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전국적으로 확산되는 대전지역 고서 나눔문화 글쓴이 localhi 날짜 2014.11.28 23:56

                   전국적으로 확산되는 대전지역 고서 나눔문화

          충청문화역사연구소장(국학박사, 향토사학자, 시인) 신상구

   2012년 12월 27일 대전문학관이 동구 용전동에서 개관했다. 대전문학관은 지역의 문화적 자산을 발굴하고 대전문학의 전문성과 체계성을 확립하기 위해 대전의 문학사를 정립하고, 지역문인들의 작품과 역사적 사료를 체계적으로 보존 관리하고 있다. 그리고 문학적 전통을 계승하기 위해 전시 및 교육, 각종 문학 관련 행사를 하고 있다.

  대전문학관이 개관한 이후 문인들은 물론 시민들 사이에 기증 또는 기탁 문화가 확산되어 2013년 12월 29일 현재 대전문학관에는 문인은 물론 다수의 시민들로부터 기증받은 근대 희귀본을 비롯한 문학서적, 2만 6000여 점의 자료가 소장되어 있다. 

  누구나 대전문학관을 방문하여 원하는 소장품 공개를 신청하면, 보고 연구 자료로 활용할 수 있다.

  이미 타계한 문인들의 자녀들 중에서 문학 사료를 대전문학관에 기증한 분으로는 정훈 유족 정병선, 한성기 유족 한용구, 박명용 유족 윤영희 등을 들 수 있다. 그리고 문학 사료를 대전문학관에 기탁한 분으로는 박용래 유족 박연, 최상규 유족 안명숙, 이덕영 유족 이춘실 등을 들 수 있다.

  한편 생존해 있는 문인들 중에서 대전문학관에 문학 사료를 기증 또는 기탁한 분으로는 하유상(하동렬, 전 한국문인협회 이사), 송백헌(충남대 명예교수), 최원규(충남대 명예교수), 한영묵(전 충남대 교수), 도한호(전 침례신학대학교 총장), 이택신(전 대전고 교장) 등을 들 수 있다.

  문학평론가 송백헌(80세)은 2012년 12월 27일 대전문학관 개관 이후 문학서적 및 자료 1만3,000여 권을 기증함으로써 최다 기증자가 되었다. 그런데 그는 백석의 시집 ‘사슴’을 비롯해 정지용의 ‘지용시선’, 박두진 ? 박목월 ? 조지훈 등 청록파의 ‘청록집’, 임화의 ‘회상시집’ 등의 시집들과 이광수의 ‘문장독본’, 한국의 역사와 전통문화에 대한 상식을 기록한 최남선의 ‘조선상식’, 박목월의 ‘문학을 지망하는 청년에게’ 초간본, 유명문인들의 기념문집 등 한국 문학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고가의 귀중도서를 많이 기증해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평북 정주 출신으로 월북한 백석(白石·1912∼1996)의 시집 ‘사슴’ 초판본의 경우, 선광인쇄주식회사에서 100부밖에 찍지 않아 전문가들 사이에서 희귀본으로 꼽힌다. 비매품으로 책을 낸 백섣 시인은 지인들에게 책을 건넸고, 수량이 적다 보니 당시에도 시집을 구하지 못해 아우성이었다. 시인 윤동주도 ‘사슴’ 출간 소식을 듣고 시집을 구하려 애썼으나 구하지 못해 직접 도서관에 가서 필사를 했다. ‘사슴’은 현재까지 모두 4권의 존재가 확인됐다. 이번 대전문학관 소장본 외에 국립중앙도서관, 고려대도서관, 그리고 헌책방 ‘고구마’의 이범순 대표가 한 권씩 갖고 있다. 이 대표는 “수년 전 구입했지만 경로나 구입가를 밝히기 어렵다. 예전에 한 구입 희망자가 5억 원을 부른 적은 있다. 앞으로 가치가 더 높아질 것으로 보여 현재는 팔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한편 충남대 송백헌 명예교수는 1950년대 중반 경북대 사범대를 다닐 때 대구의 한 헌책방에서 ‘사슴’을 구입했는데, 구입할 때만 해도 가치를 몰랐다. 당시는 월북 시인에 대한 평가는 고사하고, 그런 시집을 갖는 것 자체가 조심스러울 때였다. 나중에야 그 가치를 제대로 알았고, 오래전 ‘3000만 원 준다’는 제의을 받았지만 팔지 않았다고 한다.

  1936년 1월 20일 출간 당시 백석 시집 ‘사슴’의 가격은 2원이었는데, 지난 2014년 11월 19일 진행된 경매에서 5,500만 원으로 입찰이 시작돼 7,000만 원에 낙찰됐다. 그리하여 가격이 79년 만에 무려 3,500배나 폭등했다.

  이처럼 희귀본 고서나 골동품은 돈벌이가 잘 되어 요즈음 재테크 수단으로 고서나 골동품을 수집하는 사람들을 흔히 볼 수 있다. 

  문학은 돈벌이가 잘 되지 않아 대부분의 문인들이 곤궁하게 살고 있는데, 돈의 유혹을 뿌리치고 ‘좋은 것은 함께 봐야한다’며 도서관이나 문학관에 고가의 고서를 기증하는 문인들이 많다고 하니 문인들이야 말로 진정한 선비라 할 수 있다.

