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동화작가 권정생과 '종' 글쓴이 신상구 날짜 2021.12.30 02:37

                              동화작가 권정생과 '종'



조선일보

   '강아지똥' '몽실언니' 등으로 널리 알려진 동화작가 권정생(1937~2007). 일본 도쿄의 빈민가에서 노동자의 4남2녀 중 넷째 아들로 태어났다. 해방 이듬해에 귀국했으나 6·25전쟁 때 가족이 뿔뿔이 흩어졌다. 소년 권정생은 나무장수, 담배장수, 가게 점원 등을 하며 대구, 김천, 상주 등지를 걸인처럼 떠돌았다. 이때 얻은 폐결핵과 늑막염으로 평생 고생했다.

   29세 때 안동의 시골 교회 종지기가 되었다. 혼자 밥을 끓이고 때맞춰 교회의 종을 쳤다. 주일학교 교사를 하며 틈틈이 벙어리, 바보, 거지, 시궁창의 똘배, 강아지똥 등을 주인공으로 동화를 썼다. 1969년 '월간 기독교'에 '강아지똥'이 당선하고 이어 1973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동화 '무명저고리와 엄마'가 당선했다.

   1980년대 초 일직교회 언덕배기에 흙집을 지었다. 대문도 울타리도 없는, 몸 하나 누일 작은 보금자리였다. 가진 게 없었지만 영혼이 누추한 적은 없었다. 그가 쓴 동화는 맑고 아름다웠다. 동화를 써서 꽤 많은 인세를 모았으나 그의 삶은 소박했다. 물욕이 없으니 딱히 갖고 싶은 게 없었다. 시골 교회 종루에 달린 특별할 것도 없는 종을 사랑했을까?

   "다시 태어나서 스물다섯 살 때 스물두 살이나 스물세 살쯤 되는 아가씨와 연애를 하고 싶다. 벌벌 떨지 않고 잘할 것이다." 죽기 이태 전에 쓴 유서에서 다시 태어나면 25세 때 나이가 두셋 어린 아가씨와 연애하고 싶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전쟁이나 일삼는 얼간이 같은 지도자가 다스리는 세상에서는 절대 다시 태어나고 싶지 않다고 못 박았다.

   무욕과 무소유의 삶을 실천한 이들은 늘 더 많은 것을 갈망하는 우리를 부끄럽게 만든다. 2007년 5월 17일에 세상을 뜬 권정생도 그런 드문 사람 중 하나였다. 허름한 옷을 걸치고 고독과 질병을 벗 삼아 산 그가 10억 원이 넘는 거액을 남긴 걸 알고 다들 놀랐다. 그 유산으로 '권정생어린이문화재단'이 세워졌다.
                                                          <참고문헌>
  1. 장석주, "동화작가 권정생과 '종'", 조선일보, 2019.4.4일자. 


시청자 게시판

2,426개(10/122페이지)
시청자 게시판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공지 <시청자 게시판> 운영원칙을 알려드립니다. 박한 120805 2018.04.12
2245 충남 예산군 대술면에 위치한 한국토종씨앗박물관 이야기 사진 신상구 539 2024.07.30
2244 공화정 지키려 카이사르 암살, 결과는 제국의 탄생 사진 신상구 400 2024.07.28
2243 영화배우 유지태씨, 미국서 북한 인권 침해 실태 고발 사진 신상구 410 2024.07.28
2242 유럽 전도사 이원복 교수의 신유럽론 사진 신상구 404 2024.07.28
2241 지방대 신화 박근희 부회장의 성공 키워드 사진 신상구 734 2024.07.28
2240 유엔군 참전의 날을 경축하며 신상구 514 2024.07.28
2239 김호연재, 겉도는 남편에 치솟는 비통함, 240수 시로 달래 사진 신상구 439 2024.07.27
2238 임시정부 주석 네 차례 지내, 정치 반대파에게도 존경 받아 신상구 639 2024.07.26
2237 세종특별자치시, 대한민국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로 선정 신상구 569 2024.07.25
2236 ‘독립문’ 글자 누가 썼을까 사진 신상구 694 2024.07.24
2235 대전시, 우수건축문화유산 308건, 동구·중구서 가장 많아 사진 신상구 466 2024.07.24
2234 귀여움을 이용해라, 우리 증산도의 귀여운 캐릭터를 만들어야 합니다. 안창현 668 2024.07.24
2233 명필로 이름날렸던 독립운동가 김가진 선생 서예전 23일 오전 서울 사진 신상구 422 2024.07.24
2232 '아침이슬'처럼 떠나 별이 된 김민기 사진 신상구 514 2024.07.24
2231 문명사적 변혁과 대혼란 사진 신상구 520 2024.07.23
2230 고통받은 프리다 칼로, 삶 예찬하는 수박 그림 남겨 신상구 595 2024.07.23
2229 한국화 대가 청전 이상범 사진 신상구 697 2024.07.22
2228 문학은 아름다운 사회를 만드는 백신이다 신상구 556 2024.07.22
2227 학전 이끈 '아침이슬' 김민기 별세 소식 사진 신상구 488 2024.07.22
2226 한국 독립운동사 연구의 큰 별, 박걸순 박사 타계를 애도하며 사진 신상구 452 2024.07.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