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는 문화적 기억이다
충청문화역사연구소장(국학박사, 향토사학자, 시인, 칼럼니스트) 신상구
문화심리학자인 김정운 박사는 1962년 출생으로 고려대학교 심리학과를 졸업하고 베를린 자유대학교에서 심리학 석사와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그 후 그는 베를린자유대학교 심리학과 전임강사, 명지대학교 상담실장, 한국여가문화학회 총무이사, 명지대학교 기록과학대학원 여가정보학과 주임교수, 명지대학교 여가문화연구센터 소장, 대통령 자문정책기획위원회 전문위원, 휴먼경영연구원 원장, 일과여가문화연구원 원장, 한국심리학회 공공정책위원회 위원장, 미래전략위원회 u-사회문화특별위장, e스포츠 국제대회지원 선정 위원장, 한국여가문화학회 부회장, 춘천월드레저총회 조직위원회 이사 등을 역임하고 현재는 여러가지문제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그는 50세 때에 명지대 교수를 그만두고 2012년에 교토 사가현 예술전문 단기대학생으로 입학해 만화 공부를 하고 있다. 저서로는『휴테크 성공학』(2003),『노는 만큼 성공한다』(2005),『일본 열광』(2007),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 2009), 『남자의 물건』(2012),『에디톨로지』(2014) 등이 있다.
김정운 박사는 국내 최초로 '휴테크'란 개념과 ‘에디톨로지’란 개념을 제안하고, 조선일보와 경향신문 등 중앙 일간지에 여러 차례 기고하는가 하면, 성인들을 대상으로 특강을 많이 하여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그는 전지전능한 신만이 새로운 것을 창조할 수 있고, 인간은 창조적인 일만 할 수 있다고 한다. 그리고 그는 편집의 창조적인 기능과 재미를 강조하고 있다. 인간은 재미있는 일을 할 때에 가장 행복하다고 말한다. 특히 65세 이상 노인들은 공부를 할 때에 가장 행복하다고 말한다.
그런데 그는 조선일보 2015년 1월 2일자에 기고한 <한해가 시작되는 진짜 이유>란 글에서 역사의 개념을 다음과 같이 독특하게 제시하는 바람에 필자의 관심과 흥미를 끌게 하였다.
“자신의 과거와 단절하는 일은 시간의 연속성으로 설명하는 역사 서술의 기본 원리를 수정해야만 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독일 문화학자 얀 아스만(Jan Assmann)과 알라이다 아스만(Aleida Assmann) 부부는 역사란 시간이 아니라 '기억', 더 정확하게 이야기하면 '문화적 기억(kulturelles Ged?chtnis)'이라고 주장한다. '역사는 사회문화적 맥락에 따라 선택적으로 재구성된다'는 '기억 이론'은 프랑스 사회학자 모리스 알박스(Maurice Halbwachs)의 '집단 기억(m?moire collective)'에서 출발한다. 시간의 종적 흐름에 기초한 역사 서술이 결코 객관적일 수 없으며, 언제나 '상호 주관적'으로 기억되는 집합적, 구성적 특징을 가진다는 주장이다. 이런 집단 기억 혹은 문화적 기억의 수단은 역사 교과서의 텍스트에 국한되지 않는다. 영화, 그림, TV드라마, 박물관, 미술관, 동상에 이르기까지 그 매체가 다양하다(그렇게 보면, 광화문 광장에 나란히 세워진 이순신 장군 동상과 세종대왕 동상으로 매개되는 문화적 기억은 상당히 당황스럽다. 서로 다른 장소 기억이 돼야 한다).
오늘날 한국 사회의 문제는 문화적 기억이 그리 쉽게 하나로 수렴되지 않는다는 사실에 있다. 기억의 매체가 너무 다원화되어 있는 까닭이다. 종이 신문을 보는 사람들은 종이 신문으로 집단 기억을 구성한다. 페이스북, 트위터로 소통하는 이들은 자신들만의 집단 기억을 만들어나간다. 이들의 집단 기억과 초저녁 종편 TV 정치 평론가들의 하이톤에 익숙한 사람들의 집단 기억은 전혀 다르다. 집단 기억이 너무 파편화해 한 국가의 구성원이 공유할 수 있는 역사 내러티브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듯하다. 그러나 아무리 의견이 달라도 '함께 산다'는 공동체적 전제가 사라지면 안 된다. 그래서 위기인 거다. 더 큰 문제는 각각의 집단 기억이 갖는 정서적 내용이다.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분노'다.
