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특별자치시, 대한민국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로 선정
대한민국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로 세종특별자치시가 선정되었다.
대전일보 6월 3일자 보도에 의하면 사단법인 한국지역경영원은 전국 228개 행정구역을 대상으로 인구, 경제 및 고용, 교육, 건강 및 의료, 안전 등 5개 영역 30개 지표의 다양한 데이터를 종합 분석해 분야별 및 종합 순위를 발표했다. 그 결과 시·군·구 1위는 세종시, 2위는 수원시, 3위는 남원시였다. 기초구 1위는 대전 유성구가 선정됐다.
작년 10월 필자가 세종시에서 일하게 되었다고 하니, 주변에서 "핫한 도시", "매력적인 도시", "살기좋은 도시" 등이라면서 부러워했다. 세간의 평가들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젊은 도시", "깨끗한 도시", "아이 키우기 좋은 도시" 등이었다.
그러나 "재미있는 도시", "가 보고 싶은 도시", " 놀러가고 싶은 도시" 인지를 물으면 의문부호를 다는 사람들이 많았다. 한마디로 말하면 살기에는 괜찮은데, 놀러 가기에는 좀 그렇다는 말이다. 그도 그럴것이 세종은 경주의 역사문화유적, 부산의 역동적인 콘텐츠, 제주의 자연경관, 서울의 화려하고 다양한 관광자원을 가지고 있지 않다.
기본적으로 도시의 역사가 짧아 누적된 콘텐츠나 축적된 자원, 시설 등이 없는 상태다. 게다가 도시의 구성도 행복도시라는 신도심과 조치원이라는 구도심, 그리고 농촌지역으로 이원화를 넘어서 삼원화돼 있다.
관광마케팅측면에서 보면 타게팅이 분산된다는 약점이다. 전투에서도 전선이 넓어지면 방어와 공격 모두 어려움을 겪게 된다. 더구나 인력과 예산이 제한되어 있는 마케팅현실을 감안하면 더더욱 그러하다.
그러나 생각을 달리 하고, 발상을 전환하며, 사물을 다른 각도에서 보게되면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문제의 핵심을 정확하게 발견하거나 마케팅에 성공한 사례들을 다수 발견 할 수 있다.
글로벌 엘리베이터 제조업체인 오티스는 엘리베이터 속도가 느리다는 고객의 불만을 접수했다. 기술적 문제로 인해 엘리베이터 속도를 바로 빠르게 하기는 쉽지 않았다. 오티스는 엘리베이터 탑승객이 무엇을 불편하게 생각하는지를 원점에서 생각했다. 탑승객은 밀폐된 공간에서의 시간을 지루하게 느꼈고, 그것을 속도가 느리다고 표현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오티스는 이 문제를 '탑승객의 지루함 해소'라는 관점에서 보았고, 엘리베이터 안에 거울을 설치했다. 같은 현상을 다른 각도에서 본 것이다. 이렇게 하자 탑승자들은 거울을 보면서 지루함을 잊었고 문제는 해결됐다. 만일 엘리베이터 속도를 빠르게 하고자 했다면 엄청난 예산과 기술의 발전이 동반되어야 가능했을 것이다.
일본의 지바현에 '가시와 미스터리 카페'가 있다. 이 카페에서는 내가 주문한 음식은 다음 사람이 먹는다. 그 사람이 주문한 음식은 또 그 다음 사람이 먹는 방식이다. 고객은 자신이 어떤 메뉴를 먹게 될지 전혀 알 수 없다. 독특한 발상으로 만든 불확실성이 소비자들에게 묘한 긴장감, 셀레임, 그리고 황당하지만 유쾌한 경험을 제공함으로써 마케팅에 성공한 사례다.
"잘 봐, 언니들의 싸움이다." 지난 2021년 대한민국 콘텐츠시장을 휩쓴 스우파(스트리트 우먼 파이터)에 나온 유행어다. 스우파는 CJ ENM의 음악전문채널 Mnet의 댄스서바이벌 프로그램이었다. 과거 가수들이 노래하면 뒤에서 춤을 추는 백댄서들을 무대 전면으로 내세운, 즉 조연을 주연으로 바꾼 발상의 전환인 것이다. 2023년, 2년만에 돌아온 스우파2는 강력한 댄스열풍을 일으키며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역사를 다시 쓰고 한류의 판을 더 넓고 더 크게 키웠다.
세종이 관광측면에서 마케팅하기 쉽지 않은 도시인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 그러나 쉬운 일,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은 하기는 쉽지만 성취나 만족은 크지 않다. 어려운 일, 불가능해 보이는 일, 악조건하의 일을 해내면 그만큼 더 큰 보람과 성취를 맛보게 된다. 한번 도전해 볼 만 하지 않은가?
<참고문헌>
1. 유세준, "살고 싶은 도시, 가고 싶은 도시", 대전일보, 2024.7.24일자. 18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