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사회구성체 논쟁의 전개과정과 영향 글쓴이 localhi 날짜 2015.09.14 02:30
                                               사회구성체 논쟁의 전개과정과 영향
               충청문화역사연구소장(국학박사, 향토사학자, 시인, 칼럼니스트) 신상구(辛相龜)   
    1980년대는 ‘사회과학의 시대’로 ‘사회구성체 논쟁’이 활발하게 벌어졌다. 이 논쟁은 1985년 ‘창작과비평’ 지면을 통한 박현채(전 조선대 교수, 경제학)와 이대근(성균관대 명예교수, 경제학) 간의 논쟁으로 본격화한 후 진보적 사회과학계 전반으로 파급됐다. 박현채는 당시 우리 사회를 ‘국가독점자본주의’ 사회로 파악한 반면, 이대근은 ‘주변부 자본주의’ 사회로 이해했다.
    박현채와 함께 <사회구성체 논쟁 1·2·3·4>를 편집한 조희연(서울시 교육감, 성공회대 교수)은 사회구성체 논쟁 시기를 논쟁의 준비기(1980년대 전반기), 소시민적 이론 대(對) 마르크스주의 이론의 대립을 기본 축으로 하는 1단계 논쟁기(1980년대 중반), NL(민족해방파) 대 CA(제헌의회파)의 대립을 기본 축으로 하는 2단계 논쟁의 제1소시기(1986~87년), NL 대 PD(민중민주파)의 대립을 기본 축으로 하는 2단계 논쟁의 제2소시기(1988~89년), 구(舊)소련 및 동유럽 사회주의의 붕괴를 계기로 하는 마르크스주의 이론의 견지 대 수정 변화를 기본 축으로 하는 3단계 논쟁기(1989년 이후)로 구분한 바 있다.
    사회구성체 논쟁을 전체적으로 돌아볼 때, 한국사회의 성격을 규명하려 했던 ‘식민지 반(半)봉건사회론(혹은 반(半)자본주의론)’과 ‘신식민지 국가독점자본주의론’은 논쟁의 양대 기본 축을 이룬 견해였다.
    식민지 반봉건사회론은 한국사회의 구조를 이해하는 데 자본주의의 전근대성과 왜곡성, 제국주의의 정치·군사적 지배, 남한 국가권력의 본질적 예속성을 강조하고, 그 실천전략으로 변혁운동 역량에 대한 전한반도적 시각, 반제자주화와 민족해방운동을 포괄한 민족해방 민중민주주의 변혁전략을 제시했다. 반면에 신식민지 국가독점자본주의론은 한국사회의 구조를 신식민지 특수성을 가진 국가독점자본주의로 이해하고, 그 정치적 상부구조로서 신식민지 파시즘의 성격을 부각시켰다.
    진보학계에 상대적으로 큰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평가되는 사회구성체 이론은 한국사회의 발전 경향을 ‘독점강화·종속심화’로 파악하고, 정통 마르크스-레닌주의에 기초한, 노동운동을 중시한 반제·반독점의 사회변혁을 제시했다.
    사회구성체 논쟁에서 주목할 연구 가운데 하나는 서관모(충북대 교수, 사회학)가 주도한 계급 연구였다. 서관모는 한국사회 계급구성의 추이를 통계적으로 관찰해 볼 때 프티부르주아지의 감소 경향, 노동자계급의 급속한 증대 경향이 명확히 드러난다고 주장했다. 한국사회 계급구조는 자본가계급 대 노동자계급의 양극화를 축으로 해 프티부르주아지, 중간 계층들, 반(半)프롤레타리아트층으로 이뤄지는 자본주의 계급구조의 보편적인 양상을 보여준다는 것이 서관모의 결론이었다.
    사회구성체 논쟁이 갖는 의의를 김진균(전 서울대 교수, 사회학)과 조희연은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첫째, 이 논쟁은 한국 근현대를 연구하는 데 그 이전 시기에 잠재적으로 대립했던 입장을 명확히 해 각각의 논리체계로 정립시켰다. 둘째, 이 논쟁은 민족·민중적 사회과학의 이론적 및 방법론적 기초, 즉 윤소영(한신대 교수, 경제학)과 이병천(강원대 교수, 경제학)이 말한 ‘단절된 정치경제학적 전통 복원의 올바른 방법론적 원칙’을 제시했다. 셋째, 이 논쟁은 민족·민중적 학문으로서의 학술 연구가 실천운동과 변혁운동에 중대한 함의를 안겨준 이론과 실천의 변증법적 통일을 목표로 한 것이었다.
