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티쿤 올람과 홍익인간사상 글쓴이 신상구 날짜 2022.01.12 03:26

            
                                     티쿤 올람과 홍익인간사상  


                             더 나은 세상 만든다, 민족 사상 ‘티쿤 올람’


   유대인 아이들이 열세 살(여자는 열두 살)에 치르는 성인식 때 랍비가 “사람은 왜 사는가?”라고 묻는다. 그러면 대부분 “티쿤 올람”이라고 대답한다. 유대교 신앙에 의하면, 인간은 하느님의 파트너로 지금도 계속되는 하느님의 창조 행위를 도와 이 세상을 좀 더 좋은 곳으로 만들어야 하는 책임과 의무가 있다는 것이다. 유대인들은 그 선두에 자기들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 정도로 ‘티쿤 올람’ 사상은 평생에 걸쳐 유대인의 사고방식을 지배한다.


   그래서 유대인들은 이 세상을 하느님의 뜻에 맞게 이상세계(理想世界)로 건설하는 데 필요한 자기의 몫을 찾아내어 그 책임을 다하려 한다. 그것이 바로 신의 뜻이자 인간의 의무라고 그들은 믿는다. 이를 위해 유대인들은 평생 끊임없이 공부한다. 이렇듯 유대인에게 삶이란 신의 뜻에 대한 헌신이자 신에 대한 충성이다.


  인간이 하느님 사업에 동참하기 위해서는 먼저 하느님의 섭리를 이해해야 한다. 그래서 유대인은 하느님의 섭리를 배우는 것을 의무로 여긴다. 유대교의 오랜 전통에 의하면 하느님을 공경한다는 것은 배운다는 것과 같은 뜻이다. 곧 배운다는 것은 기도를 올리는 것과 동일한 일이다. 유대인에게 배움은 곧 신의 뜻을 살피며 신을 찬미하는 일이다. 배움이 곧 신앙 자체인 것이다. 그래서 시너고그(회당)의 주된 역할도 배움의 장소를 제공함에 있다. 유대인이 배움의 민족이라 일컬어지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곧 유대인들에게 배움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이자 하느님께 다가가는 신앙생활인 것이다.


                             배움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


  유대인들은 자녀가 어릴 때부터 배움의 중요성과 티쿤 올람 사상을 가르친다. 그래서 유대인들에게는 자신이 태어났을 때보다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일이 그들이 세상에 태어난 이유이자 과제가 되는 것이다. 이 사상이 바로 현대판 메시아 사상이다. 메시아란 어느 날 세상을 구하기 위해 홀연히 나타나는 게 아니라 그들 스스로가 협력하여 미완성 상태인 세상을 완성시키는 집단 메시아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유대인들이 창조성이 강하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 가운데 하나가 바로 이러한 티쿤 올람 사상과 집단 메시아 사상이 그들의 의식 깊은 곳에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유대인 기업가들이 이 세상을 좀 더 나은 이상세계로 만들기 위한 비전에 강한 이유 역시 티쿤 올람 사상과 집단 메시아 사상 때문이다. (집단 메시아 사상은 개혁파 유대인들 사상이고 정통파 유대인들은 지금도 인류를 구원할 메시아가 어느 날 홀연히 올 것으로 믿고 있다.)


  위성과 위성을 촘촘하게 연결… 구글, 지구 전역에 초고속 인터넷망 추진 유대교 신앙에 의하면, 인간은 지금도 계속되는 하느님의 창조 행위를 도와 이 세상을 좀 더 좋은 곳으로 만들어야 하는 책임과 의무가 있다. 이를 ‘티쿤 올람’이라고 하며 세상을 개선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이에 따라 유대인들은 이 세상을 하느님의 뜻에 맞게 이상세계(理想世界)로 건설하는 데 필요한 자기의 몫을 다하려 노력한다. 예컨대 구글은 온 세계를 하나의 정보 공유 동아리로 묶는다는 비전을 세우고 저궤도 소형 위성을 쏘아올려 지구 전역에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망을 구축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은 지구를 감싼 위성 네트워크를 구현한 이미지. /게티이미지코리아


