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운산 조평휘 화백, 제19회 이동훈 미술상 본상 수상 글쓴이 신상구 날짜 2021.08.30 15:23

    한 때 대전 미술계의 한국화가 조평휘 화백의 영향을 받거나 받지 않은 작품으로 나누는 것이 쉬울 만큼 조 화백이 지역 미술계에 끼친 영향은 막대하다.

지역 한국화의 살아있는 대부로 꼽히는 조평휘 화백이 제19회 이동훈미술상 본상 수상자로 됐다. 심사위원들은 전통적인 회화 정신을 바탕으로 파격적인 대작을 제작해 온 조 화백을 높이 평가했다.

미수(88세)를 넘어 백수를 바라 보고 있는 조 화백은 작품에 대한 열정만큼은 청춘이다. 그의 작업실에 가면 한쪽 벽면을 꽉 채우는 한지에 빼곡히 웅장한 산수가 그려져 있다. 여전히 붓을 드는 이유에 대해 조 화백은 당연하다는 듯이 "작가는 죽을 때까지 작업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조화백은 일제강점기, 한국전쟁, 4.19 혁명, 5.18민주화운동 등 우리나라의 파란만장한 역사를 겪으며 작품활동에 매진해왔다. 황해도에서 태어난 그는 어렸을 때부터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했다. 한국전쟁 당시 인천으로 피난을 와 공업고등학교에 들어갔지만, 미술에 대한 애정을 잠재우기 어려웠다. 때마침 나라에서 예체능계열 교사들이 부족해 서울대학교에 중등교원양성소를 만들었고 조 화백은 그때부터 교직에 입문하게 됐다.

졸업 후 초등학교 교사로 1년 정도 있다 미술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위해 홍익대 동양화과로 편입했다. 당시 자퇴하는 이들이 많다보니 동양화과 학생이 조 화백이 유일했다. 조화백은 당시 교수로 재직했던 한국 근현대미술사의 대가인 천경자, 이상범에게 공통적으로 사사받은 단 한 명의 제자였다.

홍익대를 졸업한 후 당시 미술계에서 유행했던 엥포르멜 운동(형태를 부정하고 미술가의 즉흥적인 행위와 격정적인 표현을 중시한 유럽의 추상미술) 영향을 받아 조 화백도 추상회화를 그리기 시작했다. 그러다 1976년 대전으로 내려와 목원대에서 교수 생활을 하게 되면서 그는 작품은 전환점을 맞았다. 당시 허허벌판 시골이었던 대전의 자연을 작품으로 담게 그는 계룡산을 그리며 전통주의 산수화가로서 활동하게 된다. 조 화백의 호인 '운산'도 자신이 즐겨 그리는 산에서 땄다.

조 화백은 산수화의 열기가 식었던 1990년대에도 산수화를 꾸준히 그려 '운산산수'라는 자신만의 산수화 양식을 정립했다.

동향화 뿐만 아니라 서양화, 추상회화도 배웠던 그는 자연의 모습 그대로 그리는 '실경산수화'보단 자연의 모습을 추상적으로 자신의 머릿속에서 재구성해 그리기 시작했다. 격정적인 표현을 중시한 엥포르멜처럼 조 화백 또한 이성이 비집고 들어올 틈 없이 순간의 감정을 실어서 작품을 그린다. 그는 "산수화는 그대로 모방해 그리는 것이 아닌 철학을 담는 도구"이라고 말한다.

조 화백의 인생관은 자연주의다. 그는 "인생은 자연에 맡기고 순리대로 사는 것이 제일 좋다"고 말한다. 하지만 작품에 있어서는 계획적이고 치밀하다. 동양화는 서양화처럼 덧칠하지 않는다. 일필은 붓에 먹을 다시 먹이지 않고 단번에 그리는 것으로 동양화에서 가장 중요한 붓놀림이다. 그렇게 되기 위해 수묵화는 훈련하는 기간이 많이 필요하다. 조 화백은 60년간 갈고 닦아왔다.

이제는 산수화가 주류가 아님에도 지금까지 산수화를 놓지 않는 이유에 대해 조화백은 "화가는 자신의 세계를 만들어야 인정 받는다"고 말한다. 모든 작가들이 자기만의 작품 세계를 만드려고 애 쓰지만 자신만의 철학을 담아 열심히 그리면 자연히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조 화백의 지금도 산수화와 삶에 대한 의미의 답을 찾아가고 있다. 그는 한국화를 전공하는 후배 작가들에게 "힘들다고 도중에 그만두면 의미가 없다"며 "모든지 시작했으면 끝까지 해야 한다"고 전했다.
                                                                  <참고문헌>
   1. 정바름, "그림 향한 열정은 아직 청춘, 자신만의 세계 담아야", 중도일보, 2021.8.27일자. 9aus. 


시청자 게시판

2,116개(2/106페이지)
시청자 게시판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공지 <시청자 게시판> 운영원칙을 알려드립니다. 박한 45488 2018.04.12
2095 소설가 김주영 <객주> 초고, 세상 다 줘도 못 바꿔 신상구 57 2024.04.02
2094 낮은 곳에서 한 작은 일들은 버림받지 않는다 사진 신상구 68 2024.03.28
2093 물리학을 전공한 세계적 수학자 이임학 사진 신상구 77 2024.03.22
2092 <특별기고> 서해수호의 날 9주년의 역사적 의의와 기념행사 사진 신상구 71 2024.03.22
2091 광복회장 이종찬, 독립운동가 집안 잊은 적 없다 사진 신상구 85 2024.03.19
2090 북한의 역사학 및 고고학 등 인문학 연구 현황과 변화 심층 조명 신상구 39 2024.03.19
2089 윤동주 탄생 100주년 기념, 2017년 9월 23일 윤동주문학산촌 개관 사진 신상구 41 2024.03.18
2088 남이홍 장군의 생애와 업적 사진 신상구 68 2024.03.17
2087 초려 이유태의 무실론적 효사상의 현대적 의미 신상구 65 2024.03.17
2086 대전문단의 거목 백강 조남익 시인 별세 애도 사진 신상구 41 2024.03.15
2085 한국 서단의 대가(大家) 초정 권창륜 선생의 타계를 애도하며 사진 신상구 72 2024.03.14
2084 충북 노벨과학 리더키움 해외프로젝트 운영 사진 신상구 30 2024.03.14
2083 박목월 미공개 육필시 발견 “또 다른 작품세계” 사진 신상구 81 2024.03.14
2082 대전시 2048년 그랜드 플랜 가동 신상구 40 2024.03.13
2081 20년간 공고해진 좌편향 ‘한국사 시장’ 오류 저격하는 젊은 역사 유튜버 사진 신상구 33 2024.03.11
2080 <특별기고> 대전 3.8민주의거 제64주년의 역사적 의의와 기 사진 신상구 51 2024.03.10
2079 영화 '파묘' 처럼... 현충원 친일파, 언제쯤 들어낼 수 있을까 사진 신상구 38 2024.03.09
2078 소운서원 이정우 원장, 동·서양 아우른 첫 ‘세계철학사’ 완간 신상구 48 2024.03.07
2077 누구나 읽을 수 있는 백화문으로 위안스카이 독재 비판 사진 신상구 33 2024.03.07
2076 민족사학의 큰별, 박정학 한배달 이사장 별세 사진 신상구 42 2024.03.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