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여 잘 있거라!
1899년 미국 일리노이주에서 태어난 헤밍웨이는 낚시와 사냥을 즐기는 활동적인 아이였습니다. 1917년 고등학교 졸업 후 기자 생활을 시작했죠. 1차 세계대전(1914~1918) 때 육군에 지원했지만 시력이 나빠 입대하지 못했습니다. 결국 전쟁 막바지인 1918년 적십자 구급차의 운전사로 이탈리아 전선에서 일하게 됐죠. 하지만 다리에 박격포를 맞아 크게 다쳐 밀라노 육군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는데, 거기에서 간호사 아그네스 본 쿠로프스키와 사랑에 빠졌습니다. 그는 훗날 생사를 넘나드는 순간에 겪은 경험을 소설로 썼죠. 바로 그를 유명 작가 반열에 올려 준 '무기여 잘 있거라'(1929)입니다. 1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미국인이 영국 간호사와 사랑에 빠지지만, 결국 아내와 아이가 목숨을 잃는다는 내용이죠. 전쟁의 참상을 알리는 '반전(反戰) 소설'로 유명합니다.
'잃어버린 세대'의 첫 등장
전쟁이 끝나자 헤밍웨이는 미국으로 돌아와 토론토 데일리스타지에 취업했습니다. 그리고 1921년부터 7년간 특파원으로 프랑스 파리에 거주했죠. 파리에서 그는 작가이자 예술가들을 후원한 '거트루드 스타인(1874~1946)을 만났습니다. 헤밍웨이는 그녀가 운영하는 살롱에서 소설가 스콧 피츠제럴드, 화가 파블로 피카소 등 많은 예술가들과 교류했죠.
거기에서 헤밍웨이는 첫 장편소설 '태양은 다시 떠오른다'(1926)를 집필했습니다. 그는 소설 서문에 '잃어버린 세대(Lost Generation)'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했죠. 사실 스타인이 한 말을 헤밍웨이가 인용했다고 합니다. 이 말은 1차 세계대전으로 인한 상실감으로 방황하는 청년들을 가리키는 말이죠. 소설은 주인공인 신문기자 제이크 반스를 통해 '잃어버린 세대'를 잘 표현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스페인 내전
헤밍웨이는 다시 미국으로 돌아왔지만 30대 대부분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자유롭게 살았습니다. 아프리카에서 사냥을 즐기고, 카리브해에서 거대한 청새치를 낚고, 스페인에서 투우를 즐겼죠.
그는 유럽에서도 특히 스페인에 큰 애정이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1936년 스페인에선 '군부 쿠데타'가 일어났죠. 2월 총선거에서 공화파 정권이 승리하자 프랑코 장군을 중심으로 군부가 반란을 일으켜 '스페인 내전(1936~1939)'으로 발전했습니다. 헤밍웨이는 공화파를 지지하는 모금 운동에도 참여했죠. 그러다 1937년엔 직접 스페인에 가서 내전 상황을 취재했습니다. 이후 스페인 내전을 배경으로 한 소설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1940)를 썼죠. 미국 대학교수 로버트 조던이 스페인 내전에서 반(反)프랑코파인 게릴라 부대에 참가하는 이야기입니다.
2차 세계대전
헤밍웨이는 스페인 내전을 취재한 후 쿠바로 가 머물렀습니다. 그러다 미국이 2차 세계 대전에 참전하자 아바나 주재 미국 대사관을 찾아가 자기 낚싯배로 쿠바 연안에서 독일의 유보트(잠수함)를 수색하겠다고 제안했죠. 그러곤 배에 통신 장치와 기관총을 설치한 채 순찰에 나섰고, 실제 유보트 여러 척을 포착해 보고했습니다.
그리고 1944년 '노르망디 상륙작전'에도 종군기자로 참여했죠. 이 작전은 미국·영국 등 연합군이 프랑스에서 독일을 몰아내기 위해 노르망디 해안으로 상륙한 것으로, 2차 세계대전의 흐름을 바꾼 역사적 작전입니다. 헤밍웨이는 상륙에 성공한 연합군이 파리로 진격할 때 함께 이동하며 기자로 활약했죠.
마침내 연합군이 파리에 입성했을 때 헤밍웨이는 곧장 리츠 호텔의 바로 달려갔습니다. 그곳은 그가 전쟁 전 여러 예술가들과 어울렸던 장소였죠. 지금도 이곳은 '헤밍웨이 바'로 불립니다.
전쟁 후 그는 쿠바에 머물며 집필에 매진했습니다. 그리고 쿠바에서 낚시한 경험을 담아 마지막 역작 '노인과 바다'(1952)를 썼죠. 이 작품으로 그는 퓰리처상(1953)과 노벨문학상(1954)을 받았습니다. 이후 미국 아이다호에 머물던 헤밍웨이는 61세 나이로 스스로 목숨을 끊었죠. 몇 차례나 죽음의 고비를 넘기고 모험으로 가득했던 젊은 날에 비하면 너무 허무하게 떠난 겁니다.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는 무슨 뜻?
이 소설 제목은 17세기 영국 성공회 성직자 '존 던(1572~1631)'이 쓴 기도문을 인용한 것입니다. '세상 어느 누구도 온전한 섬이 아니다. 모든 사람은 대륙의 한 조각, 본토의 일부이다. (중략) 그러니 저 소리가 누구의 죽음을 알리는 종소리인지 알려고 사람을 보내지 마라. 그것은 그대의 죽음을 알리는 종소리이니.' 당시 영국에선 누군가 죽으면 교회당 종을 쳤는데, 종소리가 들리면 귀족들이 하인에게 누가 죽었는지 알아오라고 시켰다고 하죠. 던의 기도문은 누구의 죽음이든 공동체의 일이며 소중하니 애도를 표하라는 메시지로 해석됩니다. 헤밍웨이도 작품에서 연대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이 문구를 제목으로 쓴 것으로 보이죠.
<참고문헌>
1. 윤서원, "1.2차 세계대전, 스페인 내전 경험을 작품에 녹여냈죠!", 조선일보, 2021.12.1일자. A23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