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노벨상 과학상 수상자를 키워내려면 글쓴이 신상구 날짜 2021.03.16 18:07

                                                                         노벨상 과학상 수상자를 키워내려면


    우리가 살고 있는 우주, 우주의 구성 물질, 지구상에 존재하는 생명을 탐구하는 '기초과학 연구'와 이를 통해 얻은 지식을 다음 세대에 전달하여 '교육'하는 일은 과학의 지평을 넓혀나가기 위한 불가분의 동력이다. 지식을 교육받고 성장한 학생들이 다시 지식의 지평을 넓히는 연구자로 활약하게 되는 교육과 연구가 함께 어우러지며 발전하는 모습을 우리는 과학 선진국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많은 근대과학의 훌륭한 과학자는 우수한 연구자이면서 동시에 우수한 교육자들이다. 연구에 함께 참여하는 학생들이 효과적으로 교육을 받게 되기 때문이다.
    세계적 기초과학 연구소들이 대학을 중요한 협력 파트너로 삼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많은 연구소들이 유수 대학의 인근에 위치하며 연구시설과 장비를 공유한다. 또한 연구소의 연구원들은 대학교수를 겸직하며, 학생들을 연구과제에 참여시키고 논문을 지도한다. 연구와 교육의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이러한 방식의 대표 사례가 독일 막스플랑크연구회다. 연구회 산하 80개 연구소들이 대학과 연계하여 학위과정을 운영하며, 독일 전국의 학생들이 연구소에서 연구한 성과로 학위를 받는다. 졸업한 학생들은 다시 연구소의 박사후연구원과 그룹리더 등으로 활동하며 연구책임자인 디렉터로 성장하기도 한다. 연구소가 유능한 인력의 연구 경력을 학생 시절부터 제공하는 셈이다.
    이러한 선진국 사례와 달리, 우리는 연구소와 대학이 유기적 협력 없이 각기 연구사업과 인력양성을 운용하고 있으며, 정부 소관 부처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교육부로 이원화되어 연구소와 대학의 장점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연구소에서는 젊고 유능한 학생들을 제공받기 어렵고, 대학에서는 연구비 부족 및 강의 부담으로 연구에 집중하기 어렵다. 연구와 교육이 분리되어 연구의 길에 들어서고자 하는 젊은 학생들의 미래를 불안하게 만들기도 한다. 연구소와 대학이 앞서 언급한 막스플랑크연구회처럼 연구자로서의 장기 성장 경로를 제시해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연구소가 대학의 학생을 공유하며 지속적으로 연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절실히 필요하다.
    기초과학연구원(IBS)은 설립 초기부터 개방성을 추구하며 대학들과 협력하여, 특성화대학에는 캠퍼스연구단을 일반 대학에는 외부연구단을 설치?운영하고 있다. 이 연구단들은 대학의 석학급 교수가 단장을 맡아 동료 교수, 박사후연구원, 학생들과 함께 연구를 수행한다. IBS에서는 이러한 연구단들이 최고의 환경을 갖추도록 충분한 연구비, 시설6장비 및 행정6기술인력을 지원한다. 이는 대학에서도 기초과학 역량을 키울 좋은 기회가 되므로 UNIST, 연세대, 성균관대, 이화여대 등은 IBS 연구단을 위해 학교 예산으로 최첨단 연구소 건물을 신축하여 지원하고 있다. 그리고 KAIST와 POSTECH에는 정부 지원으로 현재 연구소 건물을 건축 중인데, 여기에 기존 캠퍼스연구단들이 모여 생명과학·화학(KAIST)과 물리6재료과학(POSTECH) 분야에 특화된 세계적 강소형 연구소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IBS 본원도 대학과의 연계를 강화하여, 교수와 학생들이 IBS의 첨단?대형 연구 인프라를 활용하고, IBS 연구진과 함께 우수성과를 내도록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막스플랑크연구회처럼 전국의 대학과 긴밀히 연계된 국가 기초과학연구소로 성장한다는 것이 IBS의 발전 비전이다.
    연구와 교육의 시너지는 무한하다. 그간 우리 기초과학이 급성장하면서 세계 최상위권 연구자들도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데, 이들이 뛰어난 업적을 쌓으면서 후학들도 키우는 선순환 구조가 마련되어야 한다. 과학은 긴 시간과의 싸움이다. 통계에 의하면 노벨상 수상자들은 최초 연구 아이디어에서 실제 수상까지 평균 31년이 걸린다고 한다. 커다란 잠재성을 가진 우수한 인재들이 학생 시절부터 연구소와 대학의 협력을 통해 잘 성장하여 위대한 업적을 이룰 수 있도록 장기 지원이 이루어져야 한다.
                                                                                  <참고문헌>

   1.  하성도, "노벨상 수상자를 키워내려면", 대전일보, 2016.3.16일자. 19면.

시청자 게시판

2,114개(10/106페이지)
시청자 게시판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공지 <시청자 게시판> 운영원칙을 알려드립니다. 박한 45244 2018.04.12
1933 블랙홀 100년 만에, 이론에서 실재가 되다 사진 신상구 263 2022.07.18
1932 인촌 김성수선생 통합 리더십, 대한민국 건국 계기 만들어 사진 신상구 483 2022.07.18
1931 김진표 국회의장, '제74주년 제헌절' 경축사 전문 신상구 299 2022.07.18
1930 103세 철학자 김형석 교수가 꼽은 늙지 않는 세가지 방법 신상구 375 2022.07.16
1929 세계화 시대 저물면 대한민국은 몹시 큰 피해자 중 하나가 될 것이다. 사진 신상구 253 2022.07.16
1928 신선이 노는 복되고 신성한 땅, 경주 낭산 사진 신상구 304 2022.07.15
1927 대전은 스토리의 보고 신상구 278 2022.07.14
1926 가짜 뉴스를 만들어서라도 가지고 싶었던 권력 사진 신상구 297 2022.07.13
1925 대전의 역사 이야기와 도시 정체성 사진 신상구 251 2022.07.13
1924 윤동주·장인환 등 독립유공자 156명 호적 생긴다 신상구 283 2022.07.12
1923 中도 원조 주장 못 펴는 '고려 인삼'의 원천 기술 사진 신상구 285 2022.07.10
1922 사또를 고소하는 자는 곤장 100대에 처한다 사진 신상구 325 2022.07.09
1921 국가 수학등급 최상위 승격, 필즈상 수상, 올해는 한국 수학의 해 사진 신상구 470 2022.07.09
1920 국학박사 신상구,『충남연구』통권9호에 학술논문「아산지역 상여연구」게재 사진 신상구 346 2022.07.09
1919 천부경은 우리 얼을 담은 최고의 경전 신상구 627 2022.07.02
1918 한국효문화진흥원, 사단법인 한국시조협회와 하계효문화포럼 개최 사진 신상구 394 2022.07.01
1917 한반도 비파형동검 분포 사진 신상구 519 2022.07.01
1916 백제의 ‘익산 천도론’ 비밀의 열쇠 수부 사진 신상구 328 2022.06.30
1915 세종의 정치 배신한 세종의 인재들 사진 신상구 428 2022.06.29
1914 소정 정훈 선생 유품 개인 소장자 대전문학관에 기증해야 사진 신상구 396 2022.06.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