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영화 '파묘' 처럼... 현충원 친일파, 언제쯤 들어낼 수 있을까 글쓴이 신상구 날짜 2024.03.09 11:16
24.03.08 15:27최종 업데이트 24.03.08 15:27
'DM'을 아시나요? 다이렉트 메시지(Direct Message)의 약자인 디엠은 인스타그램 등에서 유저들이 1대 1로 보내는 메시지를 의미합니다. 4월 10일 22대 총선을 앞두고 민심을 대변하기 위해 국회로 가겠다는 후보들에게, 유권자들이 DM 보내듯 원하는 바를 '다이렉트로' 전달할 수 있다면 어떨까요. <오마이뉴스>는 시민들이 22대 국회에 바라는 점을 진솔하게 담은 DM을 소개해보려 합니다. 관심 있는 분들의 많은 참여 부탁드립니다. [편집자말]

▲ 역사학도가 22대 국회에 보내는 DM. ⓒ 박종현

 
장안의 화제인 영화 <파묘>를 봤습니다.

감독의 전작인 <검은사제들> <사바하> 역시 재밌게 봤기에 <파묘> 역시 기대하고는 있었지만, 사실 개봉하자마자 당장 영화관에서 달려가서 봐야겠다고 할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이승만을 미화해 논란이 된 다큐멘터리 영화 <건국전쟁>의 김덕영 감독이 "반일주의를 부추기는 영화"라고 비판했다는 얘기를 듣고 솔깃해졌습니다. 바로 영화관으로 달려갔습니다.
 

▲ 지난 2일 <파묘>의 배급사 쇼박스가 600만 관객 돌파 기념으로 공개한 스페셜 포스터. ⓒ 쇼박스 제공

 
아직 보지 않은 분들께 영화 내용을 알려드리는 것이 될까봐 자세히 언급하기는 어렵지만 왜 <건국전쟁> 감독이 '반일주의' 운운했는지 알 것 같았습니다. 또 여전히 과거사 청산이 이뤄지지 않은 대한민국의 현실을, 일제가 한반도의 허리인 백두대간에 박아넣은 쇠말뚝 이야기에 빗대 비판하고자 한 감독의 의도에 감탄했습니다.

영화는 나름 해피엔딩으로 끝났습니다만, 보고 나오는 제 가슴은 답답했습니다.

3.1절, 현충원을 걷다

지난 3.1절, 시민 50여 명과 함께 국립서울현충원을 걸었습니다. 


<걸어서역사속으로: 현충원에서 만나는 독립운동가들>. 3.1혁명 105주년을 맞아, 여러 시민들과 함께 독립운동가들의 묘역을 참배하며 뜻 깊은 하루를 보내고자 준비한 답사였습니다.

김란사, 우덕선, 유성삼, 김상옥, 우덕순, 문일민, 박재혁, 이민화, 프랭크 스코필드, 김진성, 권기옥, 김익상, 안경신, 홍범도, 최진동, 손정도, 신규식, 지청천, 박은식, 손원일, 김홍일, 이범석.

이날 만난 독립운동가들입니다. 갑작스러운 꽃샘추위에 걱정이 많았지만, 추위에도 불구하고 아이·어른할 것 없이 모든 분들이 경청하는 모습에 적지 않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무려 3시간 가까이 진행된 투어였음에도 말입니다.

조국의 독립을 위해 헌신했던 여러 독립운동가들의 뜨거운 삶을 마주하며, 모두가 추위를 잊은 채 걷고 또 걸었습니다.
 

▲ 프랭크 스코필드 지사 묘역에서 해설하는 기자의 모습 ⓒ 김경준


항일과 친일이 공존하는 현충원 

그러나 이번 투어는 독립운동가들과의 만남이 끝이 아니었습니다. 바로 현충원에 잠든 친일반민족행위자들과도 만났습니다.

사실 마지막까지 고민했던 부분이었습니다. 현충원 투어 참가자들 중에는 아이를 대동한 가족 단위 참가자들이 많았습니다. 아직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좋은 것만 보여줘도 모자랄 텐데, 벌써부터 이런 이야기를 해도 될까 싶어 친일파 묘역은 빼야 하나 고민이 컸습니다.

