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평생모은 추사 자료 과천시에 기증한 후지츠카 치카시 부자 이야기 글쓴이 신상구 날짜 2021.04.20 02:05

                                                 평생모은 추사 자료 과천시에 기증한 후지츠카 치카시 부자 이야기


                         

    겨울 추위가 닥쳐봐야 솔의 푸르름이 빛나듯 / 아직 초록이 무성할 땐 아무도 모른다 / 13년간 탐라도에 내동댕이쳐진 스승 /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으로/ 멀고먼 땅 청나라에서 구한 책/ 눈물로 마주하며 스승과 주고받던 사랑/ 추사 선생 붓 들어 세한도를 그린 뜻은 / 제자 상적의 마음을 그린 것/ 대정고을의 가득한 푸른 솔향기/ 예나 지금이나 한결같아라.    - 추사 유배지에서 이한꽃-


    1945년 1월 동경의 한 병실을 두 달째 끈질기게 드나드는 조선인이 있었다. 서예가 손재형 씨다. 병실에 누워 있는 사람은 66살의 후지츠카 치카시 (藤塚隣, 1879-1948) 씨로 일제강점기 때 조선 경성제국대학 교수 출신 추사 연구가이다. 손재형 씨가 병실을 드나든 것은 다름 아닌 김정희의 ‘세한도’를 받아내려는 것이었다.    


  
                                         ▲ 경성제대 시절의 아버지와 아들



    어째서 세한도는 동경의 한 병실에 누워 있는 후지츠카 손에 들어간 것일까? 국보 180호인 세한도의 운명이 일각에 놓였던 그 순간이 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것처럼 양손에 땀을 쥐게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세한도를 받아 낸 3개월 뒤 후지츠카의 조선 보물창고는 미군의 도쿄대공습으로 거의 불타버리고 말았기 때문이다. 후지츠카 씨는 동경제국대학 중국 철학과를 졸업한 이래 47살 때인 1926년 조선 경성제국대학 교수로 부임한다.


  
                           ▲ 평생 모은 추사 자료를 추사박물관에 기증한다는 친필 기증서



    이후 14년간을 조선에서 교수직을 하면서 추사연구에 몰두하는데 조선에 부임하기 전 그는 북경에 1년 동안 체류한다. 전공인 중국철학 자료 수집을 위해서였다. 그러나 그의 운명은 북경에서 바뀌었다. 그는 중국인들이 추사의 학문세계를 높이 사고 있음을 발견하고 추사라는 인물 연구에 관심을 두게 된다. 말하자면 경성제국대학 교수 부임이 추사연구의 ******점이 된 것이다.


    그 뒤 후지츠카 씨는 조선에서 추사에 대한 많은 자료를 수집하였다.손재형 씨는 그런 후지츠카 씨를 병원으로 날마다 찾아가 간청하기를 ‘세한도는 조선의 것이다. 돌려 달라.’고 끈질기게 설득한다. 그 집요한 의지 때문일까? 결국, 후지츠카 씨는 아무런 조건 없이 세한도를 손 씨에게 넘겼다.


  
                           ▲ 하마터면 동경 폭격과 함께 날아갈뻔 했던 세한도



    식민지 당시 조선 땅의 귀한 것들은 헐값 또는 반강제적으로 손쉽게 일본인 손에 넘어간 것들이 많은데 세한도처럼 순순히 돌아온 것은 많지 않다. 천만다행이다.후지츠카 씨는 그의 아들 후지츠카 아키나오(藤塚明直, 1921-2006)에게 ‘조선의 유물은 본국으로 돌아가야 한다.’라고 유언했다.


    그렇다해도 아들이 아버지 말을 듣지 않고 자신의 안위를 위해 팔아먹으면 그만이다. 그러나 아들은 아버지의 유언을 잘 지켰다. 아들은 아버지의 유언대로 2006년 2월 자신이 모은 영화관련 자료와 아버지가 모은 추사 친필 글씨 26점, 추사와 관련된 서화 류 70여 점 등 1만여 점을 과천시에 기증하면서 현금 200만 엔까지 추사 연구에 보태라고 보냈다.


  
                        ▲ 과천 추사박물관에는 후지츠카 씨의 기증실이 있다.



    그리고 그는 유물을 모두 기증한 뒤 그해 94살로 숨을 거둔다. 세한도가 개인 소장품으로 조선 땅을 떠난 것은 유감이지만 무탈하게 조선으로 돌아온 것은 다행이다. 그 숨은 공로자는 손재형 씨이며 후지츠카 부자의 고운 마음씨도 일조를 했다.


 

    과천에 문을 연 추사박물관에 가면 후지츠카기증실이 있는데 아버지 후지츠카치카시와 


 아들 아키오가 평생 모은 추사 김정희의 자료를 볼 수 있다.

 

 

 

                                                                                 <참고문헌>

                                                                                                                                                                                    1. 이윤옥, "추사 김정희와 일본인 후지츠카의 인연 : 평생모은 추사 자료 과천시에 기증한 부자(父子) 이야기", 우리문화신문, 2014.1.18일자.

   

시청자 게시판

2,426개(5/122페이지)
시청자 게시판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공지 <시청자 게시판> 운영원칙을 알려드립니다. 박한 120208 2018.04.12
2345 고려 남경은 어떻게 조선의 서울이 됐나 신상구 372 2024.10.12
2344 세종대, '2025 THE 세계대학평가' 국내 7위에 올라 신상구 387 2024.10.12
2343 한국계 미국 작가 김주혜, 톨스토이 문학상 20여년 만 한인 첫 수상 신상구 342 2024.10.12
2342 소설가 한강, 한국 최초로 노벨문학상 수상 사진 신상구 322 2024.10.11
2341 &lt;특별기고&gt; 제578돌 한글날의 역사적 의의와 사진 신상구 376 2024.10.10
2340 2024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 발표 신상구 395 2024.10.10
2339 2024년 노벨 화학상’ 베이커·허사비스·점퍼 공동수상 사진 신상구 345 2024.10.10
2338 서붕 박병배 선생 저서 국가유지론 재발간 사진 신상구 333 2024.10.09
2337 임금 향한 충절만큼이나 한글 사랑했던 사육신 성삼문의 충절과 한글사랑 신상구 382 2024.10.09
2336 노벨 생리의학상에 '마이크로RNA 발견' 美앰브로스·러브컨 사진 신상구 313 2024.10.08
2335 금강산의 화가 소정 변관식 사진 신상구 499 2024.10.08
2334 제4356주년 개천절 경축식 개최 신상구 416 2024.10.03
2333 광기의 역사에 이용당한 청소년 사례 사진 신상구 361 2024.10.03
2332 76주년 국군의날을 경축하며 신상구 332 2024.10.02
2331 왕과 신하의 비밀 대화 독대 사진 신상구 421 2024.09.30
2330 산업데이터 연계로 생산성과 제조업 경쟁력 높여야 신상구 337 2024.09.29
2329 시간이 멈춘 땅, 한반도 허리를 걷다 신상구 345 2024.09.29
2328 항일 현장 촉석루 논개바위는 진주의 자부심 신상구 331 2024.09.28
2327 노벨상/대한민국의 분야별 현황 신상구 344 2024.09.27
2326 세계 한국학의 3세대 등장, 2세대를 뛰어넘을 수 있을까? 사진 신상구 397 2024.09.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