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마시탄 강변에서 겨눈 총구 ... 사이토 총독을 사살하라 글쓴이 신상구 날짜 2024.05.11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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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시탄 강변에서 겨눈 총구… “사이토 총독을 사살하라”

[충청인 독립운동가 열전]

2024. 05. 09 by 이준섭 기자

일제강점기 친일파를 제외하고 과연 한국인은 모두 일치단결해 피침 35년 동안 일제에 항거했다. 그 피의 대가가 내년이면 80주년을 맞는 민족의 광복이다. 역사에 가려졌던 충청인 채찬 장군도 누구보다 광복을 꿈꿨다. 충북 충주 출생으로 참의부 총사령관인 참의장 겸 제1중대장이었던 채찬 장군은 100년 전인 1924년 5월 19일, 봄 햇살 불어오는 마시탄 강변에 섰다. 악랄한 문화통치를 일삼던 조선총독 사이토 마코토(齋藤實)를 제거하기 위해서다.  

   항일무장투쟁 선봉장 채찬 장군   

충북 충주 출생 참의부 총사령관
한말 의병 활동하다 독립군으로
적 기관 파괴·밀정 처단에 집중
독립군 내부 파쟁으로 목숨 잃어
 

2024년 5월의 독립운동가로 선정된 채찬 장군. 독립기념관 제공
2024년 5월의 독립운동가로 선정된 채찬 장군. 독립기념관 제공

◆흔들리는 독립군

일제는 1920년 봉오동전투와 청산리대첩에서 대패한 후 그해 10월 간도참변을 일으켰다. 만주에 있는 한국 독립운동 근거지를 완전 소탕하고자 자행한 간도참변을 통해 일제는 한국인이라면 모두 죽이고, 모두 빼앗았다. 잔인하기 이를 데 없는 대학살이었다. 간도참변은 끝이 아니었다. 독립군 부대들이 만주에 있다간 더 큰 피해를 입을 것으로 판단, 러시아로 물러났지만 그곳에선 자유시참변을 겪으며 크게 위축되고 말았다.

절치부심하던 우리 독립군 부대들은 다시 통합을 기치로 모였다. 1922년 남만주에 있는 서로군정서, 대한독립군, 대한광복군총영 등 17개 독립운동 단체 대표들이 모여 독립군기지 재건과 항일무장투쟁을 위해 결성한 대한통의부(大韓統義府)가 그것이다.

그러나 최악의 아픔이 끝난 줄 알았지만 아니었다. 오래지 않아 내부 갈등이 벌어졌다. 공화주의와 복벽주의에 따른 의견 대립 때문이다. 결국 통의부 내 의병 계열 인사들은 이에 따로 나와 의군부를 조직했고, 통의부는 산하에 무장투쟁을 주도할 의용군을 만들었다.

내부 의견 충돌 속에서 의용군 지휘관들은 만주 지역 항일독립군사단체들이 대한민국임시정부로 들어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봤고 이 과정에 참여한 채찬 장군도 통의부 제1중대장 자격으로 상해 임정으로 이동, 직할 군단 편제에 힘을 보탰다. 그렇게 1924년 6월 임정 군무부 직속 무장항일단체인 육군주만참의부(陸軍駐滿參議府)가 탄생했다.

◆항일무장투쟁 선봉장 ‘채찬’

1905년 을사늑약이 체결되고 1907년엔 고종황제마저 일제의 강압에 퇴위당했다. 대한제국 군대마저 해산됐다. 이 무렵 채찬 장군은 의병장 이강년을 따라 경북 문경에서 의병을 일으켰다. 소백산 일대에서 일본군과 맞서 수많은 전투를 벌여 큰 전과를 올리기도 했지만 무너지는 나라를 채 막아내진 못했다. 1910년 경술국치의 비극이 찾아오면서다.

그는 독립군으로 조국 해방을 위해 투신하고자 남만주로 망명, 신흥무관학교에서 군사학을 전공했다. 구한말 국내 의병이 망국 후 만주 독립군으로 변신하는 순간이다.

1919년 3·1운동이 전개 전후로 채찬 장군은 서로군정서(西路軍政署)에 참여해 모험대를 조직하고 국내에 진입, 적 기관 파괴와 밀정 처단에 집중했다. 이 시기 주재소를 습격하거나 친일파 등을 사살하는 데 앞장서기도 했다.

