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정진석 추기경의 생애와 업적 ​ 글쓴이 신상구 날짜 2021.04.30 12:52

                                                                               정진석 추기경의 생애와 업적 

|2월 말부터 악화… 여러 차례 고비

|기도 속에 편안한 표정으로 임종

|文대통령 “너무나 안타깝다” 애도

|서울대 재학 중에 6·25 참상 겪어

|발명가 꿈 접고 사제의 길 들어서

|사제 수품 60년… 최연소 주교돼

교황 알현 2013년 3월 정진석 추기경(왼쪽)이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새 교황 프란치스코를 처음 알현하는 모습. 천주교서울대교구 제공

​   우리나라의 두 번 째 추기경으로 천주교 서울대교구 제12대 교구장을 지낸 정진석 추기경이 27일 오후 10시15분 노환으로 선종(善終)했다. 향년 90세.

   정 추기경은 2월 말 상태가 급격히 나빠진 이후 여러 차례 고비를 넘겼지만, 이날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에서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 주교와 사제들의 기도 속에 편안한 표정으로 임종을 맞았다.  정 추기경의 시신은 명동대성당 제단 유리관 속에 안치돼 30일까지 일반인에게 공개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4월 28일 정 추기경 선종에 “한평생 천주교 신자뿐 아니라 국민 모두에 평화를 주신 추기경님의 선종이 너무나 안타깝다”고 애도를 표했다. 가톨릭 신자이기도 한 문 대통령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올린 글에서 “추기경님, 지상에서처럼 언제나 인자한 모습으로 우리 국민과 함께해 주시길 기도합니다”라며 “추기경님의 정신을 기억하겠습니다. 영원한 평화의 안식을 누리소서”라고 말했다.

    서울대교구 대변인 허영엽 신부는 이날 브리핑에서 “정 추기경은 지난 25일, 통장 잔액을 꽃동네, 명동밥집, 서울대교구 성소국, 서울대교구 청소년국 아동신앙교육, 정진석추기경 선교장학회 등 5곳을 본인이 직접 지정해 기부하면서 통장 모든 잔액을 소진했다”고 밝혔다.

    또한 “그 후 두 달 동안 모아진 현재 통장 잔고는 200만원과 은퇴 후에 교구에서 매달 지급되는 비용, 보훈처에서 참전용사인 정 추기경에게 주는(매달 30만원) 금액으로 800만원 정도 남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마저도 남김없이 자신이 입원 중 수고해주신 의료진과 봉사자들에게 선물하라고 당부했다”고 말했다.

    허 신부는 “정 추기경은 오래전부터 ‘감사합니다. 늘 행복하세요. 행복하게 사는 것이 하느님의 뜻’이라고 자주 말씀하셨고, 이 말씀이 마지막 말씀이었다”고 전했다.

         명동성당 내부 모습 정진석 추기경의 조문 미사가 열린 28일 서울 중구 명동성당 내부 모습.

     선종한 정진석 추기경은 1931년 12월 7일 출생으로 1961년 사제품을 받고 1970년 6월 25일 청주교구장에 임명되면서 만 39세로 최연소 주교가 됐고, 같은 해 10월 3일 청주교구장에 착좌했다. 1998년부터 2012년까지 서울대교구장과 평양교구장 서리를 지냈다.

     정 추기경은 2006년 3월 베네딕토 16세 교황에 의해 추기경에 서임됐으며 2012년 은퇴 이후에 서울 혜화동 가톨릭대 성신교정(신학대학) 주교관에서 머물며 저술 활동에 매진하여 매년 한 권씩 책을 냈다. 정 추기경의 저서는 총 51권, 역서는 14권이다.

​     정 추기경은 1950년 4월 서울대 화학공학과에 입학했으나 두 달 만에 6·25전쟁이 터지는 바람에 발명가, 과학자의 길을 접었고 전후 신학대에 입학해 종교인의 길을 가지 시작했다.