  한편 이윤 창출을 중시하는 기업가들 중에도 우리나라의 문학작품이 해외로 유출되는 것을 보고 안타까운 마음이 들어, 국내 근현대 문학작품 초판본과 노벨문학상 수상작 초판본 등 국내외 문학작품들을 수집해 사회에 조건없이 환원할 계획을 세우고 있는 훌륭한 기업가가 있어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장인제약 지경환(49·사진) 대표는 지난 10여 년간 ‘사슴’을 비롯해 국내 근현대 문학작품 초판본과 노벨문학상 수상작 초판본 등 국내외 문학작품들을 수집해 왔다. 그렇게 하나둘씩 모은 것이 어느 순간 1만 점을 훌쩍 넘어 회사 안에 430㎡(130평) 정도의 공간을 만들어 작품들을 전시하고 있다. 그런데 지경환 대표는 보다 더 많은 사람과 공유하고 싶어 내년 1만㎡(3000평) 규모의 문학박물관을 준공해 사회에 환원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 얼마나 훌륭한 일인가! 

  장인제약 지경환(49·사진) 대표는 간송 전형필 선생이나 박병선 박사 못지않은 훌륭한 인물인 것 같다.

  지경환 사장이 문학작품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지인에게 독일의 문호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 초판본을 선물받고 난 후 사업에만 매몰됐던 자기의 삶이 풍족해지는 기분을 느꼈기 때문이라고 한다. 나도 지인들로부터 책을 선물로 받았을 때에는 내 삶이 보다 더 픙요롭게 느껴지는 것 같았다. 그리하여 대한민국 국민들 사이에 책을 선물로 주고 받는 풍습이 많아지길 바란다.

  나눔문화는 신자유주의 정책으로 야기된 불평등 문제를 해소하고, 소외된 불우이웃들에게도 살맛나는 사회를 열어주어, 우리 모두가 행복한 민주복지국가를 건설하는 데에 기초가 되고 있다.   

  대한민국이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는 사익보다 공익을 우선하는 훌륭한 인물들이 앞으로도 많이 나와 나눔문화가 사회 곳곳에 확산되어야 한다.                                    

                                       <참고문헌>

   1. 황인찬, “윤동주도 못구한 4번째 귀한 손님 찾아오다”, 동아일보, 2013.3.12일자.

   2. 류용태, “대전문학관, 근대문학도서 보고(寶庫)길을 걷다 - 송백헌 교수 등 귀중 자료 잇단 기증으로 총 2만6천여 점 보관 중”, 디트뉴스, 2013.12.4일자.

   3. 최정우, “대전문학관 1주년 원로문인 회고전 성료”, 충청투데이, 2013.12.30일자. 11면.

   4. 김민영, “대전문학관에 귀중도서 기증 - 한영목 전 충남대 교수, 장삼이사 등 7권”, 중도일보, 2014.9.15.

   5. 유민환, “좋은 것은 함께 봐야… 문학작품 초판본 사회환원 - ‘근현대 초판본 박물관’ 추진하는 지경환 장인제약 대표”, 문화일보, 2014.11.25일자. 29면.

                                              <필자 약력>

   .1950년 충북 괴산군 청천면 삼락리 63번지 담안 출생

   .백봉초, 청천중, 청주고, 청주대학 상학부 경제학과를 거쳐 충남대학교 교육대학원 사회교육과에서 “한국 인플레이션 연구(1980)”로 사회교육학 석사학위를 취득하고,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대학교(UBE) 국학과에서 “태안지역 무속문화 연구(2011)"로 국학박사학위 취득

   .한국상업은행에 잠시 근무하다가 교직으로 전직하여 충남의 중등교육계에서 35년 4개월 동안 수많은 제자 양성

   .주요 저서 :『대천시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1994),『아우내 단오축제』(1998),『흔들리는 영상』(공저시집, 1993),『저 달 속에 슬픔이 있을 줄야』(공저시집, 997) 등 4권

   .주요 논문 : “천안시 토지이용계획 고찰”, “천안 연극의 역사적 고찰”, “천안시 문화예술의 현황과 활성화 방안”, “항일독립투사 조인원과 이백하 선생의 생애와 업적”, “한국 여성교육의 기수 임숙재 여사의 생애와 업적”, “민속학자 남강 김태곤 선생의 생애와 업적”, “태안지역 무속문화의 현장조사 연구”, “태안승언리상여 소고”, “조선 영정조시대의 실학자 홍양호 선생의 생애와 업적, "대전지역 상여제작업의 현황과 과제”, "천안지역 상여제조업의 현황과 과제" 등 58편

   .수상 실적 : 천안교육장상, 충남교육감상 2회, 충남도지사상, 국사편찬위원장상, 한국학중앙연구원장상, 자연보호협의회장상 2회, 교육부장관상, 문화체육관광부장관상, <문학 21> 신인작품상, 국무총리상, 홍조근정훈장 등 다수

   .한국지역개발학회 회원, 천안향토문화연구회 회원, 대전 <시도(詩圖)> 동인, 천안교육사 집필위원, 태안군지 집필위원, 천안개국기념관 유치위원회 홍보위원, 대전문화역사진흥회 이사 겸 충청문화역사연구소장, 보문산세계평화탑유지보수추진위원회 홍보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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