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카메라 사진과 견주어도 손색없는 조선의 초상화 글쓴이 신상구 날짜 2021.12.24 02:38
   카메라 사진과 견주어도 손색없는  조선의 초상화
태조 이마의 작은 혹, 추사 뺨 천연두 자국까지 그렸죠!
똑같은 주름과 검버섯, 알고 보니 같은 사람?
얼굴이 너무 닮아서 보는 사람을 놀라게 하는 두 초상화가 있습니다. 정조 때 '호조참판'을 지낸 '이채(1745~1820)'와 영조 때 '대제학'을 지낸 그의 할아버지 '이재(1680~1746)'의 초상화로 알려진 그림이죠.
머리털 한 올도 다르면 안 돼
조선의 국가 철학'성리학(유교)'에서 전통적으로 그림이나 조각이 원래 사람과 조금이라도 다르면 안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공자 같은 성인의 상(像)'진짜 같지 않다'는 이유로 모두 땅에 파묻고 나무로 만든 신주(죽은 사람의 위패)를 대신 놓았다고 하죠. 결국 초상화도 주인공을 최대한 사실적으로 묘사하려 하면서 자연스레 세밀한 초상화가 발달하게 된 것입니다.
임금의 비서실 격인 '승정원'의 기록 '승정원일기'에 이런 말이 나오죠. "털끝 하나 머리털 한 가닥이(일모일발·一毛一髮) 조금이라도 차이가 나면(소혹차수·小惑差殊) 곧 다른 사람이다(즉편시별인·卽便是別人)."
피부병 분석까지 가능한 조선 초상화
이 총장은 훗날 조선 시대 초상화를 바탕으로 피부 질환에 대한 논문을 썼죠. 초상화 268점을 조사한 결과 20종의 피부 병변(병 때문에 일어나는 생체의 변화)을 발견했습니다. 초상화 113점에선 '점', 85점에선 '검버섯', 37점에서 '지루각화증(돌출한 검버섯)'이 발견됐죠. 또 73점에선 '천연두 흉터'를, 9점에선 '흑색 황달'을 찾아냈습니다.
예컨대 태조 이성계(1335~1408)의 초상화에선 '오른쪽 눈썹 위 이마의 작은 혹(모반세포성모반)이 보였다'고 하죠. 이런 피부병 흔적은 과시욕이 강하게 드러나는 중국 초상화나 얼굴을 밝게 칠한 일본 초상화에선 결코 볼 수 없습니다. 이에 대해 "올곧음과 정직함이라는 조선 선비 정신이 초상화 기법에서 드러난 것"이라고 보기도 하죠.
사람의 기품까지 그려냈다
카메라의 원조
현대 사진기가 발명되기 전 서양에서 쓰던 원시적 형태의 사진기가 카메라 오브스쿠라(camera obscura)입니다. '어두운 방'이라는 뜻의 라틴어이죠. 캄캄한 공간에서 벽에 작은 구멍을 뚫고 빛을 통과시키면 반대쪽 벽에 바깥 풍경이 거꾸로 비치는데, 르네상스 시대 레오나르도 다빈치 같은 화가들은 이 원리를 이용해 캔버스에 영상이 비치게 하고 그림을 그렸다고 합니다.
17~18세기 조선에도 '카메라 오브스쿠라'가 들어왔죠. 다산 정약용은 형 정약전 집에서 학자 이기양'칠실파려안'을 설치하고 거꾸로 비친 그림자를 따라 초상화 초본을 그리게 했다는 기록을 남겼는데, '칠실파려안'카메라 오브스쿠라로 여겨집니다.
초상화가 '이명기'가 문인이자 화가'강세황'의 71세 때 초상화를 그릴 때 '카메라 오브스쿠라'를 사용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입체감을 살린 얼굴 표현, 옷 주름 묘사의 명암법이 그 근거라는 것이죠!
<참고문헌>
1. 유석재/김연주, "태조 이마의 작은 혹, 추사 뺨 천연두 자국까지 그렸어요", 조선일보, 2021.12.23일자. A32면.​


시청자 게시판

2,426개(31/122페이지)
시청자 게시판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공지 <시청자 게시판> 운영원칙을 알려드립니다. 박한 75729 2018.04.12
1825 윤행임의 8도 사람 4자 평과 재치 사진 신상구 909 2022.02.23
1824 초혼 단재 애곡(招魂 丹齋 哀哭) 신상구 527 2022.02.22
1823 꽃의 시인 김춘수의 생애와 문학세계 신상구 1105 2022.02.02
1822 임강빈 시비(詩碑) 제막식을 다녀와 쓰는 편지 사진 신상구 706 2022.02.01
1821 금정 최원규의 생애와 업적 신상구 640 2022.02.01
1820 옥의 비밀 사진 신상구 744 2022.01.30
1819 핀란드 만하임과 한국 윤보선의 공통점과 상이점 사진 신상구 736 2022.01.30
1818 죽음 단상 신상구 739 2022.01.30
1817 이인성의 ‘순응’을 오마주한 강요배 사진 신상구 758 2022.01.26
1816 단양 '슴베찌르개' 세계 최고 구석기 유물 사진 신상구 567 2022.01.26
1815 1500년 전 고구려 벽화 속 메타버스 세계 사진 신상구 618 2022.01.22
1814 이봉창과 윤봉길 의사 의거 90주년을 기념하며 신상구 760 2022.01.22
1813 풍도의 포성 사진 신상구 624 2022.01.21
1812 공산주의는 왜 실패했나 사진 신상구 568 2022.01.21
1811 베이컨 ‘뉴 아틀란티스’ 신상구 660 2022.01.19
1810 한국어 수출 현황 신상구 911 2022.01.19
1809 동료들에게 신뢰를 얻는 5가지 방법 신상구 1103 2022.01.17
1808 2022년 한국경제의 당면 과제와 해결 방안 신상구 637 2022.01.17
1807 창덕궁 후원 옥류천 계곡 산수와 정자를 배경으로 벌어졌던 유상곡수연 사진 신상구 760 2022.01.16
1806 격변에 맞선 ‘오디세우스 생존법’ 사진 신상구 559 2022.0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