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정조 때 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글도 잘 쓰고 덕이 높아 임금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대사간이라는 벼슬까지 하게 되었다. 대사간이라는 벼슬은 임금이 하시는 일의 옳고 그름을 거리낌 없이 말해 올리고, 백성들의 생각과 세상 돌아가는 상황을 임금에게 이야기하는 벼슬이다. 이 시절에 윤행임이 조선 팔도 백성의 성격을 4글자로 표현하여 지금까지도 각 지역의 특색을 표현할 때 사용되고 있다.(아래의 8도 사람의 성격을 참고하기 바란다.)
`함경도는 이중투구(泥中鬪狗)로 진흙 속에 개들이 싸우는 것처럼 강인한 의지와 인내력이 있다. 평안도는 맹호출림(猛虎出林)으로 사나운 호랑이가 숲 속에서 나오는 것처럼 용맹하고 과단성이 있다. 황해도는 석전경우(石田耕牛)로 돌밭을 일구는 소와 같이 고난을 이겨내는 근면성이 있다. 경기도는 경중미인(鏡中美人)으로 거울 앞에 선 미인처럼 이지적이고, 명예를 존중한다. 강원도는 암하노불(岩下佛)로 바위 아래에 앉아 있는, 부처님처럼 누가 알아주든지 말든지 자기 할 일을 해 나간다. 충청도는 청풍명월(淸風明月)로 깨끗한 바람과 밝은 달처럼 풍류를 즐기는 고상한 면이 있다. 경상도는 태산교악(泰山喬嶽)으로 크고 높고 험한 산처럼 웅장하고 험악한 기개가 있다. 전라도는 풍전세류(風前細柳)로 바람에 쉽게 흔들리는 버들나무 가지처럼 시대에 민감하게 적응하면서 살아간다.'라고 평했다.
아울러 윤행임과 정조의 재미난 일화도 소개되고 있다.
어느 날, 정조 임금이 윤행임에게 물었다. “임금과 신하의 도리는 무엇인가”그러자 윤행임이 대답하기를 “임금은 백성을 위해 옳은 일을 베풀고, 신하는 임금에게 충성을 다하는 것이 도리입니다.” 그 말을 들은 임금은 장난스럽게 웃으며 말했다. “그럼 경은 신하의 도리를 다하기 위해 나의 명령이라면 무슨 일이든지 다 할 수 있겠는가”그러자 윤행임은 “물론이옵니다. 신은 성은을 입어 높은 벼슬까지 올랐는데 어찌 충성의 도리를 잊겠사옵니까. 전하께서 분부하신 일이라면 죽는 한이 있더라도 봉행하겠사옵니다.”라고 말했다. 임금은 “그렇다면 저기 저 못에 가서 뛰어들어 죽을 수도 있겠는가”말했다. 윤행임은 “그렇습니다.”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못으로 갔다. 그런데 막상 깊은 물을 보니 뛰어들 용기가 나지 않아 우물쭈물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정조임금은 “왜 그러고 있는 것이냐 죽기가 무서워 그러는구나. 그럼 아까 말한 것은 거짓이었단 말이더냐”하고 말했다. 그러자 윤행임은 “제가 어찌 감히 전하를 속이겠습니까. 다만 소신이 막 뛰어들려는데 물속에서 굴원이 나와 `나는 못난 임금을 만나 물에 빠져 죽었지만 당신은 어질고 착한 성군을 모시고 있으면서 어찌 죽으려 하느냐'하고 말하기에 어찌해야 하나 생각하고 있는 중이었습니다.”하고 말했다.
굴원은 중국의 춘추전국시대 초나라 사람인데, 당시 초나라 회왕은 간신과 가까이하며 나라를 잘 다스리지 못했다. 굴원은 위협을 무릅쓰고 왕을 위해 진심된 충언을 여러 차례 올렸지만, 회왕은 간신들의 꼬임에 넘어가 정사는 뒷전이었다. 결국 나라는 점점 더 기울게 되었고 급기야 굴원을 멀리 귀양까지 보내게 되었다. 나라를 걱정하던 굴원은 결국 더러운 나라에서 사느니 깨끗하게 죽는 것이 낫겠다고 멱라수에 몸을 던져 죽었다.
윤행임은 이렇게 불우하게 살다 간 충신 굴원의 이야기를 꺼내 임금의 어리석은 행동을 깨닫게 한 것이었다. 윤행임의 말을 들은 정조 임금은 크게 웃으며 자신의 곁으로 올라오라고 했다. 그리고 윤행임의 재치와 기지를 높이 사 더욱 깊이 아끼며 가까이했다고 한다.(한국설화 인물유형, 2005., 한국콘텐츠진흥원)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 아이들에게 이런 삶의 지혜를 심어주는 교육이 필요한 시점이다.
<참고문헌>
1. 김명철, "윤행임의 8도 사람 평과 재치", 충청타임즈, 2022.2.22일자. 9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