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자 선정은 작가 개인의 명예이기도 하나, 한국문학을 세계가 인정했다는 뜻을 담고 있어 많은 시민이 국가적인 경사로 받아들이고 있다.
해마다 가을이면 번역본으로 노벨문학상 작품을 읽던 사람들이 올해는 원작을 그대로 읽는 신기한 경험을 하고 있다. 노벨상 발표 이후 작가의 책을 읽으려는 독자의 행렬은 이어지고 있고, 한강 작가를 새롭게 조명하는 기사와 기고문도 계속 나오고 있다.
여러 문학인들은 한강 작가가 우리의 역사적 사건을 한 나라의 특수성에 가두지 않았다고 평가한다. 상처를 치유하려는 문학적인 작업은 세계인의 보편성으로 읽혔고, 노벨문학상 수상을 계기로 작가가 다룬 주제를 더 확장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작가가 다룬 제주 4.3은 여전히 남아있는 고통의 역사이지만 아픔을 딛고 평화의 정신으로 이어가야 하고, 5.18정신을 민주주의 발전으로 승화시켜야 한다는 의견이 바로 그것이다. 우리가 세월호 참사를 추모하고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도 안전한 나라로 가기 위해서이다. 이 모두가 보편적 가치와 맞물려 있다.
누구나 공유할 수 있는 보편적 가치로 평화 생명 사랑 등을 떠올릴 수 있다. 이는 특정 국가나 특정 지역에서만 나타나는 문제가 아니라, 전 지구적 가치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점에서, 작가 한강이 다룬 주제의식과 이를 높게 평가한 노벨문학상이 던져주는 교훈은 매우 크다.
스웨덴 한림원은 한강 작가의 문학상 선정 이유로‘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선 인간의 연약함’을 꼽았다. 그동안 작가는 창작 과정에서 아픈 역사와 인간의 폭력성을 진지하게 다루어왔다.
가자지구의 전쟁,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 그리고 여러 분쟁 국가에서 벌어지는 폭력을 보면서 한강 작가가 천착한 주제를 떠올리는 것은 자연스럽다. 이와 맞물려 우리 교육계에서는 보편적 가치를 얼마나 가르치고 있는지 다시 한번 돌아볼 필요가 있다. 인류 사회를 위해 공헌해야 하는 이유를 학교에서 잘 가르치고 있는가, 학생들에게 상처의 역사를 제대로 가르치고 있는가. 교육주체가 공동체 삶의 중요성을 공유하고 있는가.
노벨문학상은 우리에게 이런 질문을 다시 한번 갖게 한다. 갈수록 고착되는 불평등, 권력에 의해 무너지는 정의, 폭력에 짓밟히는 평화. 이 모두는 남의 일이 아니라 우리가 함께 관심을 가져야 할 문제라는 걸 노벨문학상이 알려주고 있다. 지금의 한강 열풍이 진지한 성찰로 깊어지기를 바란다.
<참고문헌>
1. 최교진, "노벨문학상의 교훈", 충청투데이, 2024.1028일자. 18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