                             당장 돈이 되지 않아도 투자한다


   페북은 아프리카 해안 따라 인터넷 구축 - 해저 광케이블을 설치해 아프리카 대륙 전체의 인터넷 접속 환경을 개선하는 ‘투 아프리카’(2Africa) 프로젝트. /2Africacable


   팬데믹 사태 이후, ‘사회적 거리 두기’가 강화되었다. 재택근무와 온라인 강의가 활성화되어 세계적으로 비대면 정보통신 기술이 더욱 중요해졌다. 이제 인터넷 접근성의 유무는 사회 전체의 존망을 가르는 요소가 되었다.구글의 비전은 세계 전체를 하나의 정보 공유 동아리로 묶는 것이다. 정보의 공개와 공유가 자유의 쟁취와 시민정신을 함양시킬 뿐 아니라 경제 활성화와도 직결되어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래서 구글은 그동안 인터넷망이 없는 곳에 인터넷 사용을 지원하는 다양한 방안을 고민해왔다. 이를 위해 자체적으로 100여 개의 소형 인공위성들을 발사했을 뿐 아니라 아프리카에서 테니스 코트 면적의 열기구에 통신 중계기를 설치하여 성층권에 쏘아 올리는 ‘룬’ 프로젝트도 시행했다. 


  그리고 2015년 일론 머스크의 인공위성 ‘스타링크’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스페이스X’에 10억달러를 투자한 것도 인공위성 기반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세계 전역에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하는 프로젝트의 하나였다. 스타링크 프로젝트는 2020년대 중반까지 저궤도 소형 위성 1만2000개, 장기적으로는 4만여 개를 쏘아 올려 지구 전역에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망을 구축하는 사업이다. 인터넷 인프라가 받쳐주지 않아 속수무책이던 저개발 국가에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사실 이 계획들은 단순히 인터넷 보급뿐 아니라 우주 IT 시장을 내다보는 원대한 도전이기도 하다.


   메타(페이스북)의 비전도 인류를 하나의 정보 교류 동아리로 묶는 것이다. 이를 위해 메타 역시 인터넷 보급을 위한 노력을 펼쳐왔다. 2020년 5월 메타는 ‘투 아프리카’(2Africa)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무려 3만7000㎞에 달하는 해저 광케이블을 설치해 아프리카 대륙 전체의 인터넷 접속 환경을 개선시키겠다는 것이다. 아프리카의 인터넷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메타의 시도는 이것이 처음이 아니다. 기존에도 태양광 전열판을 날개에 설치한 거대한 드론을 사용해 인터넷을 제공하려는 아퀼라 프로젝트를 추진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고 새롭게 해저 광케이블 설치 계획을 발표한 것이다. 아프리카가 돈이 되는 시장은 아니다. 그렇다면 그들은 왜 이런 생각을 했을까? 이들에게는 모두 ‘더 나은 세상을 만든다’는 ‘티쿤 올람’ 사상이 있었기 때문이다.


   전 세계에 인터넷을 보급하겠다는 구글의 공동 창업자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이 유대인이다. 스탠퍼드대학원에서 만난 그들은 1998년 함께 구글을 창업했다. 해저터널을 뚫어 아프리카에 인터넷을 보급하겠다는 메타(페이스북)의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도 유대인이다. 그는 기업만이 목적을 가지는 것에 멈추지 않고 인류 개개인 모두가 삶의 목적 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2017년 하버드대학교 졸업 연설에서 “모든 사람이 목적을 가지게 만드는 것이 우리 사회의 과제”라고 했다. 그가 말하는 목적이란 “우리가 위대한 가치의 한 부분이며, 필요한 존재이며, 더 나은 일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홍익인간과 비슷한 티쿤 올람


