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유관순 열사가 항일독립만세운동의 영웅으로떠오를 수 있었던 근본적인 이유 글쓴이 localhi 날짜 2014.09.09 01:47
           유관순 열사가 항일독립만세운동의 영웅으로 떠오를 수 있었던 근본적인 이유

   충청문화역사연구소장(국학박사, 향토사학자, 시인) 신상구(辛相龜)

   올해 선보인 고교 한국사 교과서 8종 가운데 4종이 유관순을 다루지 않고 있어 국사교육의 문제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춘천교대 김정인 교수는 그 이유에 대해 “이화학당 졸업생으로 친일 전력이 있는 박인덕이 발굴해 영웅으로 만들었다는 연구 성과가 있어 교과서에 기술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것은 사실과 다르다.

   미군정청 문교부 편수사로 1945년 광복 직후부터 3년 동안 초등학교 국어교과서를 제작했던 박창해(1916-2010)가 타계 하기 직전인 2006년에 한 학술잡지에 ‘나의 국어 편수사 시절’이라는 회고의 글을 남겼다. 그는 이 글에서 유관순이 널리 알려지게 된 과정을 다음과 같이 전하고 있다.

   “1946년 어느 날 교과서에 들어갈 내용을 논의하다가 3·1운동 때 우리 여성 가운데 프랑스의 잔 다르크처럼 활동한 사람을 찾아내기로 했다. 그와 함께 교과서를 만들던 사람은 소설가 전영택이었다. 박창해는 이화학당의 여학생들이 3·1운동 때 맹활약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터라 이화여고를 찾아갔다. 그는 신봉조 이화여고 교장을 만났고, 신 교장은 “당시 태극기와 독립선언서를 준비했던 사람이 최명학 교감이니 그분에게 물어보라”고 알려줬다. 하지만 최 교감은 “이화학당 학생 200여 명이 3·1운동에 참여했으므로 누굴 내세워야 할지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박창해가 이 사실을 교과서 제작진에 알린 며칠 뒤 같은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유제한이 찾아왔다. 유관순의 조카였다. 유제한은 “집안에 3·1운동으로 옥살이한 이화학당 학생이 있다”고 전했다. 전영택은 이후 유관순 스토리를 교재로 만들어 배포했다는 것이다.”

   이 증언에 따르면 유관순을 널리 알린 주인공은 박인덕이 아니라 소설가인 늘봄 전영택, 국어학자인 박창해, 유관순의 조카 유제한 편수사이다.

   한편 유관순기념사업회에 참여한 김구, 이시영 등 독립운동가들도 유관순 열사를 영웅으로 만드는 데에 일정한 역할을 맡았다.

   그런데 무엇보다 유관순 열사의 목숨을 건 순국투쟁이 사람들의 마음을 울렸기 때문에 유관순 열사는 영웅으로 떠오를 수 있었다.

   1948년 10월 5일 한국 최초의 국어 교과서인 ‘초등 국어1-1’ 교과서를 편찬한 박창해朴昌海(1916-2010)는 1916년 만주 지린성(吉林省) 룽징(龍井)의 넉넉한 기독교 가정에서 태어났다. 당시 길림성 용정은 민족의식이 강한 기독교 세력이 뿌리를 내려 윤동주, 문익환 같은 이들을 낳은 곳이기도 하다. 박창해는 어릴 적에 강아지를 동생처럼 키웠고, 온 식구가 두레반상에 빙 둘러앉아 밥을 먹었다. 할아버지 등에 올라타 말 타기를 하고, 아버지와 숨바꼭질도 하며, 동네에서 일본, 러시아, 중국, 동무들과 어울려 놀았다. 그리하여 그는 여느 한국인들과는 달리 일제 식민지 아래에서도 식민지 의식이 거의 없이 자랐다. 박창해는 연세대학교 전신인 연희전문학교 문과에 들어가 외솔 최현배 선생을 만나 드물게 우리 정수인 한글 정신을 몸에 익혀 우리 얼을 품을 수 있었다.

