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2~3년 사이 미국 주도의 소 다자 네트워크가 아태지역을 촘촘히 엮고 있다. 쿼드(QUAD, 미국·일본·인도·호주), 오커스(AUKUS, 미국·영국·호주),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에 이어 다음 달에는 미국이 지난 3월에 제안한 칩4 동맹(미국·일본·한국·대만)의 첫 실무급 회의가 열린다고 한다. 칩4 동맹을 특정한 것은 원천기술과 설계역량은 앞서나 제조부문에서 뒤지는 반도체 산업에서 미국이 중국을 디커플링하는 공급망 재편 이니셔티브인데, 중국은 2015년에 선언한 반도체 굴기로 맞서는 형국이다.
G2 갈등이 글로벌 반도체 산업으로 번지는 시점에서, 그 파고가 얼마나 험난할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세계 GDP의 40%에 직간접 영향을 미친다는 반도체의 글로벌 가치사슬 붕괴는 일파만파 충격을 몰고 오며 일단 양측의 모두 패자가 되는(lose-lose) 게임이 될 것이다. 중장기적으로는 양자(quantum) ICT 같은 차세대 반도체 기술로의 혁신을 가속시킬 것이다. 당장 중국의 시장 비중이 높은 상황에서 칩4 동맹에 따르는 리스크 관리가 최대 난제다.
앞으로 희토류와 리튬·니켈·코발트 등 핵심(critical) 금속의 확보는 또 다른 파장을 예고한다. 이들 금속은 반도체와 배터리는 물론 거의 모든 전자제품과 전기자동차·제트엔진·우주선·신재생에너지 등 첨단산업과 군수산업의 필수 소재인데, 그 확보에는 지정학적, 환경적 리스크가 크기 때문이다.
미국지질조사국(USGS)은 2020년 에너지법에 따라 3년마다 핵심 금속 리스트를 개정하고 있다. 2022년 목록은 총 50종이다. 그중 희토류 17종(란탄족 15종과 이트륨·스칸듐)은 ‘21세기 최고의 전략자원’이다. 이름과는 달리 희토류는 지구상에 널리 분포돼 있으나, 토류로 산출되고, 제련·분리·정제 공정이 어렵고, 공정과 폐기물 처리에서의 심각한 환경오염으로 생산국이 제한돼 희소가치가 크다.
희토류의 세계 1위는 중국이다. 매장량과 생산량 비중은 각각 37%와 57%다. 중국의 희토류 전략은 뿌리가 깊다. 1949년 공산당 설립 후 철과 희토류 광산 중심의 중공업과 군수산업의 수직 통합체계를 구축했고, 이후 구소련의 대규모 투자와 기술인력 해외연수로 희토류 생산 선도국이 됐다. 1987년 덩샤오핑 주석은 내몽골의 희토류 산업체를 시찰하며 “중동에는 석유가 있다; 중국은 희토류를 가졌다”고 선언했다.
미국은 1960년대 컬러TV 수요가 급증하던 때 희토류 생산을 시작했다. 캘리포니아주의 마운틴 패스는 한때 그 본산이었다. 그러나 1980년대 말부터 중국이 초저가로 시장에 진입하자 기업들은 파산하고 2000년대 초 미국의 희토류 생산은 중단된다. 중국은 낮은 인건비와 축적된 기술력, 느슨한 환경규제에 힘입어 희토류 생산과 수출의 최강자가 됐다.
G2로 도약한 2010년, 중국은 대일본 희토류 수출을 중단했다. 센카쿠열도(댜오위다오)에서 중국인 선장이 일본 해경에 체포된 때였다. 일본은 중국을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해 승소했고(2014년), 수입국을 호주·베트남으로 돌렸으며, 대체재도 개발했다. 2012년 히타치는 희토류를 쓰지 않는 산업용 모터를, 2018년 도요타자동차는 희토류 사용을 절반으로 줄인 자석을 만들었다. 희토류 중국 의존도는 2009년 86%에서 2015년 55%로 급감했다.
반면 중국의 희토류 산업은 2014년 적자를 냈다. WTO 패소로 2015년 희토류 수출 규제는 철폐됐다. 최근 중국은 희토류 수출통제법을 시행하고(2020년), 초대형 중국희토집단 통합체제로 개편했다(2021년). 환경오염을 이유로 최대 생산지 간저우시 기업의 일부를 조업 중단시키기도 했다. 2010년 희토류 수급 불안정을 겪으며 미국·호주·러시아 등은 희토류 생산을 시작했다. 그럼에도 2020년 기준 생산량은 중국 61%, 미국 16%, 미얀마 9%, 호주 8% 등으로 중국이 압도적 1위고, 미국의 중국 희토류 수입은 80%였다.
이런 상황에서 4차 산업혁명기 핵심 금속 수요는 급증하고 있다. 2040년까지 청정에너지 기술 시나리오 실현에는 희토류가 현재의 3배가 필요하고, 지속가능발전 시나리오 실현에는 7배가 필요하리라 한다(IEA). 최근 ESG가 강조되면서 친환경 공정의 희토류 생산과 리사이클링이 관심사다. 석탄재와 폐광 잔유물로부터 희토류를 추출하고, 분리공정에서 독한 화학물질 대신 박테리아를 이용하고, 쓰고 버린 폐기물에서 희토류를 리사이클링하는 등 연구개발이 치열하다. 애플은 아이폰13 모델에 98% 리사이클된 희토류를 사용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급증하는 희토류 수급을 맞출 수 있는 길이 안 보인다.
한국의 희토류 수입 현황은 일본 40%, 중국 35%, 대만 10%, 미국 2%, 기타 12%이다. 최근 10년간 중국 의존도는 낮아졌으나 일본 의존도가 커졌다. 희토류 수급의 리스크 관리를 위해서는 수입처 다변화도 필요하지만, 대체 신소재 개발과 사용량 저감기술, 리사이클링 기술 개발이 중요하다. 핵심자원의 빈국으로서 희토류 전략은 ‘돈을 손에 쥐고도 살 수 없게 된다’는 안보 개념에 기초한 특단의 전방위 대책이 돼야 할 것이다.
<참고문헌>
1. 김명자, "신 기술패권, 자원안보 시대에 총력 대응해야", 중앙일보, 2022.7.18일자. 31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