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태백산과 마니산의 선도문화적 의의 글쓴이 localhi 날짜 2014.08.12 02:00
                                태백산과 마니산의 선도문화적 의의

     충청문화역사연구소장(국학박사, 향토사학자) 신상구(辛相龜)

  한국선도(韓國仙道)’란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대학교 국학과 정경희(鄭景姬) 교수가 중국 도교(道敎)와 차별화를 기하기 위해 2004년부터 처음으로 사용하기 시작한 학술용어(scientific term)로, 삼국시대(三國時代)에 중국으로부터 불교(佛敎) · 유교(儒敎) · 선교(仙敎)가 들어오기 이전에 존재했던 한국 고유의 문화(文化)와 사상(思想)을 말한다.

   한국선도의 사유체계 및 역사인식은 한국선도의 3대 경전인 <천부경(天符經)>, <삼일신고(三一神誥)>, <참전계경(參佺戒經)>의 선도사관(仙道史觀)에 입각한 선도사서(仙道史書)들인『부도지(符都誌)』,『환단고기(桓檀古記)』,『규원사화(揆園史話)』, 청학집(靑鶴集) 등 선도문헌(仙道文獻)들에 잘 나타나 있다.

  태백산과 마니산은 한국선도의 원형이 가장 잘 보존되어 있는 한국의 명산이다. 그러니. 여기는 내로라하는 불교의 절도, 유교 서원도 없다. 눈에 띄지 않는 고유 신앙소와 당집만 군데군데 있을 뿐이다. 아무리 강력한 외래 종교와 문화도 이곳만은 차지하지 못했다. 두 산은 민족 신앙과 겨레 정신의 순수한 보루인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단단학회(檀檀學會) 회원들과 상당수의 무속인들이 해마다 봄과 가을이 돌아오면 마니산과 태백산 정상에서 제천행사를 한다.
  태백산은 높이가 1567m에 달하고 지정학적으로 중요한 위치에 있었기에 이미 신라시대부터 오악의 하나인 북악으로 지정되어 국가적인 산천제가 행해졌다. 조선시대에는 인근 강원도 삼척과 경상도 봉화의 지방 명산이기도 했다. 이중환은 국토 등줄기에 있는 ‘나라의 큰 명산’ 중 하나라고 했다. 신경준의 12명산에도 속했고, 성해응의 <동국명산기>에도 수록되었다. 무엇보다 민간의 도참비결서에 태백산이 한반도에서 으뜸가는 산으로 소개되는 것도 흥미롭다. ‘옥룡자청학동결’에 “태백산과 소백산이 첫째이고 지리산은 다음”이라고 한 것이다. 그래서인지 태백산 남사면의 봉화 춘양에는 <정감록> 십승지의 하나가 들어서기도 했다.
  환웅이 무리 삼천명을 이끌고 신시(神市)를 열었다는 태백산이 이 태백산일까? <
삼국유사>에서 일연은 묘향산이라는 주석을 달았고 옛 글에 백두산이란 설도 만만치 않다. 평양의 단군릉이 있는 대박산이라는 설도 있다. 지금의 태백산일 가능성도 있음은 물론이다. 여기에는 지명으로 당골이 있고 소도동이 있다. 부쇠봉도 단군의 아들 부소와 관련될 수 있다.
  강화의 마니산에도 부소, 부우, 부여 등 단군의 세 아들이 쌓았다는 삼랑성 전설이 있다. 마니산은 높이 472m의 나지막한 산이지만 산이름의 격은 매우 높다. 마리산, 두악산으로도 불렀는데 우리말로 머리산이라는 뜻으로 보인다. 일찍이 <고려사> 지리지는 다음과 같이 단군의 사실을 기록하고 있다. “산마루에 참성단이 있는데 단군이 하늘에
제사 지내던 단이라고 한다. 전등산, 삼랑성이라고도 하는데 단군이 그의 세 아들을 시켜서 이 성을 쌓게 하였다고 한다.” 조선후기에 이형상이 편찬한 강화읍지인 <강도지>(1696)도 당시까지 지속된 하늘 제사의 정황을 소개하고 있다. “조선도 옛날 고려가 하던 대로 이곳에서 별에 제사를 지내고 있다. 제사 의식은 도가들의 의식에 가깝다.” 한편 한암당 이유립 선생은 1969년 역술인 자강(自彊) 이석영(李錫暎, 1920~1983)의 재정 후원을 받아 강화도 화도면 상방리(上防里) 단학동(檀學洞) 산 52번지에 커발한 개천각(開天閣)을 세우고 대영절(大迎節)과 개천절에 제천행사를 했다.
  두 산에는 두 가지 공통점이 있다. 사람으로는 단군이다. 단군의 아버지 환웅이 신시를 연 곳이 태백산이고, 단군이 하늘에 제사를 지낸 곳이 마니산이다. 장소로는 산꼭대기에 하늘에 제사 지낸 단이 있다. 태백산의 천제단과 마니산의 참성단이다. 두 산은 단군의 자취가 서려 있는 고유 신앙의 메카인 것이다. 그래서 산의 인문학에서는 태백산과 마니산을 신산(神山) 혹은 선산(仙山) 이라고 한다.
  태백산과 마니산은 한국 선도문화의 원형인 제천의식이 행해지는 신령스런 명산이다.
  하늘의 신이 태백산에 내려와 신시를 베풀고 다시 산으로 깃들어 삶터의 수호신이 되니, 그 산은 신산이고 그 사람은 산신이다.

