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걸순 충북대 교수. 오윤주 기자
                         박걸순 충북대 교수. 오윤주 기자

  한국 독립운동사 연구에 한 획을 그은 박걸순 충북대 사학과 교수가 영면하셨다. 독립운동가에 대한 올바른 평가와 예우, 일제 잔재 척결 등 많은 과제를 남겨 놓고 너무나 일찍 눈을 감았다.

  선생은 근대 역사 왜곡에 맞섰던 지성이요, 참지식인이었다. 무엇보다 정의롭고 따뜻한 분이었다. 항일독립운동사 연구에서 선생께서 보여준 열정과 엄정함은 많은 후학들의 귀감이 되었다. 풍부한 경험과 깊고 너른 지식에서 우러나오던 선생의 입담이 지금도 귓가에 맴돈다.

박걸순 교수가 항일 유적 답사 중 충북 청주의 단재 신채호 선생 묘소 앞에서 단재의 사상과 행적 등을 학생들에게 강의하고 있다. 단재신채호선생기념사업회 제공
박걸순 교수가 항일 유적 답사 중 충북 청주의 단재 신채호 선생 묘소 앞에서 단재의 사상과 행적 등을 학생들에게 강의하고 있다. 단재신채호선생기념사업회 제공

  선생은 충북고, 충북대를 졸업하고 충남대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한용운의 생애와 독립투쟁’, ‘충북독립운동사’, ‘한국 독립운동의 역사의식’, ‘한국사의 계보’ 등을 비롯해 항일독립운동 관련 수많은 저서와 논문을 남겼다. 또 독립기념관 한국독립운동사연구소 수석연구원, 한국근현대사학회장, 안중근 의사 유해발굴단 조사위원, 국가기록원 전문위원, 독립유공자서훈공적심사위원, 한국독립운동사인명사전 편찬위원 등을 역임했다.

박걸순 교수가 만주 룽징의 3·13반일의사릉에서 참배하고 있다. 단재신채호선생기념사업회 제공
박걸순 교수가 만주 룽징의 3·13반일의사릉에서 참배하고 있다. 단재신채호선생기념사업회 제공

  선생은 애국지사들의 업적 계승을 위해 학술적 정비와 함께 대중화, 일반화 작업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충북지역의 독립운동사 집대성, 애국지사 발굴, 정당한 평가 등은 그의 위대한 업적이다. 특히 지난해 3월 선생이 집필위원장을 맡아 내놓은 ‘충북독립운동사1-의병전쟁’은 압권이었다. 국가기록원의 일제 강점기 재판 판결문 중 충북 자료 3천여 권을 분석해 지역 독립운동가 161명을 발굴했다. 선생은 “많이 늦었지만 이제라도 전국을 주도했던 충북 의병항쟁 등 충북의 독립운동사를 정리할 수 있어 다행이다. 이제 시작이다”라고 힘주어 말한 바 있다.

  이런 선생이 지난 2024년 2월 16일 홀연히 우리 곁을 떠났다. 슬그머니 찾아온 담도암과 싸움을 시작한 지 1년여만이다. 역사를 바로 세울 후학 양성, 비뚤어진 역사 재정립 등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은 상황에 맞닥뜨린 선생과의 이별이 안타깝고 슬프다.

                                                                       <참고문헌>                                                                     1. 이상식, "역사왜곡 맞선 지식인…독립운동사 연구의 큰 별", 한겨레신문, 2024.2.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