    사회구성체 논쟁은 1990년대에 들어와 갑자기 쇠퇴했다. 여기에는 안과 밖의 요인이 동시에 작용했다. 먼저, 1980년대 후반 동구 사회주의의 위기와 붕괴라는 대외적 변화가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국제 공산주의 운동의 중심이 해체됨에 따라 마르크스주의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이 제기됐다. 이와 연관해 구소련의 신사고론과 페레스트로이카에 대한 논의가 소개되고, 사회민주주의·유로코뮤니즘·신사회운동론 등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한편, 대내적으로는 논쟁이 격화되면서 구체적 현실에 대한 추상적 논의와 정통성 시비가 성행했는데, 이러한 경향은 결국 논쟁의 때이른 쇠퇴를 가져오게 했다. 사회구성체 논쟁은 1987년 6월항쟁과 노동자대투쟁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고, 동시에 이런 사회운동들은 논쟁을 더욱 확산시켰지만, 식민지 반봉건사회론의 감상적 민족지상주의나 신식민지 국가독점자본주의론의 협애한 계급주의는 관념적인 편향을 벗어나지 못했다.
    마르크스의 <자본론>을 번역한 김수행(전 서울대 교수, 경제학)은 사회구성체 논쟁의 한계를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첫째, 이 논쟁을 통해 제시된 다양한 견해들은, 그것이 식민지 반봉건사회론이든 신식민지 국가독점자본주의론이든 중진자본주의론이든, 현실의 역동성을 왜곡·부정하고 역사과정에 대한 목적론적이고 고정된 관점을 강조했다. 둘째, 이 논쟁은 한국사회가 나아가야 할 종착점, 예를 들어 식민지적 정체 상태·선진자본주의·사회주의에 대한 구체적이고 과학적인 분석을 결여하고 있었다. 셋째, 이 논쟁은 미래의 사회변동을 경제주의적으로 예단하는 경향이 강하고, 따라서 현실의 변화에 내재된 계급갈등의 복합성을 간과했다.
     현재의 시점에서 보면, 1980년대 사회구성체 논쟁은, 조희연과 김동춘(성공회대 교수, 사회학)이 지적하듯, 진보적 사회과학의 ‘학문적 시민권’을 획득하게 한 일종의 학술운동이었다. 이 논쟁은 우리 사회에서 냉전분단체제 아래서 불허됐던 ‘마르크스주의의 르네상스’를 가져오게 했다. 1980년대에 대학을 다닌 이들은 NL, PD, 변증법, 사구체(사회구성체의 약어) 등의 개념들을 공부하고 토론하며 학창 시절을 보냈던 기억이 선명할 것이다.
    하지만 이 르네상스는 오래 가지 못했다. 앞서 말한 대외적 환경의 변화와 논쟁에 내재된 추상적 급진성이 그 원인을 제공했다. 1987년 6월항쟁으로 열린 민주화시대는 한국사회를 새로운 방향으로 이끌어가기 시작했다. 사회구성체 논쟁의 줄기를 이룬 여러 이론들은 민주화시대의 사회변동에 대응해 새로운 변화를 모색할 수밖에 없었다. 포스트 마르크스주의론, 포스트 포드주의론, 진보적 시민운동론 등은 그 대표적인 시도들이었다.
    1980년대에 정치학, 경제학, 사회학을 전공한 대학원 학생들 중에는 종속이론과 사회구성체론을 주제로 석?박사학위논문을 제출하여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은 학생들이 많이 있다. 필자는 그 당시 학부에서는 경제학을, 대학원 석사과정에서는 사회교육학을 전공했는데, 석사학위논문 지도교수인 전철환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가 경제체제를 주제로 석사학위논문을 작성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을 피력한 바 있었다. 그러나 관련 자료가 거의 없어 한국 인플레이션 연구를 주제로 학위논문을 제출하여 사회교육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그래도 아쉬운 마음이 들어 그 당시를 회상하며 오래 간만에 사회구성체론을 고찰해 보았다.   
                                                              <참고문헌>
    1. 김호기, “한국사회 모순 어디서 왔나 - 1980년대 학생운동권 백가쟁명”, 경향신문, 2015.9.11일자. 8면.
                                                              <필자 약력>
    .1950년 충북 괴산군 청천면 삼락리 출생
   .청주고, 청주대 경제학과를 거쳐 충남대 교육대학원 사회교육과에서 “한국 인플레이션 연구(1980)”로 사회교육학 석사학위를 받고,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대학교(UBE) 국학과에서 “태안지역 무속문화 연구(2011)"로 국학박사학위 취득
   .주요 저서 :『대천시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1994),『아우내 단오축제』(1998),『흔들리는 영상』(공저시집, 1993),『저 달 속에 슬픔이 있을 줄야』(공저시집, 997) 등 4권
   .주요 논문 : “조선 영정조시대의 실학자 홍양호 선생의 생애와 업적, "대전지역 상여제작업의 현황과 과제” 등 62편
   .통일문학상(충남도지사상), 국사편찬위원장상, 한국학중앙연구원장상, 자연보호협의회장상 2회, 교육부장관상, 문화체육관광부장관상, <문학 21> 신인작품상, 국무총리상, 홍조근정훈장 등 다수
   .대전 <시도(詩圖)> 동인, 천안교육사 집필위원, 태안군지 집필위원, 천안개국기념관 유치위원회 홍보위원, 보문산세계평화탑유지보수추진위원회 홍보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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