  신이란 것은 하늘의 신묘한 작용을 말한다. 하늘을 인간화한 개념인 것이다. 하늘이 신산 혹은 산신이 되는 것은 이미 사람 가까이 다가온 것이다. 더욱이 우리의 토속적인 신은 삼신이다. 인격화해 삼신할머니라고도 했다. 한국의 산에 할머니 산신이 많은 이유는 전래의 삼신산 사상 때문이기도 하다. 중국 도교의 삼신산(봉래·영주·풍악)과는 다른 고유 신앙의 삼신산이다. 태백산과 마니산은 토종 신산의 으뜸이기도 하다.
  태백산과 마니산은 또한 선도의 산, 선산으로도 분류된다. 단군이 선도의 원류로 인식되었기 때문이다. 조선중기에 조여적이 쓴 <청학집>에 한국의 선파는 중국의 도맥과는 별도로 환인, 환웅, 단군 계통의 독자적인 도맥을 이어왔다고 했다. 신채호도 ‘동국 고대 선교 고’(1910)라는 글에서 우리나라에서 신선사상이 출발했다고 했다. 김정설(1898~1966)도 이를 이어받아 선(仙)을 사람 인(人) 변에 뫼 산(山) 자로, 산에 사는 사람이란 뜻의 회의문자로 풀었다. 우리나라에는 산에 신선대, 신선바위 등이 도처에 있는데 그 산을 신산이라 했으며 산에서 수행하는 ‘샤먼’이 곧 선이며 신선이었다는 것이다.
  선산은 신산보다 한발 더 가까이 인간화된 개념이다. 산은 하늘의 신이 머무는 신성한 곳에서 이제 신선이란 사람이 머무는 장소가 되었다. 누구나 보고 싶은 선경이 펼쳐지고 무릉도원이나 청학동의 이상향이 선산 속 어딘가에 있다. 모든 사람이 동경하는 가장 살기 좋은 곳으로 이미지화된 것이다. 지리산 청학동도, 속리산 우복동도,
가야산 만수동도 그런 곳이었다.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이 있다. 태백산 바로 아래, 소백산과 연결되는 선달산(仙達山)이라고 있다. 그런데 선달이란 이름이 재미있다. 선도의 무리라는 뜻이다. 배달겨레의 그 배달이 선달이다. 선선달산 남쪽에 부석사가 있다. 부석사 창건 설화에서는 선달과 관련된 일화가 전해진다. 의상이 부석사 터를 정하고자 했는데 사교의 무리 500여명이 방해했다는 것이다. 그들이 다름 아닌 선도의 집단이다. 선산이라는 것을 분명히 드러낸다.
   일본의 명산에는 신사가 당당히 중심을 차지하고 서양의 도회에도 교회가 센터에 우뚝 서 있다. 그들의 정신이요 자존심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어떤가? 고유문화는 쫓겨나거나 구석으로 밀려나고 외래문화가 버젓이 주인 행세를 하고 있다. 그러나 태백산과 마니산만은 다르다. 여기는 고유 신앙과 문화가 중심이다. 자존심 하나로 산을 지키고 있는 당골(무당)들이 주인이다. 그들이 본래의 진정한 우리다.
  태백산과 마니산에 고유 신앙이 이토록 지탱되는 힘과 이유는 오래도록 응집된 장소의 힘과 민중의 혼이 하나로 뭉쳐져 도도한 역사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국에서 산천은 그 자체가 공간화된 역사이자 형상화된 민족이다.

                                        <참고문헌>

  1. 鄭景姬, “한국선도의 수행법과 제천의례”, 한국도교문화학회,『도교문화연구』제21집, 2004.

          2. 최원식, “겨레 얼의 줏대’ 알고 싶으면 태백산과 마니산을 찾으시라”, 경향신문, 201 2014.8.9일자.

                                               <필자 약력>

   .1950년 충북 괴산군 청천면 삼락리 63번지 담안 출생

   .백봉초, 청천중, 청주고, 청주대학 상학부 경제학과를 거쳐 충남대학교 교육대학원 사회교육과에서 “한국 인플레이션 연구(1980)”로 사회교육학 석사학위를 취득하고,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대학교(UBE) 국학과에서 “태안지역 무속문화 연구(2011)"로 국학박사학위 취득

   .한국상업은행에 잠시 근무하다가 교직으로 전직하여 충남의 중등교육계에서 35년 4개월 동안 수많은 제자 양성

   .주요 저서 : 『대천시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 『아우내 단오축제』 등 4권

   .주요 논문 : “천안시 토지이용계획 고찰”, “천안 연극의 역사적 고찰”, “천안시 문화예술의 현황과 활성화 방안”, “항일독립투사 조인원과 이백하 선생의 생애와 업적”, “한국 여성교육의 기수 임숙재 여사의 생애와 업적”, “민속학자 남강 김태곤 선생의 생애와 업적”, “태안지역 무속문화의 현장조사 연구”, “태안승언리상여 소고”, “조선 영정조시대의 실학자 홍양호 선생의 생애와 업적” 등 57편

   .수상 실적 : 천안교육장상, 충남교육감상 2회, 충남도지사상, 국사편찬위원장상, 한국학중앙연구원장상, 자연보호협의회장상 2회, 교육부장관상, 문화체육관광부장관상, <문학 21> 신인작품상, 국무총리상, 홍조근정훈장 등 다수

   .한국지역개발학회 회원, 천안향토문화연구회 회원, 천안교육사 집필위원, 태안군지 집필위원, 천안개국기념관 유치위원회 홍보위원, 대전문화역사진흥회 이사 겸 충청문화역사연구소장, 보문산세계평화탑유지보수추진위원회 홍보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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