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5주년 순국선열의 날을 기념하며
충청문화역사연구소장(국학박사, 향토사학자, 시인) 신상구(辛相龜)
2014년 11월 17일은 순국선열의 날 제75주년이 되는 아주 뜻 깊은 날이다. 그런데 아쉽게도 우리 한민족 중에 순국선열의 날을 기억하고 기념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는 것 같다.
제75회 순국선열의 날 기념식은 2014년 11월 17일 오전 11시에 용산구 효창동 백범기념관 컨벤션홀에서 국가보훈처(처장 박승춘) 주관으로 열렸다. ‘순국선열의 희생, 평화통일로 꽃피우자’라는 주제로 열린 이날 기념식에는 정홍원 국무총리를 비롯하여 원로애국지사 및 독립유공자 유족, 독립운동관련단체장, 정부 및 각계 주요인사 등 1,0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순국선열의 날 약사보고, 독립유공자 정부포상과 국무총리 기념사, 기념공연, 순국선열의 노래 등의 순으로 진행됐다.
정홍원 국무총리는 제75회 순국선열의 날 기념사를 통해 “올바른 역사인식의 바탕에서 진솔한 자세로 한·일 두 나라가 미래지향적인 우호협력관계로 나아가기를 기대한다”고 역설했다.
전국 각 시도와 호주와 카자흐스탄에서도 제75주년 순국선열의 날 기념행사가 개최되었다. 카자흐스탄에서는 2014년 11월 15일(토) 카자흐스탄 독립유공자협회 주관으로 알마티 한국교육원에서 독립유공자 후손과 고려인, 교민 등 3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기념식이 개최되었다. 그리고 호주에서는 2014년 11월 17일(월) 재호주광복회 주관으로 시드니 한인회관에서 독립유공자 후손, 현지 교민 등 4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기념식을 거행했다.
순국선열의 날은 일본의 조선 침략과 식민지 지배에 맞서 국권 회복을 위해 항거하고 헌신한 독립운동 유공자들 가운데 일신(一身)과 목숨을 잃은 순국선열(殉國先烈)의 숭고한 독립정신과 희생정신을 후세에 길이 전하고, 이들의 얼과 위훈을 기리기 위해 각종기념일등에관한규정’에 따라 1997년 5월 9일 국가기념일로 제정한 법정기념일로 매년 양력 11월 17일에 기념식이 엄숙히 거행된다.
순국선열의 날 유래를 고찰해 보면, 1919년 중국 상해에서 수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가 1939년 11월 21일에 임시의정원 제31회 임시총회를 개최하였는데, 그 때에 지청천(池靑天1888-1957) ? 차이석(車利錫, 1881-1945)을 비롯한 6인이 양력 11월 17일을 ‘순국선열공동기념일(殉國先烈共同記念日)’로 제안하였고 원안대로 의결되어 기념일이 시작되었다. 11월 17일을 기념일로 선택한 것은 1905년 11월 17일에 체결된 을사조약(乙巳條約)의 치욕을 잊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현하기 위해서였다. 대한민국임시정부는 순국선열공동기념일을 제정한 이후 광복이 될 때까지 추모 행사를 주관했다. 광복 초기부터 한국전쟁 시기까지는 민간단체가 기념 행사를 주관했다. 1955년부터 1969년까지는 정부 주관의 기념 행사가 거행되었는데, 1962년 이후부터는 국가보훈처에서 주관했다. 1970년 이후에는 정부 행사 간소화 조치로 인해 공식 행사는 현충일(顯忠日) 추념식에 포함되어 거행되었으나 민관 합동의 추모제는 계속되었다. 1997년에 국가기념일로 제정됨에 따라 그해의 기념식부터 다시 정부가 주관하는 행사가 되었다. 순국선열의 날이 제정된 것은 당시의 정부가 추진하고 있던 ‘역사 바로 세우기’ 정책의 구체화라고 볼 수 있다.
순국선열(殉國先烈)의 사전적 의미는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쳐 먼저 죽은 열사를 의미한다. 그런데 국가보훈처 규정에 의하면, 순국선열은 ‘일제의 국권 침탈 전후로부터 1945년 8월 14일까지 국내외에서 일제의 국권 침탈을 반대하거나 독립운동을 하기 위하여 항거하다가 순국한 자로서 그 공로로 건국훈장, 건국포장 또는 대통령표창을 받은 자’를 지칭한다.
국민들에게 널리 알려진 대표적인 순국선열로는 안중근, 윤봉길, 신채호, 유관순, 이봉창, 백정기, 나석주, 이준, 김상옥, 서일 등을 들 수 있다.