하지만 이번 투어는 독립운동가 묘역 옆에 친일파들이 잠든 현실을 알리기 위한 목적도 있었기에 강행하기로 했습니다.

이응준, 임충식, 신태영. 모두 일제를 위해 충성을 다했으나 해방 후 대한민국 국군의 영웅으로 둔갑한 이들입니다. 일본군 대좌 출신 이응준은 대한민국 초대 육군참모총장으로서 '국군의 아버지'라는 칭송을 받고 있습니다. 임충식은 만주국의 삼광정책(三光: 빼앗고, 태우고, 죽이는 것)을 충실히 수행한 간도특설대 출신이며, 신태영은 아들(신응균)까지 부자가 나란히 일본군 장교로서 일본 천황을 위해 충성을 다했습니다.

"자, 여기에 서서 아래를 한 번 내려다보십시오. 뭐가 보이시나요?"

참가자들에게 그들이 잠든 묘역에 서서 아래를 내려다보도록 했습니다. 대한민국 임시정부 요인들의 묘역이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친일파들의 묘역 아래 애국지사들의 묘역이 있습니다. 친일파들의 군홧발 아래 애국지사들이 짓밟힌 형국입니다.
 

▲ 친일파 이응준, 임충식, 신태영 등이 잠든 장군제2묘역에서 내려다 본 임시정부 요인 묘역 ⓒ 김경준


영화 <파묘>의 해피엔딩을 보고 나와서도 가슴이 답답했던 건 바로 이러한 현실 때문이었습니다. 사실 영화도 마냥 해피엔딩은 아니었습니다. 주인공들은 각자의 일상으로 돌아가고 난 뒤에도 뭔가 찝찝한 표정을 짓고 있더군요. 할 일을 다 하지 못한 이들의 표정이었습니다.

영화를 보고 나서는 제 표정이 딱 그랬습니다. 어쩌면 '항일과 친일이 공존하는 기괴한 명당' 현충원의 현실을 바로 잡지 못한 데 대한 감독의 의도된 연출이 아니었을까 싶기도 합니다. <파묘>라는 제목 역시 현충원의 친일파 묘역을 파묘해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지 않을까요?

22대 총선 출마 후보들에게 바란다

김백일·신응균·신태영·이응준·이종찬·백낙준·김홍준·신현준·김석범·송석하·백홍석·백선엽. 2009년 대통령 소속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가 친일반민족행위자로 지정한 이들은 현재 모두 국립현충원에 잠들어 있습니다.

도대체 언제까지 이런 현실을 두고 봐야 할까요?

2020년 4월 21대 총선 당시 광복회에서 국회의원 후보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지역구 당선자 253명 중 185명인 73.1%가 '현충원 내 친일파 묘 이장에 찬성한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당시 여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은 85.3%에 해당하는 140명이 찬성했습니다.

그러나 막상 총선이 끝나고 나니 180석을 가진 '거대 여당'은 친일파 파묘법 처리에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했습니다. 친일파 파묘법을 당론으로 채택해달라는 광복회 등의 요구에 이낙연 당시 민주당 대표는 "민주당 내 의원들의 반대 목소리가 많다"며 거부하기까지 했습니다.

그렇게 4년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결국 '파묘'는 이뤄지지 않았고, 이제 다시 22대 총선이 다가왔습니다. 지난 총선 당시 보여준 정치인들의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 다른' 태도에 크게 실망했지만, 그래도 다시 한 번 호소합니다.

언제까지 현충원에서 독립운동가들이 친일파의 군홧발 아래 신음하는 꼴을 봐야 하는 겁니까. 나라를 위해 헌신한 선열들이 죽어서까지 고통 받는 이 현실이 과연 온당하다고 생각하십니까.

부디 이번 총선에서는 현충원에서 친일파들을 파묘하겠다는 의지가 충만한 정치인들의 출현을 고대합니다.                                                                                                                                                                              <참고문헌>

   1. 김경준, "영화 '파묘' 처럼... 현충원 친일파, 언제쯤 영화 '파묘' 처럼... 현충원 친일파, 언제쯤 들어낼 수 있을까들어낼 수 있을까", 오마이뉴스, 2024.3.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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