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익산 쌍릉의 주인은 누구일까요 글쓴이 신상구 날짜 2021.04.09 18:42

[뉴스 속의 한국사] 무왕? 선화공주? 백제 귀족?… 무덤 주인은 누구일까요

입력 : 2021.04.08 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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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산 쌍릉

/그래픽=안병현
 /그래픽=안병현

    이달부터 문화재청과 전북 익산시가 백제의 핵심 유적인 익산 쌍릉의 재정비를 시작했어요. 쌍릉은 말 그대로 두 개의 무덤으로 이뤄져 있어요. '대왕릉'이라 전해지는 무덤에서 180m 떨어진 곳에 '소왕릉'이 있지요. 쌍릉에는 백제 30대 임금이자 의자왕의 아버지인 무왕(재위 600~641)과 그 왕비가 각각 묻힌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발굴과 조사를 할 때마다 예상을 뛰어넘는 '반전의 반전'이 나타나고 있답니다.

                                                          "무왕의 왕비는 백제 귀족의 딸"

    향가 '서동요'에는 백제 무왕의 이야기가 담겨 있어요. 향가는 신라시대에 유행한 우리나라 고유의 노래이지요. 훗날 무왕이 된 백제 청년 서동은 신라 진평왕의 딸 선화공주가 미인이라는 소문을 듣고 서라벌로 가요. '공주가 몰래 서동과 사랑을 나눈다'는 노래를 퍼뜨리자 선화공주는 궁에서 쫓겨나고, 서동은 공주를 아내로 맞아 함께 백제로 돌아갔다는 이야기입니다. '삼국유사'에 나오는 이 이야기에 대해 일부 학자들은 "당시 백제와 신라는 원수 관계였기 때문에 미심쩍다"고 했지만 사람들은 대체로 사실로 믿어왔어요.

     그런데 2009년 이 사랑 이야기가 사실이 아닐 가능성을 보여주는 발굴 결과가 나왔어요. 무왕 때 지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익산 미륵사지석탑을 해체했을 때 탑을 만들었던 당시의 문서가 하나 발견됐는데요. 이 글에 '백제 왕후는 사택적덕의 따님'이라고 기록된 것입니다. 사택적덕에서 사택은 성(姓), 적덕이 이름이에요. 사택 가문은 백제에서 가장 세력이 컸던 귀족이었어요. 무왕의 왕비가 신라에서 온 선화공주가 아니라 백제 귀족 출신이었다는 거죠. 하지만 일부 학자들은 "무왕이 여러 왕후를 뒀을 수 있지 않느냐"는 반론을 제기했어요. 2011년 TV 드라마 '계백'에서는 선화공주가 죽은 뒤 사택적덕의 딸이 무왕의 새 왕비가 된 것으로 설정했죠.

                                                              "백제 무왕과 왕비의 무덤"

     선화공주가 정말 무왕의 왕비였다면, 과연 어디에 묻혔을까요? 사람들은 익산의 쌍릉을 주목했습니다. 조선시대에 고려의 역사를 정리한 '고려사'에는 쌍릉이 '백제 무왕과 왕비의 무덤'이라고 기록돼 있어요. 실제 조사 결과 쌍릉은 백제 말기에 무덤을 만드는 방식과 같은 것으로 나타났어요. 또 마침 무왕의 고향도 익산이었습니다. 학자들은 쌍릉 중 대왕릉은 무왕, 소왕릉은 선화공주의 무덤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2016년 국립전주박물관은 대왕릉에서 나온 치아를 분석해 "20~40세 여성의 것일 가능성이 크다"고 발표했어요. 그러자 '대왕릉은 무왕이 아닌 선화공주의 무덤'이라는 주장이 나왔죠. 대왕릉에서 나온 유물 중 신라 양식의 토기가 있다는 점도 근거가 됐답니다.

                                                            소왕릉에 묻힌 사람은 누굴까요?

     그런데 2018년 다시 반전이 일어납니다. 새로운 발굴 조사에서 대왕릉에서 사람 뼈가 담긴 나무 상자가 나왔는데요. 1917년 조선총독부가 쌍릉을 처음 발굴했을 때 파냈다가 다시 묻은 것으로 보였어요. 모두 102조각에 달하는 뼈를 국립부여문화재연구소가 4개월 동안 정밀 분석한 결과 "살아 있을 때 넘어져 다친 적이 있는 키 161~170㎝의 남성"이라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조선시대 성인 남성의 평균 키 161.1㎝와 비교하면 큰 편인데요. '삼국사기'에는 무왕이 '풍채가 훌륭하고 뜻이 호방하며 기상이 걸출하다'고 기록돼 있습니다. 유골 주인공의 사망 연도는 서기 620~659년으로 추정됐는데, 무왕은 641년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대왕릉이 무왕의 무덤일 가능성이 다시 커진 것이죠. 전문가들은 앞서 발견됐던 이빨을 여성으로 추정한 것을 오류로 보고 있어요.

     그럼 왕비의 무덤은 쌍릉의 다른 한쪽인 소왕릉이었을까요? 2019년까지 소왕릉 발굴 조사를 진행해 보니, 도굴이 심해 사실상 빈 무덤에 가까웠다고 합니다. 결국 전문가들은 소왕릉에 묻혔던 사람에 대해 "선화공주, 사택 왕후, 또 다른 인물일 가능성이 있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무왕의 왕비가 묻힌 것으로 추정할 뿐 정확히 누가 묻혔는지는 알 수 없는 상황이랍니다.

     익산은 백제의 네 번째 수도였을까요?

     백제는 678년의 역사 동안 세 곳이 수도였다고 전해집니다. 서기 475년까지 위례성(한성)이 백제 도읍이었다고 하는데요. 위례성은 지금의 서울 송파구 일대라는 것이 유력합니다. 이후 서기 538년까지 웅진(충남 공주), 660년 멸망할 때까지 사비(충남 부여)가 백제의 도읍이었죠.

     그런데 전북 익산에도 상당히 많은 백제의 유적이 보입니다. 대규모 사찰이 있던 미륵사지, 백제 마지막 왕궁이라는 왕궁리 유적, 무왕 부부의 무덤으로 보이는 쌍릉이 모두 익산에 있어요. 이 정도면 한 나라의 수도에 버금가는 규모의 유적인데 어떻게 된 걸까요? 무왕이 실제로 수도를 익산으로 옮겼거나, 수도를 옮길 계획만 세운 상태에서 백제가 멸망했거나, 수도에 버금가는 준(準)도읍지 또는 행정수도 역할을 했다는 등 여러 주장이 나오고 있답니다.

                                                                                      <참고문헌>

     1. 유석재, "무왕? 선화공주? 백제귀족?...무덤 주인은 누구일까요", 조선일보, 2021.4.8일자. A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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