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려 이유태의 무실론적 효사상의 현대적 의미
초려(草廬) 이유태(李惟泰, 1607-1684)는 선조 40년부터 숙종 연간에 활약한 예학으로 이름난 성리학자이자 실사구시의 학문적 성취를 이룬 학자이다. 이유태는 김장생 문하에서 수학하며 동춘당 송준길·우암 송시열·미촌 윤선거·시남 유계 등 탁월한 인물과 교유하며, ‘충청오현’으로 불렸다. 특히 이유태는 독서와 교육을 중요하게 여긴 성리학자로 실천을 강조하였으며 예학에 뛰어난 인물로 인식되었는데 孝에 대해서도 무실론적 입장을 견지했다.
이유태는 시대의 한계를 극복하려고 노력한 지식인으로, 이이의 영향을 받아 ‘무실론적 효사상’을 주장하였다.
첫째, 수신과 인간애를 결합하였다. 본인 수양과 가정을 다스리는 것으로부터 확장하여 이웃의 환난을 구제하는 데에까지 이어졌다. 수신을 통하여 현실을 극복하기 위한 대안을 제시했다.
둘째, 시대정신을 바탕으로 한계 극복을 위한 방안을 제시했다. 이유태는 「己亥封事」를 통해 풍속을 바르게 하고, 인재를 양성하고, 옛 폐단을 혁파할 것을 주장했고, 「향약」을 저술하여 자신의 효사상을 향민에게 권면하고 실천할 수 있도록 노력한 것이 그 증거이다.
셋째, 실천을 강조했다. 이유태는 孝悌를 義·禮·智·信을 실천의 근본으로 삼았고, 「향약」에서 수신 → 무실론적 효 실천 → 인간애 → 나라사랑으로 확대한 결실을 보였다. 요언하면, 이유태의 ‘무실론적 효사상’은 인간애이다. 병들어 농사지을 수 없는 향민에게 노비와 소를 지원해주고, 탈상할 수 없는 향민에게 재물을 보태주고, 노비를 면천시킬 것은 주장한 사례는 분명 애민이자 무실론적 효사상이다. 본성을 회복하고 수신과 인간애를 결합하여 현실극복의 대안으로 실천하는 방법을 제시했고, 실천을 통해 이웃·향촌·국가까지 확장했다.
시대가 변화함에 따라 ‘孝’의 가치는 약화되고 효행이 퇴색될 수 있다. 그러나 효 실천 방법을 구체적으로 제시한 이유태의 ‘무실론적 효사상’을 근거로 본다면 효의 현대적 의미는 다음과 같은 시사점을 도출해 낼 수 있다.
첫째, 가족의 형태 변화, 문명의 발달 등과 관계없이 인간의 본성인 ‘효제’를 회복해야 한다. 이유태가 수신을 강조한 것과 같이 자기 수양인 수신을 기초로 하여 본성을 회복하고, 시대에 맞는 효를 실천해야 한다.
둘째, 이유태의 효사상이 「향약」을 통해 제가·치국·평천하로 확장되었듯이, 동양의 전통적 가치인 효사상을 시대 상황에 맞게 발전시켜야 한다. 대가족의 핵가족화, 개인 가구의 증가, 다문화사회 및 지구촌화 등 변화가 있더라도 이웃·나라·세계로 확장하여 각각의 상황에 맞는 효를 실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셋째, 시대 상황에 따라 변화되는 효 개념을 가지고 ‘時中之道’를 실천해야 한다. 이유태가 시대정신을 바탕으로 지혜롭게 대세를 식별하여 상황에 맞는 효를 실천하였듯이 효행으로 구체화되어야 한다. 정신적인 봉양과 물질적인 봉양의 조화, 상황에 따라 불효가 될 수 있지만 효가 될 수도 있으므로 상황에 맞는 효를 실천해야 한다.
그러므로 이유태의 ‘무실론적 효사상’은 오늘날 인류의 보편적 가치인 공경 또는 효 의식을 되살리는 방안 제시에 영향을 미쳤고 앞으로도 변화하는 시대 상황에서 효를 실천할 수 있도록 하는 이정표가 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참고문헌>
1. 이병주, "초려 이유태의 무실론적 효사상의 현대적 의미", 충청투데이, 2024.3.15일자. 9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