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디가 말한 망국의 7가지 징조. 우리 사회 혼란 병폐 모순과 일치 걱정
간디(1869-1948)는 인도의 독립·인권운동가, 정치·종교지도자, 사상가이다.
간디는 영국을 상대로 비폭력 불복종 저항운동을 벌인 인도 독립의 영웅이다. 그러한 간디가 살았던 시대의 인도 역시 매우 혼탁했던 듯하다.
간디는 생전에 위정자와 국민들에게 7가지를 경고했다.그가 말한 망국에 이르는 7가지 징조는 첫째 원칙 없는 정치, 둘째 노동 없는 부유, 셋째 윤리 없는 쾌락, 넷째 인격 없는 교육, 다섯째 도덕성 없는 경제, 여섯째 인간성 없는 과학, 일곱째 희생 없는 종교이다.
곰곰이 살펴보면 한 두 개를 빼고는 대한민국의 상황과 꼭 맞아 떨어진다.
우선 '원칙 없는 정치'라는 부분이다. 우리 국민 대다수는 대한민국의 가장 큰 문제로 정치를 꼽는다. 백성들의 눈은 정확하다.
요즘 국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경제와 민생은 빙하기 수준이다. 소득은 늘지 않고 물가가 크게 올라 시장을 가고 외식을 하는 것을 꺼린다. 서민들은 높은 금리에 가계부채로 허덕이고, 부동산 가격이 급락해 자산가치가 크게 줄었다. 거시지표도 어둡다. 지난해 GDP 성장률이 1.4%로 일본보다도 낮았고, 올해도 2.2%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민생이 살얼음판을 걷는데 정치판에는 온통 총선 뉴스만 넘쳐난다. 선거공약도 오로지 표를 얻기 위한 것들이다. 수도권과 지방, 부자와 서민, 여성과 남성, 노인과 청년, 대기업과 중소상공인을 갈라치고 분열시킨다. 정부도 이런 행태를 따라 하고 있다.
'노동 없는 부유'도 심각한 문제다. 산업화 정보화시대를 거치면서 부의 편중이 심해졌다. 상위 부자 10%가 대한민국 전체 부(금융+자산)의 66%를, 최상위 1%는 26%를 갖고 있다. 자본주의 사회라 어쩔 수 없지만 이게 심해지면 부가 대물림돼 부잣집 자식은 대대로 부자로 살고 가난한 집안의 자식은 평생 가난하게 살아야 한다. 간디는 일하지 않는 사람이 지나친 부를 누리는 것을 우려했다.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조지프 스티글리츠 지적처럼 부의 불평등이 극심해지면 사회가 분열되고 체제가 무너진다.
'윤리 없는 쾌락'도 늘어나고 있다. 도덕과 이성, 자제력을 상실한 성적 쾌락과 약물·게임·알콜 중독 등이 독버섯처럼 번지고 있다. 성범죄도 끊이지 않고 아동 음란물 만들어 파는 부류도 근절되지 않고 있다.
'도덕성 없는 경제'도 마찬가지이다. 큰 기업이 문어발식으로 골목상권까지 휩쓸고, 주가조작도 서슴지 않는다. 서민들의 등을 쳐먹는 다단계와 가상화폐도 버젓이 장사를 하고 있다.
'희생 없는 종교'도 살아있는 경고다. 인간의 마음을 달래고 치유하고 위안하고 사회적 유대감을 안겨주기보다, 자신들의 이익을 지키는데 골몰한다. 세상사에 깊이 간여하여 갈등과 분열을 선동하는 성직자도 있다. 재산을 바치게 하고 성적 착취를 일삼는 사이비 종교가 세상을 충격에 빠뜨리기도 했다.
간디가 경고한 망국의 7개 징조 대부분이 현재 우리 사회의 병폐와 정확하게 일치한다. 대화보다는 대결, 통합보다는 분열의 논리가 횡행한다. 화해와 공존·관용·용서보다는 갈등과 독존·보복·배척이 팽배해있다. 정의가 아닌 힘이 지배하는 세상이다.
이런 식으로 좀 더 시간이 흐르면 모순과 병폐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철벽처럼 구조화 고착화될 것이다. 누군가에게는 꿈과 희망과 기회가 전혀 없는 절망의 제국이 된다는 얘기다. 그 다음은 뻔하다. 각자도생하다가 결국 분열, 폭발하는 게 역사의 교훈이다.
간디의 경고가 100년 뒤의 대한민국에서 나타나는 게 안타깝고, 섬뜩하고 두렵다.
<참고문헌>
1. 김재근, "지금 우리는 몇시인가?", 대전일보, 2024.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