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문화역사연구소장(국학박사, 향토사학자, 시인) 신상구
2014년 음력 10월 3일은 제4346주년 개천절(開天節)이다. 개천절은 국조 단군이 최초의 민족 국가인 고조선을 건국했음을 기념하기 위해 제정된 국경일로, 3·1절 ? 광복절 ? 제헌절 ? 한글날과 함께 대한민국 5대 국경일의 하나이다. 단군신화의 의미를 잘 모르면, 개천절의 의미를 잘 알 수가 없다. 그리하여 제4346주년 개천절을 맞이하여 단군신화 속의 단군왕검과 천부인의 역사적 의미을 구체적으로 알아보았다.
우리 민족의 시조 신화인 단군 이야기는 여러 역사책에 기록되어 있다. 수록된 내용은 책에 따라 약간씩 다르지만,『삼국유사』, 『응제시주』, 『제왕운기』, 『동국통감』, 『동국여지승람』등에 실려 있다. 단군 이야기를 가장 먼저 서술하고 있는 책은 『삼국유사』로, 고려 후기인 13세기에 승려 일연이 쓴 책이다.. 일연은 이 책에 단군 이야기를 쓰면서 중국의 역사서인『위서』와 우리나라 옛날 기록인 『고기』를 참고하여 쓴다고 기록하고 있다. 따라서 일연이 살던 시대 이전에 이미 단군 이야기는 기록으로 남아 전승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1. 단군신화
옛날 옛날 아주 오래전 옛날, 기원전 2300년도 훨씬 더 전의 옛날 이야기예요. 하늘 신인 환인에게 환웅이라는 아들이 있었어요. 그런데 이 아들은 하늘에서 살기보다는 인간 세상에 내려가 사람들과 부대끼며 살기를 원했어요. 환웅은 환인을 날마다 졸랐어요.
“아버지, 저는 인간들과 함께 살고 싶어요. 제발 저를 인간 세상에서 살도록 허락해 주세요.”
환웅이 간절히 원하자, 환인은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하라.(弘益人間)”고 신신 당부를 하며, 인간 세상을 다스리는 증명서인 천부인(天符印) 3개를 주어 땅으로 내려 보냈어요. 환웅은 아버지의 허락을 받자마자, 곧바로 무리 3천여 명을 이끌고 태백산 자락으로 쏜살같이 내려왔어요. 환웅이 데리고 온 무리 중에는 비 내리는 것을 주관하는 관리, 바람을 불게 하는 관리, 구름을 움직이게 하는 관리를 비롯한 여러 관리들이 있어서 곡식과 생명, 질병, 형벌, 선악 등과 같은 인간의 삶에 필요한 360여 가지 일을 담당했어요.
태백산 자락으로 내려온 환웅 무리는 그곳에 신의 도시(神市)를 꾸미고 열심히 살았어요. 그런데 하루는 곰과 호랑이가 환웅을 찾아와 사람이 되게 해 달라고 손이 발이 되도록 싹싹 빌었어요. 환웅은 처음에는 이들의 요구를 거절했어요. 그러나 워낙 끈질기게 매달리자, 그 정성이 갸륵하여 이들에게 쑥 한 자루와 마늘 스무 쪽을 주면서 당부를 했어요.
“이 신령스러운 쑥과 마늘을 먹으며 100일 동안 햇빛을 보지 말아라. 그러면 사람이 될 것이다.”
그날부터 둘은 빛이 들지 않는 동굴 속에 들어가 쑥과 마늘만 먹으며 사람 되기를 간절히 기원했어요. 곰은 잘 참아 21일 만에 여자의 몸으로 다시 태어났어요. 하지만 성질이 급한 호랑이는 약속한 기일까지 참지 못하고 굴 밖으로 나와 버려 사람이 되지 못했어요.
여자로 다시 태어난 곰은 너무나 기뻤어요. 곰에서 변신한 여자여서 사람들이 ‘웅녀(熊女)’라고 불렀어요. 하지만 웅녀에게는 말 못할 고민이 하나 있었어요. 아무리 예쁘게 꾸미고 다녀도 사람들이 눈길을 주지 않았어요. 자신도 다른 여자들처럼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고 싶은데, 어느 누구도 말을 걸어 주지 않으니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었어요. 웅녀는 다시 환웅을 졸랐어요.
“아이가 너무 갖고 싶습니다. 아이 하나만 점지해 주십시오.”
웅녀가 간절히 원하자, 환웅은 애처롭게 여겨서 몰래 인간으로 변장하여 하룻밤을 그녀와 함께 보냈어요. 그 후 웅녀의 몸에 아이가 들어서서 열 달이 지나 떡두꺼비 같은 건강한 아들을 낳았어요. 이 아이가 고조선의 첫 번째 임금인 단군왕검이에요
2. 곰과 호랑이의 의미
곰과 호랑이가 사람이 되려 했고, 곰이 여자로 변했다. 가능할까요? 말도 안 되지요. 그런데 여기에도 당시 사회를 알 수 있는 역사적 사실이 숨겨져 있어요. 환웅으로 상징되는 부족이 북방에서 이주해온 이주민이라면, 곰과 호랑이는 태백산 지역에 아주 오래전부터 살고 있던 토착민 부족들이에요. 즉, 곰을 토템으로 믿는 부족과 호랑이를 토템으로 믿는 부족이 태백산 주변에 살고 있었어요. 이들은 환웅 부족이 신무기인 청동기로 무장하고 북쪽에서 내려오자, 쫓겨나지 않기 위해 함께 사이좋게 살자고 애원을 했어요. 하지만 어찌 된 일인지 환웅 부족은 호랑이 부족은 내치고 곰 부족하고만 짝짜꿍하며 살았어요.
