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정약용의 유배지 강진 다산초당 글쓴이 localhi 날짜 2015.03.08 01:47
 

                           정약용의 유배지 강진 다산초당

            충청문화역사연구소장(국학박사, 향토사학자, 시인, 칼럼니스트) 신상구

  강진은 청자, 다산초당, 사의재(四宜齋=東門賣飯家), 백련사, 무위사, 영랑 생가 등으로 유명한 고장이다. 특히 다산초당은 정약용 선생이 차를 다려먹으며 실학 서적들을 집필한 곳으로 잘 알려져 있다.

  여행가 이호준이 다산초당을 답사하고 쓴 기행문을 소개한다. 이 기행문은 문학적 가치가 높아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진한 감동을 느끼게 한다.

  다산초당으로 오르는 길은 대숲의 서걱거리는 소리로부터 시작한다. 새들을 품은 숲이 통째로 지저귄다. 편백나무와 소나무가 도열한 길에는 나무뿌리들이 온통 얽혀 있다. 땅속에 있어야 할 몸을 지상에 드러낸 뿌리들은 생채기투성이 손을 뻗어 땅을 움켜쥐고 있다. 그들이 쥐고 있는 것은 흙이 아니라 생을 향한 열망이다. 저 경건한 모습 앞에 누가 주어진 생을 가볍게 여기랴. 삶의 멱살을 쥐고 흔드는 장애물을 이기는 방법은 좌절하고 원망하고 울부짖는 게 아니라 꿋꿋이 일어서서 걸어가는 것이다. 치유는 거기서부터 시작된다.

   다산이 그랬다. 그는 평생 500권이 넘는 책을 썼다. 그중 많은 것들이 가장 불행했던 18년 동안의 강진 유배 시절에 쓴 것이다. 서, 예, 악, 춘추, 역, 천문, 지리, 산술, 의술, 금석학을 섭렵했던 다산을 말하기에는 그가 너무 크다. 200여 년 전 그가 걸었던 길을 묵묵히 따라 걸어볼 뿐이다. 그것만으로도 가슴은 벅차고 숨이 가쁘다. 길가 도랑에는 겨울이 녹은 물이 졸졸거리며 흐른다. 다산도 봄마다 이 소리를 들었겠지. 원래는 어둡고 습한 길인데 오늘은 햇살이 좋다.

   다산초당은 체로 친 듯 곱게 내리는 햇살 아래 묵묵하게 서 있다. 새들도 햇살을 한 가닥씩 물고 이 나무 저 나무 옮아 다닌다. 초당은 여전히 와당(瓦堂)이다. 원래 작은 초가였는데, 허물어진 것을 1957년 다시 지으면서 기와를 덮은 것이다. 다산이 거주하기 전에는 해남 윤씨 가문의 산정(山亭)이었다. 윤선도를 배출한 해남 윤씨와 다산은 특별한 인연이 있다. 그의 모친이 바로 그 집안 출신이다. 그러니 비록 유배 중이라 하더라도 알게 모르게 도움을 줬으리라 짐작할 수 있다. 다산은 이곳에 자리를 잡고서야 안정된 생활을 할 수 있었다.

  초당에서 유난히 눈길을 끄는 것이 마당 한가운데를 차지하고 있는 넓은 돌이다. 다산이 찻물을 끓였다는 다조(茶俎·차 부뚜막)다. 뒤뜰에는 가뭄에도 좀처럼 마르지 않는다는 샘 약천(藥泉)이 있다. 다산이 차를 끓이던 물이다. 하지만 지금은 마실 수 없다는 안내판이 붙어 있다. 왼편 산비탈로 올라가면 다산이 바위에 손수 쓰고 새겼다는 정석(丁石)이라는 글자를 볼 수 있다. 글자 한 자 한 자에서 옛사람의 고독을 읽는다. 마지막으로 오른쪽에 있는 연못 ‘연지석가산(蓮池石假山)’에 들른다. 연못 한가운데 돌로 산을 쌓고 대롱으로 폭포도 만들어 놓았다. 이들이 이른바 다산사경(茶山四景)이다.  

                                      <참고문헌>

   1. 이호준, “다산과 혜장선사 이어준 그 길, 동백꽃 카펫 곱게 깔려 있네”, 문화일보, 2015.3.4일자. 29면.

   2. 김낙중, “천지의 의미 가르침 준 주모...다산도 그 당당함에 깜짝”, 문화일보, 2015.3.4일자. 29면.

                                  <필자 신상구 약력>

  .1950년 충북 괴산군 청천면 삼락리 63번지 담안 출생

   .백봉초, 청천중, 청주고, 청주대학 상학부 경제학과를 거쳐 충남대학교 교육대학원 사회교육과에서 “한국 인플레이션 연구(1980)”로 사회교육학 석사학위를 취득하고,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대학교(UBE) 국학과에서 “태안지역 무속문화 연구(2011)"로 국학박사학위 취득

   .한국상업은행에 잠시 근무하다가 교직으로 전직하여 충남의 중등교육계에서 35년 4개월 동안 수많은 제자 양성

   .주요 저서 : 『대천시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아우내 단오축제』,『흔들리는 영상』(공저시집, 1993),『저 달 속에 슬픔이 있을 줄야』(공저시집, 997) 등 4권.

   .주요 논문 : “천안시 토지이용계획 고찰”, “천안 연극의 역사적 고찰”, “천안시 문화예술의 현황과 활성화 방안”, “항일독립투사 조인원과 이백하 선생의 생애와 업적”, “한국 여성교육의 기수 임숙재 여사의 생애와 업적”, “민속학자 남강 김태곤 선생의 생애와 업적”, “태안지역 무속문화의 현장조사 연구”, “태안승언리상여 소고”, “조선 영정조시대의 실학자 홍양호 선생의 생애와 업적”, “대전시 상여제조업의 현황과 과제”, “천안지역 상여제조업체의 현황과 과제” 등 60편

   .수상 실적 : 천안교육장상, 충남교육감상 2회, 통일문학상(충남도지사상), 국사편찬위원장상, 한국학중앙연구원장상, 자연보호협의회장상 2회, 교육부장관상, 문화체육관광부장관상, <문학 21> 신인작품상, 국무총리상, 홍조근정훈장 등 다수

   .한국지역개발학회 회원, 천안향토문화연구회 회원, 대전 <시도(詩圖)> 동인, 천안교육사 집필위원, 태안군지 집필위원, 천안개국기념관 유치위원회 홍보위원, 대전문화역사진흥회 이사 겸 충청문화역사연구소장, 보문산세계평화탑유지보수추진위원회 홍보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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