  1945년 해방이 되자 미군정청 문교부 편수사로 뽑혀 한국 최초의 교과서 집필을 이끌었다. 박창해가 이끌어 펴낸 한국 최초 국어교과서는 ‘가갸거겨’ 따위 자모음 모양과 이름순으로 글씨만 배우던 그때까지 방식을 탈피하고 “바둑아, 바둑아 나하고 놀자.”처럼 소리와 글씨, 낱말을 한꺼번에 아울러 가르쳐 놀라운 혁신을 이뤘다. 특히 박창해는 첫 단원에서 끝 단원까지 이야기가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이야기 전개 방식을 펼쳐 교과서를 만들었다. 60여 년 전에 박창해는 이미 스토리텔러였다. 뿐만 아니라 당시 국어교과서는 문화바로미터로 식민지에서 벗어나 해방을 맞은 한국 사회 말과 글 그리고 생각 프레임을 결정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 후 1952년에 연세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로 부임한 박창해는 1959년 연세대 산하기관으로 한국어학당을 세운 뒤, 초대 학감을 맡아 외국인 한국어교육에 힘을 쏟았다. 환갑이 되던 1976년 연세대를 떠나 미국 하와이 대학에 가서 한국어를 가르치다가 열두 해 만인 1988년 다시 돌아와 일흔이 훌쩍 넘긴 나이에도 <한국어 구조론>, <현대 한국어 통어론 연구>, <한국어 집중 강습(An Intensive Course in Korea)>를 펴내며 노익장을 과시하다가 2010년 6월 14일 향년 95세를 일기로 타계했다.

   유관순 열사 전기를 최초로 저술한 늘봄 전영택(田榮澤)은 1894년 평양에서 출생했다. 그는 아오야마가쿠인대학교에서 신학을 전공하고 1919년 <창조> 동인으로 활동했다. 그후 그는 서울감리교신학대학 교수, 아현교회 목사, 기독신문 주간, 조선민주당 창건, 북한 문교부 부장, 중앙신학교 교수, 문교부 편수국 편수관, 재일본 동경한국복음신문 주간, 기독선교회 편집국 국장, 한국문인협회 이사장을 역임하고 1968에 교통사고로 타계했다. 대표작으로는 <순국처녀 유관순전>(1948), <화수분>(1995) 등이 있다. 

                                       <참고문헌>

   1. 변택주, “바둑이와 철수 - 섬기는 리더가 여는 보살피아드 38. 국어학자 박창해”, 불교닷컴, 2013.9.30.

   2. 홍찬식, “ ‘순국처녀 유관순’ 발굴의 진실”, 동아일보, 2014.9.4일자. A30면.

                                       <필자 약력>

   .1950년 충북 괴산군 청천면 삼락리 63번지 담안 출생

   .백봉초, 청천중, 청주고, 청주대학 상학부 경제학과를 거쳐 충남대학교 교육대학원 사회교육과에서 “한국 인플레이션 연구(1980)”로 사회교육학 석사학위를 취득하고,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대학교(UBE) 국학과에서 “태안지역 무속문화 연구(2011)"로 국학박사학위 취득

   .한국상업은행에 잠시 근무하다가 교직으로 전직하여 충남의 중등교육계에서 35년 4개월 동안 수많은 제자 양성

   .주요 저서 : 『대천시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 『아우내 단오축제』 등 4권

   .주요 논문 : “천안시 토지이용계획 고찰”, “천안 연극의 역사적 고찰”, “천안시 문화예술의 현황과 활성화 방안”, “항일독립투사 조인원과 이백하 선생의 생애와 업적”, “한국 여성교육의 기수 임숙재 여사의 생애와 업적”, “민속학자 남강 김태곤 선생의 생애와 업적”, “태안지역 무속문화의 현장조사 연구”, “태안승언리상여 소고”, “조선 영정조시대의 실학자 홍양호 선생의 생애와 업적”, “대전시 상여제조업의 현황과 과제” 등 57편

   .수상 실적 : 천안교육장상, 충남교육감상 2회, 충남도지사상, 국사편찬위원장상, 한국학중앙연구원장상, 자연보호협의회장상 2회, 교육부장관상, 문화체육관광부장관상, <문학 21> 신인작품상, 국무총리상, 홍조근정훈장 등 다수

   .한국지역개발학회 회원, 천안향토문화연구회 회원, 천안교육사 집필위원, 태안군지 집필위원, 천안개국기념관 유치위원회 홍보위원, 대전문화역사진흥회 이사 겸 충청문화역사연구소장, 보문산세계평화탑유지보수추진위원회 홍보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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