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가계빚의 합이 처음으로 3000조원선을 넘어섰다. 경기 부진과 감세 기조로 세수가 줄면서 국채 발행이 늘어났고, 최근 수도권 중심의 부동산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로 가계대출까지 급증한 영향이다.
25일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말 국가채무(지방정부 채무 제외)와 가계빚(가계신용)은 총 3042조1000억원으로 기록됐다. 나라·가계빚 합계가 3000조원 넘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직전 분기(2997조9000억원)보다 43조2000억원 늘어났는데, 이는 코로나 팬데믹이 있었던 2021년 3분기(63조4000억원) 이후 최대 증가 폭이다. 지난해 명목 GDP(2401조원)의 127% 수준이기도 하다.
올 2분기 기준 가계 신용은 전분기 대비 13조8000억원 늘어난 1896조2000억원을 기록했다. 역시 역대 최대치다. 최근 부동산 거래 확대로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가구 빚이 늘어난 영향이다. 여기에 고금리 장기화까지 맞물리며 내수 회복 속도는 더뎌지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분기 소매판매액지수는 전년 동기 대비 2.9% 줄었는데, 이는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1분기(-4.5%) 이후 15년 만에 가장 큰 감소 폭이다. 내수 부진이 장기화하면서 한국은행과 한국개발연구원(KDI) 모두 올해 경제성장률을 0.1%포인트씩 하향 조정했다.
문제는 나랏빚이 커지면서 내수를 부양할 정부의 재정 운용 폭은 점점 좁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국고채·외평채·주택채 등 국가채무 이자비용만 24조7000억원에 달했다. 유가 급등과 같은 대외 변수에 대한 정부 대응력이 취약해질 수밖에 없다. 이 와중에도 감세 기조는 꾸준히 유지되는 만큼 재정 여건을 갈수록 악화할 우려가 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저출생 고령화가 이어지는 인구 구조상 정부 지출과 국가채무가 늘어나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뚜렷한 세수 확충 노력도 없다는 것이 문제”라며 “재정이 제 역할을 하지 못했을 때 경제성장 악화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이에 당정은 재정준칙 법제화를 통해 재정지출을 관리하겠다는 입장이다. 박대출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14일 대표 발의한 국가재정법 개정안은 정부 예산 편성 시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비율을 3% 이내로 관리하되, 국가채무비율이 60%를 초과할 땐 2% 이내로 조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아직은 국가채무비율이 60%를 넘지 않은 만큼 위험한 수준이라고 보진 않는다”며 “장기적인 재정 관리는 필요하지만, 당장은 내수를 회복시켜 경제성장률을 끌어올리고 가계대출을 줄이는 등의 역할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참고문헌>
1. 나상현, "파월 '피벗 선언' 했는데, 대한민국 빚 3000조 돌파", 중앙일보, 2024.8.26일자. 4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