2015년, 새로운 한 해를 분노와 원망으로 시작할 수는 없는 일이다. 이렇게 출발하는 한 해가 잘 되길 바라는 건 참으로 과한 욕심이다. 분노의 대안은 '고마움'과 '감사함'이다. 가족도 마찬가지다. 누구 말대로 '아무도 보지 않는다면 밤에 몰래 내다 버리고 싶을 때'가 자주 있는 것이 가족이다. 그래도 함께 사는 것은 어려운 시절을 함께 견뎌준 서로에 대한 고마움 때문이다. 그래서 새해가 되면 온 가족이 죽어라 모이는 거다. 떨어져 지내니 너무 그리워서 그렇다. 모든 공동체의 구성 원리는 동일하다. 공유할 수 있는 감사함에 대한 집단 기억이 없다면 그 공동체는 더 이상 유지될 수 없다.
인간이 가진 가장 아름다운 정서는 '그리움'이다. 글과 그림, 그리움의 어원은 같다. 종이에 그리면 그림이 되고, 마음에 그리면 그리움이 된다. 고마움과 감사함은 그리움의 방법론이다. 도대체 고맙고 감사한 기억이 있어야 그리운 것이 생기는 거다. 분노와 원망으로 황폐화하고 파편화한 한국인의 집단 기억에 결여되어 있는 고마움의 기억을 찾아나가는 한 해가 되어야 한다. 어떻게든 찾아내야 한다. 그래야만 생각의 차이, 의견 충돌도 견뎌낼 수 있다. 그래야만 우리가 '같은 공동체'에 함께 살아야 할 이유가 생긴다.
흠, '유치한' 도덕 교과서 같은 이야기인 거 나도 안다. 그러나 이렇게 착한 결심 하자고 한 해가 새로 시작되는 거다. 그러지 않고서야 멀쩡하게 계속되는 시간의 흐름을 일 년 단위로 끊고 새롭게 시작하자고 이토록 '유치하게' 결심할 이유가 없다. 담배나 끊자고, 살이나 빼자고 한 해가 이토록 요란하게 시작되는 거 절대 아니다.“
김정운 박사는 일과 삶의 조화를 중시하는 ‘휴테크’ 전도사로 존재가 의식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문화가 의식을 결정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리고 그는 세상의 모든 것들은 끊임없이 구성되고, 해체되고, 재구성되는 편집이라고 정의하고 편집학(editology)이란 새로운 학문을 개척했다. 또한 그는 주체적 삶, 재미있는 놀이와 휴식, 고독은 창조적 삶과 편집의 원천임을 강조하고 있다.
김정운 박사의 가장 큰 매력은 공동체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찾아 열정적으로 도전하여 새로운 개념을 계속 창출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참고 문헌>
1. 김정운,『휴테크성공학』, 명진출판사, 2003.
2. 김정운,『여가경영학』, 명지대학교출판부, 2005.
3. 김정운,『에디톨로지』, 21세기북스, 2014.10.24.
4. 김정운, “한 해가 시작되는 진짜 이유”, 조선일보, 2015.1.2일자. A31면.
<필자 약력>
.1950년 충북 괴산군 청천면 삼락리 63번지 담안 출생
.백봉초, 청천중, 청주고, 청주대학 상학부 경제학과를 거쳐 충남대학교 교육대학원 사회교육과에서 “한국 인플레이션 연구(1980)”로 사회교육학 석사학위를 취득하고,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대학교(UBE) 국학과에서 “태안지역 무속문화 연구(2011)"로 국학박사학위 취득
.한국상업은행에 잠시 근무하다가 교직으로 전직하여 충남의 중등교육계에서 35년 4개월 동안 수많은 제자 양성
.주요 저서 :『대천시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1994),『아우내 단오축제』(1998),『흔들리는 영상』(공저시집, 1993),『저 달 속에 슬픔이 있을 줄야』(공저시집, 997) 등 4권
.주요 논문 : “천안시 토지이용계획 고찰”, “천안 연극의 역사적 고찰”, “천안시 문화예술의 현황과 활성화 방안”, “항일독립투사 조인원과 이백하 선생의 생애와 업적”, “한국 여성교육의 기수 임숙재 여사의 생애와 업적”, “민속학자 남강 김태곤 선생의 생애와 업적”, “태안지역 무속문화의 현장조사 연구”, “태안승언리상여 소고”, “조선 영정조시대의 실학자 홍양호 선생의 생애와 업적, "대전지역 상여제작업의 현황과 과제”, "천안지역 상여제조업의 현황과 과제" 등 59편
.수상 실적 : 천안교육장상, 충남교육감상 2회, 충남도지사상, 국사편찬위원장상, 한국학중앙연구원장상, 자연보호협의회장상 2회, 교육부장관상, 문화체육관광부장관상, <문학 21> 신인작품상, 국무총리상, 홍조근정훈장 등 다수
.한국지역개발학회 회원, 천안향토문화연구회 회원, 대전 <시도(詩圖)> 동인, 천안교육사 집필위원, 태안군지 집필위원, 천안개국기념관 유치위원회 홍보위원, 대전문화역사진흥회 이사 겸 충청문화역사연구소장, 보문산세계평화탑유지보수추진위원회 홍보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