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소제동 철도관사촌 글쓴이 신상구 날짜 2022.04.21 13:47

                         소제동 철도관사촌

                                     이희준 건축학박사(대전시문화재전문위원)


   대전은 경부선철도의 부설과 함께 발전한 근대도시이다. 넓은 밭과 논이었던 곳에 철로가 놓이고 대전역이 개통되면서 들판이었던 주변 경관은 완전히 다른 도시의 모습으로 탈바꿈하게 된다. 격자체계의 도로망이 만들어지고 도로변에는 상점들이 지어지고 백화점과 은행, 시장 등이 들어서면서 많은 사람이 혼잡하게 거니는 그야말로 당시로써는 가장 번화한 도시로 변모했던 것이다.

   철도 관련 종사원들이 거주하는 철도관사촌도 대전역 주변 남쪽과 북쪽에 조성되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대전역의 규모가 커지고 철도종사원들이 증가하면서 철도관사촌은 대전역 동쪽(현재의 소제동)까지 확장되었는데, 이곳에는 오래전부터 소제마을이라는 전통마을이 자리 잡고 있었고, 마을사람들의 삶과 함께 해왔던 소제호(蘇堤湖)가 위치해 있었다. 그런데 철도관사촌의 규모가 확장됨에 따라 이 마을의 상징이었던 소제호가 메워지고 그 위에 철도관사들이 건축되었다. 결국 철도가 놓이기 이전의 옛 모습은 거의 다 사라지게 되었다.

   해방 이후 한국전쟁과 대전역 주변의 개발로 인해 대전역 남관사촌과 북관사촌은 그 흔적이 없어졌고, 현재는 소제동 철도관사들만 남아 근대기 이 지역의 변화했던 모습들을 보여주고 있다.

   이 철도관사들은 메워진 소제호라는 철도 이전의 시간 위에 중첩된 철도시대라는 새로운 시간을 알려주고 있는 것이다.

   몇 년 전 소제동 관사촌을 관통하는 도로가 개설되면서 10여 채의 철도관사가 철거되었다. 얼마 전에는 이 지역의 재개발이 확정되면서 20여 채의 철도관사가 철거될 위험에 처하게 되었다. 총 40여 채의 철도 관사 중 10여 채만 남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 10여 채의 철도 관사들도 카페, 음식점 등으로 개조되면서 원래의 모습을 보존하고 있는 철도관사는 거의 없다.

   소제동 철도관사촌은 40여 채의 관사들이 하나의 마을을 이루고 있는 곳으로, 현존하는 규모로는 전국에서 가장 크고 오래되었으며 원형도 잘 보존되어 있다. 이에 우리나라 근대기의 건축적·역사적 자료로서 매우 소중하며 그 활용가치도 높다.

   10여 년 전부터 여러 전문가들과 시민단체들은 소제동 철도관사촌을 보존하고 활용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왔다. 당시에는 지금보다 더 많은 철도관사들이 남아 있었고 더 잘 보존되어 있었다. 관사촌 전체를 박물관으로 조성하자는 제안을 했었는데, 마을 일부를 옛 모습 그대로 보존해놓은 서울의 '돈의문 박물관마을' 처럼 실현되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크게 남는다.

   어쩔 수 없는 현 상황에서 철거될 수밖에 없는 철도관사들을 어떻게 해야 할까?

   소제동 철도관사촌은 6~8등급의 관사가 남아 있고, 건축된 시기에 따라 평면형태와 마감 재료, 외부형태에 차이가 있다. 이렇게 등급별로, 유형별로 잘 보존되어있는 관사들을 선정하고, 선정된 관사들을 존치구역으로 이전시키는 방법이 아쉬움이 많이 남기는 하지만 현재로서는 최선책이라고 생각된다.

   하지만 문화재 이전 복원의 실패사례로 언급되고 있는 뾰족집이나 4채의 소제동 철도관사를 국가등록문화재로 신청했으나 원형 훼손의 문제 등으로 인해 탈락했던 일들을 반면교사(反面敎師) 삼아, 철도관사들을 이전할 때는 최대한 원형을 보존해야 하는 원칙을 지키며 시민을 위한 공간이 되도록 활용하여야 할 것이다.

   예전에 이곳엔 소제호가 있었고, 그 후엔 철도관사촌이 있었으며, 앞으로는… 또….

   이렇게 '시간의 켜'를 보존함으로써 도시는 역사와 함께하게 되고, 도시 속에 사는 우리는 그 도시의 역사를 이해하고 그 도시의 시민으로서 자긍심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참고문헌>

   1. 이희원, "소제동 철도관사촌", 중도일보, 2022.4.21일자. 19면. 

시청자 게시판

2,184개(16/110페이지)
시청자 게시판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공지 <시청자 게시판> 운영원칙을 알려드립니다. 박한 49877 2018.04.12
1883 초(超)인플레이션 사진 신상구 407 2022.05.24
1882 죽음에 대한 다양한 생각 사진 신상구 545 2022.05.23
1881 최영환 한국추사연묵회 이사장 신상구 746 2022.05.23
1880 한국인이 노벨과학상을 수상하려면 사진 신상구 281 2022.05.22
1879 장애를 극복한 3명의 위인들 이야기 사진 신상구 1032 2022.05.22
1878 순종, 바다 건너 일본에서 천황을 만났다 ​ 사진 신상구 417 2022.05.21
1877 <특별기고> 5·18광주민주화운동 제42주년의 역사적 의의와 사진 신상구 628 2022.05.21
1876 5·18 광주민주화운동 42주년 전야제, 광주시민 5천여명이 참석한 가운 신상구 348 2022.05.18
1875 무엇이 같고유대교·기독교·이슬람교 다른가(상) 사진 신상구 614 2022.05.18
1874 묵자를 국내 최초로 완역한 동양학자인 묵점 기세춘 선생 타계 신상구 415 2022.05.14
1873 다큐멘터리 ‘천년의 빛 - 유네스코 유산 연등회 신상구 380 2022.05.10
1872 한국 영화 첫 월드 스타 강수연 별세 사진 신상구 391 2022.05.10
1871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참여시인 김지하 타계 사진 신상구 530 2022.05.10
1870 한국 아동 삶의 질 OECD 최하위권 사진 신상구 382 2022.05.06
1869 충청 으뜸고장 내포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 사진 신상구 370 2022.05.05
1868 ‘재야학자’ 학계 이방인인가 자유인인가 사진 신상구 531 2022.05.04
1867 위기의 충청언론 사진 신상구 459 2022.05.04
1866 일본의 끈질긴 근대화 시도, 결국 성공, 동양 3국 지 사진 신상구 580 2022.05.04
1865 <특별기고> 매헌 윤봉길 의사 상해의거 90주년을 경축하며 사진 신상구 302 2022.05.04
1864 <특별기고>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생애와 업적과 리더십의 국제화 신상구 491 2022.05.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