3. 단군왕검의 의미
단군왕검(檀君王儉)은 단군의 정식 이름이다. 단군(檀君)은 제사장을, 왕검(王儉)은 정치적 지배자를 뜻한다. 따라서 단군왕검은 제정일치 사회였던 고조선 시대에 백성들을 다스리던 군장의 칭호이다. 그렇기 때문에 대를 이어 가며 1,908년을 살 수 있었다. 즉, 개인의 이름이 아니라 지배자의 칭호였기에 1,500여 년 동안 나라를 다스린 것처럼 역사책에 기록될 수 있었다..
4. 천부인의 의미
천부인(天符印)은 하느님인 환인(桓因)이 환웅(桓雄)을 자신의 대리인으로 땅에 내려보냈음을 증명하는 증거품을 말한다. 여기서 ‘부(符)’와 ‘인(印)’은 관리의 신분을 나타내는 물건들이다. 따라서 이 증표는 인간 세상에 대한 환웅의 지배가 하늘의 뜻임을 강하게 나타낸 것이다.
그런데 천부인 3개가 뭘까요? 확실하게 알 수는 없지만, 청동기 시대에 지배자의 권위를 상징하는 것은 칼과 거울, 굽은 옥이었어요. 따라서 천부인은 청동 검, 청동 거울, 굽은 옥일 가능성이 크다.
5. 고조선과 조선의 차이점
일연은 『삼국유사』에서 단군이 세운 조선을 위만 조선과 구별하기 위해 위만 조선보다 앞선 조선이라는 의미에서 ‘옛 고(古)’자를 붙여 ‘고조선(古朝鮮)’이라 했어요. 따라서 우리가 고조선이라 부르는 우리 민족 최초의 국가는 정식 이름이 ‘조선’이에요. 위만 조선은 중국에서 고조선 땅으로 들어온 위만이라는 망명객이 단군 조선을 멸망시키고 세운 나라예요. 한편, 1392년에 이성계가 세운 ‘조선’과 구별하기 위하여 단군이 세운 조선을 ‘고조선’이라 부르기도 해요.
6. 단군신화에서 찾을 수 있는 역사적 사실
단군 신화를 신화가 나타나던 시기의 고고학적 유물이나 역사 기록을 바탕으로 해석해 보면, 당시 사람들의 생활상을 어느 정도 복원할수 있어요. 단군의 아버지인 환웅이 하늘에서 내려왔다고 했지요? 옛 사람들은 하늘을 두려워하고 신성스럽게 여겼어요. 그래서 나라를 다스리는 사람들은 어떻게 해서든지 자신의 권위가 하늘로부터 부여받은 신성한 것임을 입증하려 했어요.
단군으로 상징되는 지배 부족도 하늘의 권위를 빌려 무리들을 통치하려 했기에 자신들의 선조가 하늘에서 내려왔음을 은연중에 강조하고 있어요. 하지만 단군 부족의 선조들은 하늘에서 내려온 것이 아니고, 북방에서 내려온 이주민일 가능성이 커요. 고조선은 청동기 문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국가이고, 그 세력권이 만주와 한반도 북부인데, 이 지역에서 출토되는 청동기 유물들은 죄다 북방 계통이에요. 그런데 왜 이들은 북쪽에서 내려왔으면서 하늘에서 내려왔다고 뻥을 쳤을까요? 그것은 하늘로부터 선택받은 자라고 행세하면서 토착민에 대한 지배권을 강화하려 했기 때문이에요.
<참고문헌>
1. 일연,『삼국유사』, 1512.
2. 장용준 ? 서은경, 『한국사 인물카페』, 북멘토, 2010.7.20.
<필자 약력>
.1950년 충북 괴산군 청천면 삼락리 63번지 담안 출생
.백봉초, 청천중, 청주고, 청주대학 상학부 경제학과를 거쳐 충남대학교 교육대학원 사회교육과에서 “한국 인플레이션 연구(1980)”로 사회교육학 석사학위를 취득하고,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대학교(UBE) 국학과에서 “태안지역 무속문화 연구(2011)"로 국학박사학위 취득
.한국상업은행에 잠시 근무하다가 교직으로 전직하여 충남의 중등교육계에서 35년 4개월 동안 수많은 제자 양성
.주요 저서 : 『대천시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 『아우내 단오축제』 등 4권
.주요 논문 : “천안시 토지이용계획 고찰”, “천안 연극의 역사적 고찰”, “천안시 문화예술의 현황과 활성화 방안”, “항일독립투사 조인원과 이백하 선생의 생애와 업적”, “한국 여성교육의 기수 임숙재 여사의 생애와 업적”, “민속학자 남강 김태곤 선생의 생애와 업적”, “태안지역 무속문화의 현장조사 연구”, “태안승언리상여 소고”, “조선 영정조시대의 실학자 홍양호 선생의 생애와 업적, "대전지역 상여제작업의 현황과 과제”, "천안지역 상여제조업의 현황과 과제" 등 58편
.수상 실적 : 천안교육장상, 충남교육감상 2회, 충남도지사상, 국사편찬위원장상, 한국학중앙연구원장상, 자연보호협의회장상 2회, 교육부장관상, 문화체육관광부장관상, <문학 21> 신인작품상, 국무총리상, 홍조근정훈장 등 다수
.한국지역개발학회 회원, 천안향토문화연구회 회원, 대전 <시도(詩圖)> 동인, 천안교육사 집필위원, 태안군지 집필위원, 천안개국기념관 유치위원회 홍보위원, 대전문화역사진흥회 이사 겸 충청문화역사연구소장, 보문산세계평화탑유지보수추진위원회 홍보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