   유대인의 티쿤 올람과 비슷한 사상이 우리 한민족에게도 있다. 바로 단군왕검의 건국이념 ‘홍익인간’(弘益人間) 사상으로 “인간 세상을 널리 이롭게 한다”는 뜻이다. 이는 우리 민족만 이롭게 하자는 이념이 아니다. 우리가 주도하여 인간 세상을 널리 이롭게 하자는 것이다. 이러한 정신은 그 뒤 자손 대대로 한민족을 규율하는 생활 철학이 됐다. 고조선이 주변 유목민족들을 아우르며 2000년 이상의 강대국을 이룬 힘의 원천이었다. 그 뒤 부여와 고구려, 백제, 신라를 거쳐 현대에 이르기까지 우리 민족을 이끄는 근본 사상이 됐다.


   홍익(弘益)이란 천지의 웅대한 뜻과 이상을 삶과 역사 속에 구현하는 것을 말한다. 그러므로 홍익인간이란 하늘이 원하는 ‘이상세계’를 건설하는 데 일조하는 사람을 말한다. 이를 뒷받침하는 게 ‘재세이화’(在世理化)이다. 삼국유사에는 홍익인간과 함께 재세이화의 통치 이념이 등장한다. ‘재세이화’란 “세상을 하늘의 이치로 교화한다”는 뜻이다. 여기서 이치는 하늘의 섭리를 말한다. 그러므로 재세이화는 하늘의 섭리에 부합되는 세상을 말한다. 곧 하늘의 뜻이 세상에서 이루어지도록 앞장서는 사람이 홍익인간이다.


   세상에서 자신들의 뿌리를 찾아 민족의 기원력을 쓰는 민족은 한민족과 유대민족뿐이다. 올해가 단기(檀紀) 4355년이다. 단기는 단군이 고조선을 건국했다고 알려진 기원전 2333년을 단기 1년으로 헤아리는 연호다. 한편 유대력으로 올해는 5782년이다. 유대인의 새해인 나팔절(2022년 9월 26일) 때 다시 변경되어 5783년이 된다. 유대인들은 하느님이 기원전 3761년에 세상과 아담을 창조하셨다고 믿어 이를 ******(始發)로 유대력을 헤아린다.


       기독교 “하느님이 창조” 유대교는 “창조했지만 세상은 미완성인 상태”


   구약성경을 경전으로 받아들이는 종교가 3개 있다. 바로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교이다. 이 세 종교를 믿는 사람들은 ‘세상은 하느님이 창조했으며, 자신들의 종교적 뿌리는 아브라함으로부터 비롯되었다’고 믿는다. 그러나 하느님이 창조한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은 기독교와 유대교가 서로 다르다. 신이 세상을 완벽하게 창조했다고 보는 기독교와 달리, 유대교는 신이 세상을 창조하셨으나 아직 미완성의 상태로 하느님은 지금도 창조 사업을 계속하고 계신다고 믿고 있다. 이를 ‘티쿤 올람’이라 한다. 티쿤은 ‘고친다’는 뜻이고, 올람은 ‘세상’이라는 의미다. 그래서 ‘티쿤 올람’은 세상을 개선한다는 뜻이다.


   19세기 다윈의 진화론이 나오면서 종교계는 충격에 휩싸였다. 기독교도들은 다윈이 하느님의 형상을 닮은 인간을 원숭이의 이미지로 격하시켰다고 비난했다. 하지만 유대교에서는 진화를 단계별로 이루어지는 또 하나의 창조로 해석한다. 그들은 하느님이 지금도 창조사업을 계속하고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렇듯 티쿤 올람은 창조론과 진화론을 함께 아우르는 사상이다.


                                            <참고문헌>

   1. 홍익희, "오지에 인터넷 지원하는 구글·페북 … 유대인 철학이 원동력", 조선일보, 2022.1.11일자. A3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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