압록강 상류에서 본 1910년대 의주.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압록강 상류에서 본 1910년대 의주.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그러던 중 1922년 참의부에 가담해 제1중대장으로서 무장투쟁을 이어나갔다. 사실 채찬 장군이 몸 담았던 참의부는 초기부터 적극적인 국내 진공투쟁을 벌인 조직이기도 했다. 이즈음 국경인 압록강과 두만강에서 전개된 전투 대부분이 참의부가 주도한 점에서 그렇다. 그 대표적인 역사적 사건이 바로 마시탄 의거다.

마시탄 의거는 참의부가 1924년 5월 사이토 마코토 총독의 국경지방 순시 계획을 입수하면서 시작됐다. 참의부 참의장 겸 1중대장으로 있던 채찬 장군은 사이토 마코토 총독이 압록강 상류에서 신의주를 향해 국경을 시찰한다는 정보를 듣고 제2중대에 사살 명령을 내렸다. 사이토 마코토 총독의 악명은 대단했다. 세 번째 조선 총독이었던 그는 겉으로 문화통치를 표방했지만 속에선 우리 민족의 씨를 말리려고 작정한 인간 도살자였다.

사이토 마코토 총독이 국경에 당도한 1924년 5월 19일, 채찬 장군의 명으로 작전이 시작됐다. 김창균·장창헌·이춘화 등이 이날 압록강 상류에서 국경 시찰을 벌이던 사이토 마코토 총독을 저격했다. 주변을 지키던 일제 경찰은 대응하지 못한 채 도망치기에 바빴다.

아쉽게도 저격은 성공하지 못했다. 그러나 성과는 적잖았다. 침체에 빠졌던 독립군은 마시탄 의거를 기회로 기세를 올릴 수 있었다. 독립신문 등 다수 언론에는 대서특필되며 한민족의 저항 의식을 한껏 높이는 계기를 작용한 사건이 바로 이날의 장면이 남긴 결실이었다.

국경시찰중인 재등총독일행에게 발포하던 순간을 담은 1924년 5월 20일자 기사. 국사편찬위원회 제공
국경시찰중인 재등총독일행에게 발포하던 순간을 담은 1924년 5월 20일자 기사. 국사편찬위원회 제공


◆허망한 죽음

무장투쟁을 통한 독립을 꿈꿨던 채찬 장군은 황망하게도 독립군 내부 파쟁의 희생양이 됐다. 참의부 조직 후 통의부와의 알력과 대립 속에서다. 1924년 통의부는 참의부 본부를 습격하는데 이 과정에서 채찬 장군이 옛 동지들에 의해 피살되고 말았다. 채찬 장군의 죽음은 독립군의 커다란 손실이었다. 독립운동사의 비극이기도 했다.

독립신문에는 채찬 장군의 아픈 사연이 그대로 실려 있다. 채찬 장군은 43세 때까지 결혼을 하지 않았단다. 친지나 누군가가 결혼을 권하면 “조국이 해방된 후에 가정을 꾸리겠다”고 할 정도로 광복에 대한 열망이 가득했기 때문이다.

채찬 장군이 세상을 떠날 때 곁에 남은 가족은 고향에 모신 칠십 노모, 형님이 전부였다. 조국은 채찬 장군의 염원이던 빛을 되찾았다. 해방된 조국은 1962년 채찬 장군의 독립운동을 영원히 기리고자 건국훈장 독립장을 추서했다.

하지만 훈장은 아직 국가보훈부가 보관 중이다. 후손을 찾지 못한 탓이다. 무엇보다 사후 시신도 찾지 못해 오늘까지도 현재 국립서울현충원 내 채찬 장군 묘소엔 위패만 모셔져 있다.

그리고 100년 만인 올해 국가보훈부는 일제강점기 문화통치로 한민족을 분열시키려 했던 사이토 마코토 총독 저격에 나섰던 채찬 장군을 비롯해 김창균·장청헌·이춘화 선생을 2024년 5월의 독립운동가로 선정했다.

                                                                       <참고문헌>

  1. 이준섭, "마시탄 가변에서 겨눈 총구 ... 사이토 총독을 사살하라", 금강일보, 2023.5.10일자.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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