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립박물관은 도슨트(전시 안내·해설 자원봉사자)를 운영하고 있다. 얼마 전 새로 모집한 도슨트를 대상으로 전문교육을 실시할 때 필자는 문화재의 숨은 이야기를 찾아보고 관람객에게 알려주는 즐거움이 적지 않음을 전해줬다.

  ‘문화재보호법’에 "문화재는 국가적 유산으로 역사적·예술적·학술적 가치가 큰 유무형의 자산"이라고 명시돼 있다. 국가에서 국보나 보물을 지정할 때에도 역사적 가치와 독창성 등을 심사한다. 필자는 문화재를 언급할 때 그 보편적 가치에 더해 문화재에 담긴 스토리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싶다.

   어느 날, 특정 역사에 의문이 생겨 인터넷을 검색하다 보면 연관사건이나 인물에 꼬리에 꼬리를 무는 궁금증이 생겨 몇 시간이 훌쩍 지나가곤 한다. 모든 길은 하나로 통한다고 했던가? 문화재에는 나름의 이야기가 있고 그 이야기를 연결 지으면 어느덧 우리 대전의 역사가 되고, 우리나라의 역사가 되기도 한다. 사람은 이야기하고 싶고, 듣고 싶고, 소통하고 싶어 한다. 스토리텔링은 이야기가 가지고 있는 창의성과 감성을 바탕으로 꿈과 가치를 연결해 주는 커뮤니케이션이 되는 것이다.

   우리 박물관에 소장하고 있는 유물 중에 ‘한글편지’가 있다. 2012년 유성구 금고동의 안정나씨 무덤 이장 작업 중 출토된 것으로 1490년대 쓰여진 한글편지 2점이다. 이 편지는 한글 창제(1443년) 이후 19세기까지 발견된 2500여 통의 한글편지 중 가장 오래된 것이다. 그 시대의 한글 보급상황과 생활상을 엿볼 수 있으며, 지리적으로는 서신을 통해 남편과 아내가 거주했던 함경도와 대전을 이어주고 있기도 하다.

   또 다른 유물로 조선시대 인조반정 공신인 ‘이시방 초상화’가 있다. 이시방은 그가 제주목사로 부임해 있을 때 자신이 몰아낸 광해군의 시신을 손수 염습한 역사적 아이러니를 지닌 인물이다. 제주시 중앙로의 광해군 유배지는 사후 12년이 지난 뒤에 ‘하멜표류기’로 유명한 네덜란드인 하멜 일행이 묵었던 곳이기도 하다. 이시방과 광해군의 관계, 그리고 제주오현 중 김정, 송인수, 송시열 선생이 우리지역 인물임을 바탕으로 대전시립박물관과 제주민속박물관은 2019년 순회교류전을 개최한 바 있다.

   근현대 유물 중에는‘대전 부르스 LP와 가사 전단지’가 있다. 이 유물 2종은 1956년 가수 안정애가 취입할 당시 만들어진 것으로 다행히도 우리 박물관이 각 1점씩을 수집해 보관할 수 있었다. 지명이 있는 모든 대중가요가 그렇듯 ‘대전 부르스’ 가사에는 대전의 특성이 담겨 있으며, 남녀 간의 사랑을 바탕으로 근대도시 대전과 목포를 이어주고 있다. 한 가지 재미있는 것은 노래 가사에 나오는 ‘플랫폼(Platform)’이란 단어이다. 당시에는 승객이 열차를 타고 내리는 장소를 의미했고, 현대에 와서는 비지니스적 정보시스템을 통칭하는 말로 더 많이 쓰이고 있어 철도와 과학으로 대변하는 대전의 도시 특성을 가장 잘 나타내주는 단어이기도 하다.

   과거가 현재에 이르면서 그 도시의 정체성을 결정한다. 앞서 언급했듯 역사와 전통에는 그 고유의 가치와 이야기가 담겨있다. 스토리텔링은 도시 마케팅의 기준이 되기도 하고, 축제의 소재가 되기도 하고, 또 어떨 때는 지역의 자긍심이 되기도 한다. 역사의 이야기는 시대와 상황, 인물과 사건, 지역과 지역을 이어주면서 모든 길이 하나로 통하듯 오롯이 모여 거대한 서사가 되고 지역의 담론을 이루기도 한다.

   이제 여기저기 흩어진 이야기를 모아 도시의 정체성을 쌓아 올리고 스토리텔링 통해 시민들과 도시의 이야기를 공유할 때가 아닌가 생각하면서 대전시립박물관이 그 한 편에서 조그마한 역할을 하길 소망해 본다.

                                                          <참고문헌>

    1. 정진제, "역사 이야기와 도시 정체성", 충청투데이, 2022.6.27일자. 18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