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디지털 혁명 시대를 맞이한 AI의 미래의 탐험 여행 글쓴이 신상구 날짜 2021.12.21 02:23

정화(鄭和)는 중국 명나라 시대에 1405년부터 1430년까지 일곱 차례에 걸쳐 동남아 지역의 해양 대원정을 이끈 인물이다. 그는 중앙아시아 이슬람교 집안 출신 색목인 환관이었으며, 중국사에 길이 남는 대항해라는 업적을 남겼다. 그의 항해 거리는 무려 18만5000㎞에 이르렀다. 그러나 명나라는 정화의 대원정이 끝나고 더 이상 해상 진출에 큰 관심을 두지 못했다. 북원(北元)과의 전쟁으로 전비 소모가 컸고, 원정대 보내는 것도 엄청난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정화의 대원정으로 습득된 외부 세계에 대한 지식도 중국 지식층에게 널리 퍼지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중국은 농업에 절대적 가치를 두는 자기 충족적 고립주의로 나아갔다.

우주 대항해 시대에 필요한 탐험(探險) 정신

한편, 지구 반대편 유럽인들은 15세기 초부터 시작해 16세기 초까지 대항해시대를 열었다. 대항해시대에 유럽인들은 아메리카로 가는 해양 항로와 아프리카를 돌아 인도⋅동남아시아⋅동아시아로 가는 해양 항로를 개척하였다. 더 나아가 최초로 세계 일주를 하는 등 다양한 지리상의 발견을 이룩했다. 이를 계기로 한정된 교역만으로 이어가거나 아예 존재조차 알지 못했던 각 문명권이 본격적으로 연결되기 시작했고 이것이 진정한 의미의 세계사가 시작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여기서 시대 변화와 세계의 연결을 주도했던 대항해시대의 핵심 동력은 바로 ‘탐험(探險) 정신’이다. 지금 그 탐험 정신이 인공지능과 메타버스로 대표되는 디지털 혁명 시대를 맞아 되살아나고 있다.

일론 머스크가 설립한 우주탐사 기업 스페이스X가 ‘우주 대항해 탐험’을 선도하고 있다. 스페이스X는 우주 발사체, 로켓 엔진, 우주 화물선, 위성 인터넷, 행성 간 우주선 등을 설계⋅제조하고 있다. 더욱이 화성을 식민지화하려는 원대한 꿈을 갖고 있다. 여기에 더해 4만2000개의 인공위성을 발사해 지구상 모든 나라에 위성 인터넷을 보급하는 스타링크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언제⋅어디서나, 누구나 초고속으로 접속 가능한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연결망을 만들겠다는 의도이다. 이러한 목적으로 우주 탐험에 나선 것이다. 우주 개척을 통해 우주 문명과 자원이 서로 연결되는 새로운 우주 역사가 쓰이기 시작했다. 이러한 탐험은 우주 개척에만 머물지 않고 인공지능 알고리즘에서도 그대로 재현되고 있다.

알파고 인공지능에서 쓰이는 탐험 알고리즘

알파고는 구글 딥마인드(DeepMind)에서 개발한 바둑 인공지능 프로그램이다. 프로기사인 이세돌 9단과 대국했었다. 그 이후 구글 딥마인드는 알파제로(AlphaZero)를 다시 개발했다. 여기에서는 더 이상 인간이 구축한 바둑 데이터인 기보를 학습에 사용하지 않는다. 인공지능이 독학으로 바둑을 독파하는 강화 학습 방법이 사용된다. 강화 학습에서는 인공지능 스스로 다양한 탐험을 시도하고 이를 토대로 경험을 쌓아 최고의 승률을 얻도록 학습한다. 일종의 자율학습이다. 다르게 말해서 미지의 수(手)를 끊임없이 다양하게 시도해 보고 경험을 쌓는다. 이 과정을 강화 학습에서 ‘탐험(Exploration)’이라고 부른다. 탐험을 많이 할수록 지능이 향상되는 것이다. 그 탐험을 인간이나 선박, 혹은 우주선을 대신해 디지털 컴퓨터가 수행한다. 여기서 항해 지도와 나침반에 해당하는 것이 탐험 알고리즘이다. 탐험을 통해 신비의 수(手)가 나오는 것이다. 인공지능은 인간보다 호기심도 많고 도전적이다. 두려움도 없으며 탐험 자체를 즐긴다.

한편, 기존에 알려진 경험과 지식을 최대한 이용해 효율적으로 학습하는 알고리즘을 ‘활용(Exploitation)’이라고 한다. 쉽게 설명하자면 교과서 공부에 충실한 주입식 학습 방법이다. 안전한 접근 방법이지만 혁신과 새로운 발견은 없다. 최근의 강화 학습에서는 이처럼 탐험과 활용을 적절히 배분해서 학습 비용을 줄이면서도 정확하고 빠른 결정을 내리려고 하는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 이 방법론을 모방 학습(Imitation Learning)이라고 부른다. 이렇게 탐험과 활용이 인공지능의 핵심 알고리즘이 되어가고 있다.

미래를 위한 탐험과 축적이 필요한 시대

수학에 수열 영역이 있다. 일정 주기를 반복하면서 일정 비율로 증가하는 수의 총합을 수열식으로 표현한다. 이때 중요한 변수가 총 횟수(n)와 증가율(r)이다. 수열에서 총 횟수가 늘어나거나 증가율이 올라가면 총합도 크게 증가한다. 이는 수학이 표현하는 ‘축적의 힘’이다. 이때 증가율이 ‘1′에 가까우면 수열의 총합은 무한대로 증가한다. 반대로 음수가 되면 총합의 값은 요동을 친다. 따라서 양수를 갖는 증가율을 확보하려면 최고의 승률을 갖는 축적의 길을 찾아야 한다. 그 길은 경험에서 오고, 그 경험은 바로 탐험에서 찾는다. 축적의 비결이다.

우리 사회는 이제까지 과학, 기술, 산업과 교육, 그리고 정치, 경제, 문화 등 모든 영역에서 빠른 활용의 길을 선택해 발전해 왔다. 이는 남들이 개척한 길을 쉽게 따라가는 빠른 추종자의 길이다. 지금까지는 효율이 좋았지만, 한계가 보이기 시작한다. 그래서 모두 힘들어한다. 자체 코로나19 백신도 없고, 과학 분야 노벨상 수상자도 없다. 이제 디지털 혁명 시대를 맞아 각 분야에서 선구자가 될 기회가 왔다. 더 이상 과거의 경험과 이념에 매몰되지 않고, 모방보다는 미래의 탐험을 떠나는 창조적 행동이 필요하다. 이러한 탐험에는 호기심, 열정, 탐구심과 함께 용기와 끈기가 있어야 한다. 그 가치를 인정하는 정신, 문화와 정책이 필요하다. 새해부터 다 같이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탐험을 떠나자.

​ <참고문헌>


1. [김정호, "인공지능, 기존 지식 배우기 넘어… 안 가본 길 ‘탐험’까지 한다", 조선일보, 2021.12.20일자. A3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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