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앞에서 국민 배신한 대통령
윤석열 대통령이 국민을 상대로 역사 전쟁이라도 할 모양이다. 역사 우향우 작업을 암암리에 전개하며 뉴라이트의 활동 공간을 마련하더니 우리나라 역사연구기관장을 모두 이들에게 송두리째 내주면서다.
억장이 터진다. 대한민국 대통령이 다른 곳도 아니고 극일(克日)의 상징이자 민족 자존심인 독립기념관 관장에 대한민국임시정부 법통과 항일 독립운동 역사를 부정하고 반쪽 정부 수립, 이승만 독재를 미화하며 1948년 건국론을 적극 주장해 온 뉴라이트 계열로 분류된 인사를 아닌 밤중에 덜컥 앉혔으니 말이다.
국가보훈부가 밀어붙이고 윤 대통령이 임명한 김형석 관장이 뉴라이트 역사관을 가졌든, 아니든 그건 그의 자유다. 그러나 독립기념관의 상징적인 측면에서 김 관장의 역사관이 국익과 국민 정서에 정면 배치된다는 것도 사실임을 부인할 수 없다. 오죽하면 광복회장이 이번 독립기념관장 인사를 ‘헌법정신을 부인하는 반헌법적 행태’라고 했을까. 김 관장이 대체 그 자리에 어떤 능력으로 백범 김구 선생의 장손, 한국광복군 출신 독립운동가의 후손을 제끼고 올라갔는지 모르겠으나 그에 관한 국민의 검증은 이미 끝났다. 자진 사퇴가 국민에 대한 도리다.
‘국익·실용·공정·상식.’ 윤석열정부가 내세운 국정운영 원칙이다. 하지만 이 정부는 이제 그런 말 할 자격을 잃었다. 헌법을 무시하면서 국가 정체성 확립을 말할 수 없고 자유와 민주주의를 파괴한 독재자를 칭송하면서 자유민주주의 확립 운운하는 건 말도 안 되는 얘기이기 때문이다.
광복이 두려웠던 이들이 있었다. 일제의 충성스런 주구 노릇을 하던 친일 반민족 행위자들이다. 그들은 정부 수립 후 독재 정권의 비호 속 민족·민주·자주 정신을 철저히 유린해 왔다. 그들이 한사코 광복을 건국으로 바꾸려는 배경은 거기에 있다. 윤 대통령과 정부는 임시정부의 법통 계승을 포기하고 건국을 강조하는 인물에게 독립기념관장을 맡기며 스스로 그들과 동류임을 인정했다. 이런 나라인 게 착잡하다.
<참고문헌>
1. 이준섭, "역사 앞에서 국민 배신한 대통령", 금강일보, 2024.6.9일자. 2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