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충렬 작가가 쓴 전기 '아름다운 사람 권정생' 출간
권정생은 서른 살도 되기 전에 결핵균으로 상한 콩팥 두 개 중 하나를 떼어내고 상태가 악화해 방광 절제술까지 받는다. 그 후 옆구리에는 고무 호스로 연결한 소변 주머니를 차게 됐고, 평생 이것을 갈아 끼우며 고통과 싸워야 했다. 당시 수술을 해준 의사는 '조심하면 2년가량은 살 수 있을 것'이라며 잘 견디라고 한다. 몸을 쓰는 일을 하지 못하고 앓는 것밖에 할 수 없었던 그는 함께 살던 남동생에게 짐이 되기 싫어 동생을 결혼시켜 내보낸 뒤 동네 교회에서 '종지기' 생활을 시작한다. 교회 문간방을 쓰는 대신 무임으로 교회 허드렛일과 시간 맞춰 종을 울리는 일을 하게 된 것이다.
그는 자신의 생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에 유일한 꿈인 글쓰기, 이야기 짓기에 매달린다. 자신의 이름을 세상에 한 줄이라도 남기고 싶다는 바람에서다. 초등학교에 다닌 것이 학력의 전부인 그가 글쓰기를 배운 적도 없이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글을 아픈 와중에 한 줄 한 줄 써내려간다. 그렇게 쓴 동화를 지방 신문 신춘문예에 응모한 뒤 애타게 소식을 기다리고, 몇 차례 최종 후보까지 오르면서도 아쉬운 점이 있다는 심사평을 받아들고 한숨짓는 모습은 독자의 마음을 안타깝게 한다.
병세가 악화해도 너무 가난해 보건소에서 받은 약으로 겨우 버티고, 등단한 뒤에도 원고 청탁이 없거나 원고를 써보내도 원고료가 오지 않아 하루하루 생계에 어려움을 겪는 모습은 그야말로 처절하다. 그러면서도 그는 늘 이번 작품이 마지막이 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혼신을 다해 글을 쓴다.
이 책에는 특히 전쟁과 분단, 베트남 파병 등 질곡의 현대사 속에 가족을 잃고 가난에 시달리며 힘겹게 사는 시골 이웃, 아이들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직시하며 이들을 진정으로 보듬어줄 작품을 쓰려고 노력한 권정생의 작가 정신이 상세히 기술돼 있다.
작가는 권정생의 작품 원전을 꼼꼼히 찾아보는 과정에서 그가 열여덟 살 때 써 잡지 '학원'에 아명 '권경수'로 발표한 소설 '여선생'을 발굴해 이 책에 부록으로 처음 공개했다.
또 평생 홀로 살았던 권정생이 특별한 감정으로 만난 한 여인의 이야기도 처음 다뤘다. 유언장에 "다시 태어난다면 연애를 하고 싶고, 벌벌 떨지 않고 잘할 것이다"라고 쓴 기록을 토대로 생가 마을 사람들을 수소문해 찾아낸 여성이다. 그 여성은 이충렬 작가와의 인터뷰에서 권정생으로부터 지인 이현주 목사를 통해 '대리 청혼'을 받았지만, 직접 청혼한 것이 아니어서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사연을 털어놓는다.
작가는 "이 책을 쓰는 데 총 2년 반 정도 걸렸다. 실제로 쓴 것은 6개월밖에 안 걸렸지만, 기본 연보를 만드는 데 2년이 걸렸다. 그만큼 자료 조사에 많은 시간을 쏟아부었고, 본인이 말한 내용도 신문기사나 잡지 기록과 비교했다. 중요한 내용은 다 다뤘고 오류가 없도록 했다는 점에서 이 책이 권정생 연구의 정본(定本)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