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는 30일 정부 관보를 통해 공개되는 새 역사 교과서 명단은 ‘역사 전쟁’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다. 건국절과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 자유민주주의, 홍범도 장군 등 쟁점이 수두룩하다. 국정농단과 촛불 집회, 문재인정부, 현 윤석열정부 관련 기술 역시 폭발력을 가질 수 있다. 야당은 새 역사 교과서에 대응하는 별도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는 등 본격적인 역사 전쟁에 대비하는 모습이다.
21일 교육계에 따르면 새 역사 교과서에서 주목할 사안은 1948년 8월 15일의 의미를 다루는 건국절 논란이다. 보수 역사계는 이날을 대한민국의 건국 시점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국가를 구성하는 주권과 국민, 영토를 회복한 날이므로 건국이란 설명이다. 진보 역사계는 이날은 단지 정부 수립이고 건국은 1919년 3·1운동과 임시정부 수립이라고 주장한다. 역사 교과서에 ‘대한민국 수립’ ‘대한민국 정부 수립’ 같은 표현을 두고 치열하게 맞붙는다.
윤석열정부가 강조하는 ‘자유’가 어떻게 다뤄질지도 주목된다. ‘자유민주주의’와 ‘민주주의’ 논쟁인데, 자유민주주의란 표현을 써야 한다는 보수 역사계의 주장과 민주주의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진보 역사계의 입장이 충돌한다. 보수 역사계는 자유를 빼고 민주주의만 쓰면 북한의 사회민주주의와 구분하기 어렵다고 본다.
이승만 전 대통령 관련 내용에도 이목이 쏠린다. 이 전 대통령의 업적을 부각한 다큐멘터리 영화 ‘건국전쟁’이 보수 진영에서 상당한 호응을 받았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이승만정부의 ‘농지개혁’을 극찬했고, 건국전쟁을 직접 관람하기도 했다. 현행 교과서에서 공산주의의 침략으로부터 나라를 지켜낸 업적보다 남한 단독정부를 주장한 ‘정읍발언’이나 독재를 부각해 다루고 있다는 게 보수 역사계의 시각이었다.
교육계에서는 교육부에서 교과서 검정 업무를 담당하는 주요 간부들의 인적 구성에도 주목하고 있다. 박근혜정부 당시 역사 교과서 국정화를 담당했던 인물들이 대거 포진해 있기 때문이다. 오석환 차관, 김연석 책임교육정책실장, 박성민 기획조정실장 등은 국정 교과서 파동 당시 실무자였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교육부가 보수 진영의 역사관을 상당 부분 수용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면서도 “역사 논쟁의 파괴력을 잘 아는 인사들이 포진한 만큼 오히려 논란을 최소화하는 노련한 방식으로 검정이 이뤄졌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역사 교과서 공개를 앞두고 야당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가칭 ‘역사쿠데타 저지 태스크포스(TF)’를 구성키로 했다. 중진급 의원을 TF의 대표로 두고 역사 전문가인 김준혁 의원 등이 간사를 맡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일 오전에는 민주당 교육위 소속 의원과 보좌진이 김정인 춘천교대 교수를 초청해 교과서의 쟁점을 토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의원실 관계자는 “역사 교과서를 주제로 전국 순회 토론회 등을 열고 역사 교과서 문제를 짚을 계획”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