 임창순(任昌淳) 등 3분의 고서심의위원들에 의해『규원사화』가 진본임이 밝혀졌음에도 불구하고 비공개되어 오다가 1989년 말에 한배달에 가입한 보안부대장이 국립중앙도서관 귀중본실에『규원사화』진본이 소장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고 1989년 11월 11일 국립중앙도서관 구중본실을 직접 방문해 두 눈으로 보고 그 사실을 확인한 다음 사진으로 찍어『한배달』1989년 12월호에 공개했다. 한편 고서 심의워원인 이가원(李家源) 박사가 1989년 11월 13일 문화방송에 출연해『규원사화』가 진본임을 다시 한 번 밝혔다. 그 후 한뿌리출판사 고동영 대표가 1990년 8월 25일에 국립중앙도서관 귀중본실에 소장되어 있는『규원사화』영인본을 발간하여 세상에 널리 알려지게 되있다.      
  아무튼『규원사화』는 한민족 고유신앙인 신교(神敎)의 입장에서 쓰여진 일종의 종교사화(宗敎史話)로 한국문화의 저류를 이루어 온 민속적 역사인식의 한 모습을 보여준다는 점에 가치를 지니고 있다. 그리고 북애자(北崖子) 저『규원사화』는 최치원 저『천부경과 난랑비서』, 박제상 저『부도지』, 조여적(趙汝籍) 저『청학집(靑鶴集)』, 대야발 편찬『단기고사』, 계연수 편찬『환단고기』, 신채호 저 『조선상고사』, 정인보 저 『조선사 연구』, 최태영 저 『한국 상고사 입문』과 『한국 고대사를 생각한다』등과 함께 우리의 잃어버린 상고사를 되찾아 9200년의 한민족사를 정립하는 데에 없어서는 안 될 아주 소중한 사서로 평가받고 있다.

 
                                          <참고문헌>

  1. 한영우,「17세기의 반존화적도가사학의 성장―북애자의 규원사화에 대하여」,『한국학보』 1, 1975.

  2. 한국정신문화연구원,『한국민족문화대백과』, 1991.

  3. 곽춘근,『태고사 절요』증보판, 천사연출판사, 2005.7.20. pp.2-3.   

  4. 명지대학교 민족사 문화콘텐츠 개발학과 송준희 교수의 증언.

                                     <필자 약력>

   .1950년 충북 괴산군 청천면 삼락리 63번지 담안 출생

   .백봉초, 청천중, 청주고, 청주대학 상학부 경제학과를 거쳐 충남대학교 교육대학원 사회교육과에서 “한국 인플레이션 연구(1980)”로 사회교육학 석사학위를 취득하고,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대학교(UBE) 국학과에서 “태안지역 무속문화 연구(2011)"로 국학박사학위 취득

   .한국상업은행에 잠시 근무하다가 교직으로 전직하여 충남의 중등교육계에서 35년 4개월 동안 수많은 제자 양성

   .주요 저서 : 『대천시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 『아우내 단오축제』 등 4권

   .주요 논문 : “천안시 토지이용계획 고찰”, “천안 연극의 역사적 고찰”, “천안시 문화예술의 현황과 활성화 방안”, “항일독립투사 조인원과 이백하 선생의 생애와 업적”, “한국 여성교육의 기수 임숙재 여사의 생애와 업적”, “민속학자 남강 김태곤 선생의 생애와 업적”, “태안지역 무속문화의 현장조사 연구”, “태안승언리상여 소고”, “조선 영정조시대의 실학자 홍양호 선생의 생애와 업적”, “대전시 상여제조업의 현황과 과제” 등 57편

   .수상 실적 : 천안교육장상, 충남교육감상 2회, 충남도지사상, 국사편찬위원장상, 한국학중앙연구원장상, 자연보호협의회장상 2회, 교육부장관상, 문화체육관광부장관상, <문학 21> 신인작품상, 국무총리상, 홍조근정훈장 등 다수

   .한국지역개발학회 회원, 천안향토문화연구회 회원, 천안교육사 집필위원, 태안군지 집필위원, 천안개국기념관 유치위원회 홍보위원, 대전문화역사진흥회 이사 겸 충청문화역사연구소장, 보문산세계평화탑유지보수추진위원회 홍보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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