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무속(巫俗)의 허와 실 글쓴이 신상구 날짜 2022.08.17 10:15


                                           무속(巫俗)의 허와 실

 

   무속은 간단하지 않다. 1만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원시 종교이다. 무속에는 3대 기능이 있다. 첫째 예언, 둘째 치병(治病), 셋째 안심(安心) 기능이다. 따지고 보면 이 3가지 기능은 제도권 종교의 역할과도 겹쳐지는 부분이다.

   무속과 제도권 종교는 그 기본 골격이 같다는 말이다.

   우선 안심 기능을 보자. 프로이드와 카를 융의 후예들이 이 기능을 대체하고 있다.

무속에 가지 않고 심리상담소로 가게 되었지만 일부 한국 사람은 무속에 가야지 속이 시원해진다.

   20년 전쯤 우면산 아래에 사진점쟁이라고 하는 유명한 점쟁이가 있었는데, 여기로 점을 치러 가면 특징이 열댓명의 고객들을 한 방에 몰아 넣고 오픈 방식으로 점을 치는 행태였다.

방에 같이 앉아서 그 사람의 점괘, 즉 내밀한 사생활의 문제들을 모두 들을 수 있다는 게 민망하기도 하였다.

   ‘너 신랑은 바람을 피워야 사업이 잘돼, 열 여자도 부족해. 그러니까 너무 안달복달하지 마!’

‘당신은 몸에서 구린내가 나네. 혹시 정화조 사업 하는 사람이여?’

   ‘지금은 아들이 백수이지만 40대 중반이 되면 문서를 만져서 크게 돈을 벌게 돼. 좀 참고 기다려!’ 등등.

   점집에 앉아서 이런 점괘 이야기를 듣다 보면 나름대로 심리 치료가 된다. 다른 사람 고민도 나랑 비슷하구나! 하는 깨달음이다.

   치병의 사례를 보면 러시아의 라스푸틴(1869~1916)이 있다. 193㎝ 장신이었다. 러시아 황제의 아들 로마노프 황태자의 난치병을 고쳐 주어서 황실의 전폭적인 신임을 얻게 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무속이 가지고 있던 치병 능력을 현대화된 종합병원이 대체하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예언 기능이 문제이다. 인공지능 AI가 아무리 딥 러닝을 돌려 보아도 인간의 운명을 예측할 수 없다.

   AI의 천적은 무당이다. 운명에 대한 욕구, 즉 운욕(運欲)은 여전히 시장에서 끊임없이 요구하는 강력한 수요이다. 시장의 수요가 있는 한 공급은 이루어진다. ‘미친X 널뛰는 팔자’인 사업가와 정치인은 강력한 수요자이다.

   물론 무당의 점괘가 다 맞는 것은 아니고 틀릴 때도 많다. 유능한 주식 전문가를 시장에서 가려내는 것처럼, 용한 점쟁이도 그 승률을 시장에서 가려낸다.

   무속의 문제점 사적 욕망에 치중한다는 점이다. 공심(公心)이 희박하다.

   ‘영발(靈發)’의 파워를 사리사욕을 채우는 수단으로만 이용하면 천벌을 받는다.

   권력과 가까운 무당이 공심이 없고 이권 챙기는 데 몰두하면 위험해진다.

                                                       <참고문헌>

   1. 조용헌, "무속의 허와 실", 조선일보, 2022.8.16일자. A25면.

시청자 게시판

2,116개(7/106페이지)
시청자 게시판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공지 <시청자 게시판> 운영원칙을 알려드립니다. 박한 45756 2018.04.12
1995 짧고 불꽃 같은 생을 살았던 조영래 천재 인권변호사 사진 신상구 395 2023.03.17
1994 무원칙과 편의의 원칙 사이에 광화문 월대의 비밀은 영원히 비밀로 남고. 사진 신상구 691 2023.03.16
1993 ‘戰後 일본의 양심’ 오에 겐자부 타계 사진 신상구 284 2023.03.14
1992 ‘조선인요시찰인약명부’에 남은 충남의 독립운동가 사진 신상구 223 2023.03.13
1991 대전 문화자본 신상구 204 2023.03.13
1990 악비, 천고에 길이 남을 忠의 화신 사진 신상구 429 2023.03.12
1989 도심융합특구 조성으로 새롭게 도약하는 대전을 기대하며 사진 신상구 392 2023.03.10
1988 초하(初河) 유성종 박사의 모범적인 삶 사진 신상구 285 2023.03.10
1987 3·1 독립정신 사진 신상구 244 2023.03.10
1986 <특별기고> 3.8민주의거 63주년의 역사적 의의와 경과와 사진 신상구 357 2023.03.09
1985 대전 골령골 집단학살 백서 발간 사진 신상구 229 2023.03.08
1984 <특별기고> 3.1독립만세운동의 발생 배경과 경과와 영향 사진 신상구 279 2023.03.03
1983 쌀 종주국 한국의 긍지 신상구 444 2023.03.02
1982 윤석열 대통령 3.1운동 104주년 기념사 전문 신상구 253 2023.03.02
1981 천안·아산 3.1운동 공적 미서훈 독립운동가 250여 명 발굴 사진 신상구 372 2023.03.01
1980 해방 78년, 아직도 청산되지 못한 친일파 군상 신상구 444 2023.02.28
1979 사르후 전투에서 조선·명나라 연합군 10만명이 후금 3만 병력에 大敗 사진 신상구 261 2023.02.28
1978 독립운동가이자 작가인 심훈 선생, 시 영화 기사로 일제에 저항 사진 신상구 281 2023.02.27
1977 약탈 논란 문화재 ‘금동관음보살좌상’ 소유권 다툼 신상구 283 2023.02.26
1976 <특별기고> 자작나무의 특징과 한국 무속 신상구 330 2023.0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