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가두의 철학자' 채현국 효암학원 이사장 별세 글쓴이 신상구 날짜 2021.04.03 00:46

                                                                     '가두의 철학자' 채현국 효암학원 이사장 별세


    민주화 운동가들을 지원해 온 '시대의 어른' 채현국 효암학원 이사장이 2일 오후 5시 노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86세.

   고인은 1935년 대구에서 태어나 서울대 철학과를 졸업했다. 1961년 중앙방송(현 KBS) PD로 입사했으나, 군사 정권의 부당한 방송 제작 지시에 불만을 품고 3개월 만에 사표를 냈다.

   이후 부친이 운영하던 광산업체인 흥국탄광을 물려받아 공격적인 경영을 펼치며 굴지의 광산업자가 됐다. 한땐 전국에서 소득세 납부 실적으로 2위에 오를 정도로 거부였다.

한국일보

2019년 3월 15일 본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는 채현국 효암학원 이사장. 한국일보 자료사진


     그러나 1972년 10월 유신 이후 박정희 정권의 앞잡이가 돼야 하는 상황이 올까 우려해 1973년 잘 운영하던 흥국탄광을 정리했다. 아버지의 사업을 잠깐 거들려고 했는데, 의도치 않게 부자가 된 걸 부끄럽게 여겨왔다는 점도 사업을 접은 배경으로 작용했다. 탄광업을 정리하면서 그는 10년치 퇴직금을 광부들과 동업자들에게 나눠줬다. 채 이사장은 생전 "혼자 많은 돈을 가져봤자 아무 소용이 없다"는 말을 해왔다.

     나누는 삶을 몸소 실천한 채 이사장은 독재에 저항하는 이들에겐 든든한 '뒷배'였다. 도피생활을 하는 민주화 운동가들을 숨겨주거나 셋방살이를 하는 해직 기자들에게 집을 지원해 주는 등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당대의 기인', '가두의 철학자'로 불린 배경이다.

     탄광사업을 정리한 그는 1974년 효암학원을 개교하고 이사장이 됐다. 채 이사장은 효암고와 개운중을 거느린 효암학원에서 줄곧 무급으로 일해 왔다.

    채 이사장이 파격적 행보를 거듭한 건 1945년 8·15 해방이 안긴 충격 때문이다. 일제강점기 때 태어난 그는 스스로를 일본인이라 생각했다. 채 이사장은 2019년 3월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1945년 8월 15일 나라가 해방됐다고 온 동네가 난리인데 스스로를 황국신민이라 생각해온 나로선 '나라가 망했다는데 왜 저리 좋아하나' 의아했다"고 말했을 정도. 자신의 말과 행동하는 방식이 세뇌된 것에 불과했다는 깨달음을 얻은 그는 이후 돈과 명예, 권력에 휘둘리지 않는 삶을 살아왔다.

    빈소는 서울대병원에 마련됐으며, 발인은 5일 오전 9시에 진행될 예정이다.


                                                                                      <참고문헌>

    1. 윤한슬, " '가두의 철학자' 채현국 효암학원 이사장 별세", 한국일보, 2021.4.3일자.


시청자 게시판

2,114개(8/106페이지)
시청자 게시판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공지 <시청자 게시판> 운영원칙을 알려드립니다. 박한 45325 2018.04.12
1973 <특별기고> 연담 이운규 선생의 후천개벽사상과 남학의거운동 신상구 360 2023.02.19
1972 <특별기고> 2023년 정월대보름 맞이 대동 장승제 봉행을 신상구 271 2023.02.19
1971 주역과 천부경의 대가 대산 김석진 선생 타계를 추모하며 사진 신상구 476 2023.02.19
1970 <특별기고> 운초 계연수 선생의 생애와 업적<실존인믈&g 신상구 691 2022.09.15
1969 한국전통문화대 崔英成 교수, 목은 이색 문집서 ‘天符經’ 언급 발견 사진 신상구 821 2022.09.15
1968 세종시 원로서예가 송암 민복기(松巖 閔復基) 선생 사진 신상구 1014 2022.09.06
1967 가난했던 이중섭은 병문안 선물 살 돈 없어 그림 건넸죠 사진 신상구 776 2022.09.01
1966 공덕동 빌딩 숲에 숨어 있는 권력의 쓸쓸함 사진 신상구 685 2022.09.01
1965 백제 ‘은꽃 장식’에 담긴 성왕의 강국건설 의지 사진 신상구 407 2022.08.31
1964 中, 70년 유지 조선족 한글 간판 단속 사진 신상구 371 2022.08.30
1963 지진아 아인슈타인 깨운 3가지...나침판, 바이올린, 토론 사진 신상구 474 2022.08.24
1962 그림자 없는 평등 세상, 장욱진의 이상향 사진 신상구 281 2022.08.24
1961 거문도 사건 전말 사진 신상구 534 2022.08.19
1960 중부권메가시티와 충청문화르네상스 사진 신상구 325 2022.08.18
1959 무속(巫俗)의 허와 실 신상구 564 2022.08.17
1958 위대한 문학은 제도·권력·유행의 경계 밖에서 ‘눈물 닦아주는 손’ 신상구 324 2022.08.17
1957 고려인 최초 정착지에 세운 ‘추모의 벽’, 15人 독립영웅 우뚝 사진 신상구 505 2022.08.17
1956 <특별기고> 8.15광복 77주년의 역사적 의미와 주요 과제 사진 신상구 348 2022.08.17
1955 윤석열 대통령 광복절 77주년 경축사 전문 신상구 237 2022.08.16
1954 군자금 모금한 의병장 찾았다 사진 신상구 289 2022.08.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