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사라지는 상여(喪輿)…상엿집·상엿소리 문화재로 보존해야 글쓴이 신상구 날짜 2021.12.31 02:44

                            사라지는 상여(喪輿)…상엿집·상엿소리 문화재로 보존해야

@문화재청

[내고향 新풍속도] 달라진 장례 풍경

매장보다 화장 선호 추세 상여 멜 사람도 없어…


   경기 평택시 오성면 안화리의 농협연합장례식장. 이승을 등진 한 고인(故人)의 마지막 가는 길은 고요하고 단출했다. 색색깔 꽃으로 장식한 꽃상여도, 구슬픈 상엿소리도 없었다. 대신 검은 영구차, 통곡과 침묵이 그 자리를 메웠다. 도시와 크게 다를 것 없는 장례 풍경이 농촌 마을에도 스며들었다. 불과 10여년 사이의 변화다.

   예부터 우리는 마을 주민 중 누군가 숨을 거두면 동네 청년들을 비롯한 이웃들이 앞장서 상여를 멨더랬다. 조립식 목재 상여는 워낙 무거워 장정 12명이 들어도 버거울 정도였다. 그럼에도 서로 힘을 합쳐 마을 어귀부터 고인의 집을 거쳐 장지까지 망자를 모셨다. “이제 가면 언제 오나~” “어~허~야~” 가는 내내 울려 퍼지는 애잔한 상엿소리는 고인은 물론이요 남겨진 이들의 마음을 어루만졌다. 2000년대에 접어들어서도 농촌에선 이러한 풍경을 종종 볼 수 있었다.

   “10~15년 전까지만 해도 평택시 읍·면에서 상여로 장례를 치렀어요. 그런데 요즘 매장보다 화장을 택하는 사람들의 비중이 80% 정도로 늘면서 농촌에서도 상여 쓸 일이 그만큼 줄었지요. 1~2년 전엔 그나마 장지 근처에서 짧게라도 상여를 메는 경우가 있었는데 근래엔 거의 찾아볼 수 없어요.”

   정문용 농협연합장례식장장의 말처럼 이제 더이상 농촌에서도 상여를 보기 힘들어졌다. 집이 아닌 장례식장에서 상을 치르고, 매장에서 화장으로 장례 방식을 간소화하는 흐름이 도시 너머 농촌에까지 흘러들었기 때문이다.

   상여가 사라진 데는 ‘농촌에 더이상 상여를 들 사람이 없어진 것’도 한몫했다.

   “옛날엔 동네에 누가 돌아가셨다고 하면 너나 할 것 없이 하던 일 멈추고 상 치르는 걸 돕고 상여도 멨지. 그때야 나이가 많든 적든 사람이 많았지만 요즘에야 어디 그런가. 마을에 사람도 줄어든 데다가 몇 없는 젊은이도 환갑인 지경이니 상여 멜 사람이 있나.” 마을 토박이인 황인호씨(69·오성면 창내리)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상여가 쓰임새를 잃으면서 상여 같은 장례 도구를 보관하던 상엿집도 찬밥 신세가 됐다. 주로 마을 외딴곳에 있는 상엿집들은 오랜 시간 방치해둔 탓에 흉물 취급을 받으며 철거 대상으로 전락했다. 이에 문화재청은 사라져가는 유산을 지키기 위해 최근 경북 경산시 하양읍의 상엿집을 국가민속문화재로 지정하기도 했다. 몇몇 지역의 상엿소리 역시 무형문화재로 지정돼 있어 이제 머지않아 상여를 비롯한 옛 장례 모습은 박물관 전시물로만 남을지도 모르겠다. 농촌에서나마 이어오던 우리의 문화가 그렇게 또 하나 사라져간다.  
                                                         <참고문헌>
   1. 평택 하지혜, "사라지는 상여(喪輿)…상엿집·상엿소리 문화재로 보존", 농민신문, 2018.3.5일자.


시청자 게시판

2,426개(7/122페이지)
시청자 게시판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공지 <시청자 게시판> 운영원칙을 알려드립니다. 박한 120208 2018.04.12
2305 영원한 생명은 영원할 수 없다 사진 신상구 395 2024.09.03
2304 2025년부터 사용될 검정 중학교 역사 교과서 7종 주요 내용 신상구 911 2024.09.03
2303 대구 대연학당 청고 이응문 선생 별세 신상구 439 2024.09.03
2302 <특별기고> 유관순 열사 영웅 만들기 프로젝트 실체 사진 신상구 462 2024.09.02
2301 한글문화 세계화를 주도하는 세종특별자치시 신상구 390 2024.08.31
2300 불교계 항일 거점은 어떻게 예술로 기록됐나 사진 신상구 512 2024.08.31
2299 교육수준 3위와 사회적 자본 107위 사진 신상구 421 2024.08.30
2298 동학의 본질은 계급투쟁 아닌 내면의 혁명 사진 신상구 383 2024.08.30
2297 경술국치일 114주년을 맞이하여 신상구 452 2024.08.30
2296 해방 다음날 우리집서 만든 신문 '건국시보' 광복의 기쁨 함께 나눴다 사진 신상구 432 2024.08.30
2295 AI·바이오·양자 등 12대 기술에 30조원 투자 신상구 376 2024.08.30
2294 헌법정신 부정하는 신 친일파인 뉴라이트 역사 쿠데타 성공 못해 사진 신상구 368 2024.08.30
2293 독립운동가의 후손 고려인 돕기 운동 사진 신상구 534 2024.08.29
2292 무국적 고려인 시인 이스타니슬라브의 절규와 현실 사진 [1] 신상구 611 2024.08.29
2291 모바일 이 분을 섭외해주세요 [1] 라이라 407 2024.08.28
2290 재일교포 지위 강화는 일본 내 식민지 갖는 효과 사진 신상구 436 2024.08.28
2289 조선말 고종 시대 충청도 가야금 명창을 창시한 '박팔괘'를 아시나요. 사진 신상구 352 2024.08.28
2288 국학박사 신상구가 최근 발간한 단행본 2권 홍보자료 대한출판문화협회 등록 신상구 347 2024.08.27
2287 화장장 1곳당 연 5600명, 죽을 때도 경쟁이다 신상구 534 2024.08.27
2286 파월 '피벗 선언' 했는데, 대한민국 빚 3000조 돌파 신상구 371 2024.08.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