​     가톨릭평화신문에 연재한 ‘추기경 정진석’에 의하면 정 추기경은 1950년 9월 6촌 동생과 함께 은신해 있던 집에서 잠이 들었는데 그만 폭격으로 무너져 내린 서까래에 동생이 숨지는 끔찍한 경험을 하게 된다. 충격적인 사건은 그에게 동생 몫까지 살아야 한다는 책임감을 불러왔고, 후에도 그는 동생의 안식을 위해 기도했다고 한다.

​     정 추기경이 신학교에 입학하게 된 데는 아들이 사제가 되기를 바랐던 어머니의 완곡한 부탁 때문이었다.정 추기경의 부친은 정원모 갈리스도다. 경성제일고등보통학교를 나와 만주의 여순(旅順) 공과대학을 다녔다. 일제강점기에 사회주의 운동을 하다가 1931년에 이어 1944년 두 번째 옥살이 중 광복을 맞아 석방되었으나 곧 월북해 북한 정권에서 공업성 부상(차관)을 지내다가 숙청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추기경은 아버지의 얼굴을 모른 채 외동아들로 성장했다.

​     그가 서울대교구장으로 부름을 받은 건 1998년이다. 서울대교구장이었던 김수환 추기경이 정년을 맞아 교황청에 사직서를 내자 당시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이었던 그가 후임 교구장으로 선택된 것이다. 그는 2012년까지 14년간 서울대교구장을 지내며 여러 변화를 끌어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서울대교구장에 임명된 뒤로 신부들의 투표로 교구 지구장을 선출토록 해 지구 중심의 사목 체제를 만들었다. 2000년에는 교구 시노드(synod)를 개최했다. 시노드는 교리와 규율 등을 전반적으로 토의하는 자문기구 성격의 교회 회의체다. 교구 시노드는 1922년 열린 이후 약 80년 만에 다시 개최된 것이다.

     정 추기경은 청주교구장 때부터 생명을 사목활동의 맨 앞에 뒀는데, 2005년 비로소 생명운동을 본격 추진할 위원회를 발족했다. 이를 통해 배아를 이용한 줄기세포 연구에 반대 뜻을 분명히 밝히기도 했다.

     그는 이명박정부의 ‘4대강 사업’ 관련해 “4대강 사업은 과학적·전문적 분야이고, 과학자들 사이에서도 다른 의견이 있는 만큼 비전문가가 나서서 판단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발언해 설화에 휩싸이기도 했지만 소신을 지켰고, 평양교구장서리로서 “북한은 국민의 생존에 대해 양식(糧食)이 없다고 손을 벌리고, 진리를 차단하고 자유가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정 추기경의 생애를 돌아볼 때 교회법은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사제가 된 뒤 신학교 교사를 하며 라틴어를 익혔던 정 추기경은 1968년 로마에서 유학생활을 하며 교회법을 전문적으로 공부했다. 유학 시절 라틴어-일본어 대역판 교회법전을 접할 기회가 있었는데, 이는 그가 라틴어 교회법전을 한국어로 번역하겠다는 결심을 세우는 계기가 됐다. 청주교구장으로 있던 1983년 교회법번역위원회를 출범하고, 교회법을 전공한 사제 10여명과 함께 교회법전 번역 작업에 돌입했다.

     그렇게 시작한 장도(壯途)는 1989년 라틴어-한국어 대역판 교회법전을 내놓으며 결실을 봤다. 그는 역작을 낸 뒤로도 교회법을 쉽고 정확히 알리고 싶어 했던 바람을 놓지 않았다. 교회법 해설서를 틈틈이 쓰기 시작해 2002년까지 총 15권짜리 교회법 해설서를 완간했다. 20년 가까운 세월 동안 교회법에 매달린 성과였다.

출처:세계일보.

                                                                       <참고문헌>

     1. 조정진 선임기자/ 이도형 기자, "각막 기증하고 800만원 재산마저 남김없이 선물 [정진석 추기경 선종", 세계일보, 2021.4.29일자.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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