지금 학계에서는 순국선열의 수를 약 15만 명 정도로 보고 있는데, 대한민국 순국선열 위패봉안관에는 2,835위만 봉안되어 있다. 그런데 순국선열 2,835명의 후손 가운데 유족 보상금을 받는 후손은 26%(734명)에 불과하고, 나머지 후손들은 생사도 파악되지 않았다. 그리고 서대문 독립공원 내에 위치해 있는 대한민국 순국선열 위패봉안관은 179.45㎡(54평)으로 아파트 한 채 정도 공간에 불과하다. 또한 대한민국 순국선열 위패봉안관을 관리하고 있는 순국선열유족회는 순국선열 후손들로 구성되어 있는데, 법정 보훈단체로 지정돼 있지 않아 국고 지원이 전혀 없어 극도의 재정란을 겪고 있다. 광복 후 생존 인물들이 중심이 돼 구성됐던 광복회가 정부 지원 속에 독립유공자 추모 사업을 활발하게 펼치는 것과 대조적이다. 순국선열유족회 김시명 회장은 “월간지 ‘순국’의 발행 수익과 회원들의 회비를 통해 어렵게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정부가 좀 더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국가보훈처에 의하면 광복이후 포상된 독립유공자는 총 13,744명인데, 금년에 포상된 인원은 3ㆍ1절, 광복절 계기 포상자를 포함하여 총 341명이라고 한다. 그런데 아직도 국가보훈처로부터 독립유공자로 인정을 받지 못해 생활고에 허덕이는 독립유공자들이 많다고 한다.
제75주년 순국선열의 날을 맞이하며 국민들 모두가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자유와 번영과 평화는 오로지 국가와 민족을 위해 희생하고 헌신하신 순국선열의 덕분이라는 사실을 확실하게 인식하고, 해마다 돌아오는 순국선열의 날을 잊지 않고 기념해야 한다. 그리고 순국선열(殉國先烈)의 숭고한 독립정신과 희생정신을 후세에 길이 전하고, 이들의 얼과 위훈을 기리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한국 정부가 이제는 순국선열과 그 후손들을 국격에 맞게 제대로 대우하여 대한민국의 기본을 바로 세우고 민족의 정체성을 확립하며 민족정기를 하루 빨리 회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참고문헌>
1. “순국선열의 날”,『한국민속대백과사전』, 국립민속박물관, 2014.
2. 강성현, “순국선열의 날을 맞이하며”, 국제뉴스, 2014.11.14일자.
3. 이영찬, ‘순국선열의 희생, 평화통일로 꽃피우자 - 보훈처, 제75회 순국선열의 날 행사“, 코나스, 2014.11.17일자.
4. 이덕일, “순국선열의 날을 아십니까?”, 문화일보, 2014.11.17일자. 29면.
5. 황인찬, “2014년, 순국선열들이 웁니다”, 동아일보, 2014.11.18일자. A14면.
<필자 약력>
.1950년 충북 괴산군 청천면 삼락리 63번지 담안 출생
.백봉초, 청천중, 청주고, 청주대학 상학부 경제학과를 거쳐 충남대학교 교육대학원 사회교육과에서 “한국 인플레이션 연구(1980)”로 사회교육학 석사학위를 취득하고,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대학교(UBE) 국학과에서 “태안지역 무속문화 연구(2011)"로 국학박사학위 취득
.한국상업은행에 잠시 근무하다가 교직으로 전직하여 충남의 중등교육계에서 35년 4개월 동안 수많은 제자 양성
.주요 저서 : 『대천시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 『아우내 단오축제』 등 4권
.주요 논문 : “천안시 토지이용계획 고찰”, “천안 연극의 역사적 고찰”, “천안시 문화예술의 현황과 활성화 방안”, “항일독립투사 조인원과 이백하 선생의 생애와 업적”, “한국 여성교육의 기수 임숙재 여사의 생애와 업적”, “민속학자 남강 김태곤 선생의 생애와 업적”, “태안지역 무속문화의 현장조사 연구”, “태안승언리상여 소고”, “조선 영정조시대의 실학자 홍양호 선생의 생애와 업적, "대전지역 상여제작업의 현황과 과제”, "천안지역 상여제조업의 현황과 과제" 등 58편
.수상 실적 : 천안교육장상, 충남교육감상 2회, 충남도지사상, 국사편찬위원장상, 한국학중앙연구원장상, 자연보호협의회장상 2회, 교육부장관상, 문화체육관광부장관상, <문학 21> 신인작품상, 국무총리상, 홍조근정훈장 등 다수
.한국지역개발학회 회원, 천안향토문화연구회 회원, 천안교육사 집필위원, 태안군지 집필위원, 천안개국기념관 유치위원회 홍보위원, 대전문화역사진흥회 이사 겸 충청문화역사연구소장, 보문산세계평화탑유지보수추진위원회 홍보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