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우리 문화재 관리 엉망 글쓴이 localhi 날짜 2015.08.22 21:17
                                                       우리 문화재 관리 엉망
                             충청문화역사연구소장(국학박사, 향토사학자, 시인) 신상구
   우리 문화재는 주로 사찰, 고택, 무덤 등에 보존되어 있다. 그런데 우리 문화재의  80% 이상이 사찰에 보존되어 있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 사찰의 문화재 관리가 엉망인 것으로 나타났다. 사찰 문화재가 목록으로 정리돼 체계적으로 관리되지 않고 있는데다 신성시되는 복장(腹臟) 유물을 사찰에서 열어보지 않는 탓에 전문 절도ㆍ도굴범에게 도난을 당하고도 물품을 정확히 알기 힘든 상황에 놓여 있다. 그리하여  불상 속에 들어 있는 불경이나 사리, 즉 복장 유물은 도굴범들의 주 표적이 되고 있다. 이러니 도굴범 입에 원 소유자가 좌지우지되는 웃지 못할 일까지 벌어진다.  주지 스님이 문화재에 관심이 별로 없는데다 도난을 당하고도 책임을 우려해 쉬쉬하는 경우도 있다. 도난 문화재의 해외반출 역시 빈번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를 차단하기 위한 공항과 항만의 단속인력이 부족하다. 문화재 제자리 찾기 대표인 혜문 스님은 “출입국 단속인력이 마약과 총기류 적발에 치중돼 있는데다 일부 스님들의 개인적 일탈까지 겹쳐 문화재 범죄가 근절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도난 문화재 회수에 대한 당국의 관심 부족도 문제다. 경찰은 지난달 도난부터 회수까지 책임지는 문화재 전문 수사팀을 창설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미 수 십년 전부터 도난 문화재가 거래돼 온 점을 감안하면 늦어도 한참 늦었다는 지적이다. 문화재를 전문으로 하는 검사와 판사가 거의 없는 점도 특수분야인 문화재 범죄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나타나고 있다.
    도난 문화재 거래를 끊기 위해서는 상선을 적발하고 처벌하는 게 핵심이지만 그게 쉽지 않다. 법의 허점을 교묘히 이용하기 때문이다. 장물을 직접 판매하거나 알선할 경우 법정형이 절도범보다 높기는 하다. 하지만 거래하는 물건이 장물이라는 것을 알고 거래했을 때만 처벌이 가능하다. 경찰 관계자는 “구입은 했지만 장물인 줄 몰랐다고 발뺌하면 혐의 입증에 애를 먹는다”고 전했다. 문화재보호법이 형법보다 우선하는 특별법인데도 입법취지를 법률가조차 잘 모르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에서 문화재수사 전담팀장을 맡았던 이영권 경감은 “형법에서는 장물취득 이후의 불법행위는 처벌하지 않지만, 문화재보호법은 장물취득 후의 양도, 운반, 은닉, 훼손 행위에 대해서도 별도 처벌이 가능하다”며 “법조인들이 문화재 범죄에 형법의 논리를 적용하면 처벌이 약해져 예방효과가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문화재 전문 절도ㆍ도굴범들 사이에 ‘나까마’ ‘가이다시’로 불리기도 하는 상선은 절도ㆍ도굴범과 구매자를 연결하는 단순한 브로커나 중간 다리가 아니다. 가치의 정도를 판단해 줄 정도로 문화재 식견이 높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절도ㆍ도굴범에게 사찰, 고택 등에서 특정 문화재를 훔쳐 오라는 ‘오더’까지 내릴 정도로 문화재 절도에 깊숙이 관여하는 경우까지 있다. 대개 합법적(?) 거래를 위해 골동품상이나 고서적 판매상으로 위장한다.  상선과 구매자간의 거래에 영수증과 계약서가 작성되지만 죽은 사람과 해외 체류자 등 허위 내용이 기재된다. 구매자 측은 합법적 거래 근거를 갖기 위해 계약서가 필요하지만 가명 등은 거래선을 추적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함이다. 상선이나 구매자나 그만큼 치밀하다.
    자금 추적이 불가능한 무기명 채권이 거래에 사용되기도 한다.  국내 문화재 도굴 일인자인 서상복씨는  “한 번은 문화재에 관심이 많은 모 대기업에서 물건을 사들일 때 직원으로부터 1억원짜리 무기명채권 3장을 받았다. 문화재를 판매할 때마다 받은 무기명 채권만 30여장”이라며 자신의 경험담을 이야기했다.
   서상복씨는 2011년 4월 출소하기 전까지 5년여 동안 도난 문화재를 둘러싼 밑바닥 이야기를 수백 통의 편지에 담아 보냈다.
    백양사 아미타회상도 1994년 전남 장성군 백양사에서 도난 당한 탱화로 10년 뒤 한국불교미술박물관에 전시되자 소유권 분쟁이 벌어졌다. 양측 교섭 끝에 백양사가 박물관에서 돌려 받았다.
    문화재청 통계에 따르면 1985년부터 올 3월 말까지 705건의 문화재 도난 사건이 발생해 2만7,675점이 사라졌지만 20%도 안 되는 4,757점만 회수됐다. 소원화개첩처럼 행방이 묘연한 중요 도난 문화재가 널리고 널렸다는 얘기다. 이는 여러 문제점을 드러낸다. 단순히 문화재 관리 허술 뿐만 아니라 절도ㆍ도굴범과 구매자로 연결되는 유통 루트가 전국이나 해외에 거미줄처럼 뻗어 있다는 걸 의미한다.
    서상복씨가 편지에서 직접 훔쳤거나 관여해 내막을 알고 있다고 한 문화재들만 봐도 그렇다. 국보 제150호로 현존하는 국내 최고(最古)의 금속활자본인 송조표전총류, 보물 1554호로 지정된 순천 선암사 33조사도 11폭 중 4폭과 팔상도 8점, 팔만대장경 초판 인쇄본 중 불경 30여장도 불법적인 유통경로를 통해 신원을 알 수 없는 구매자 손으로 들어갔다. 이 중 33조사도 일부가 회수되기도 했지만 대부분 행방을 알 수 없다. 서씨는 불경의 경우 장당 수백만원, 조사도나 팔상도는 수천만원을 받고 대구 등에 있는 ‘상선’에게 넘겼다고 했지만 구매자에게 판매된 가격은 수억원을 호가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유명 미술관이나 민간박물관, 대학박물관 등에 전시된 값비싼 문화재들은 어떤 과정을 거쳐 유입 됐을까. 조상에게 물려 받은 문화재를 후손이 기증하거나 판매하지 않고서는 경매나 사인간 거래를 통해 구입하게 된다. 하지만 문화재 출처를 꼬치꼬치 따지지 않는 게 불문율이라고 한다. 고가의 희귀 문화재일수록 더 그렇다. 그리하여 미술관이나 박물관의 전시 유물 중 상당수가 장물이다.
     문화재 매매 과정이 불투명하다 보니 도난 문화재의 경우 이러한 소유권 분쟁이 불가피하게 벌어진다. 원 소유자는 도난 당한 물건이라 주장하고, 현 소유자는 선의취득(善意取得), 즉 장물인줄 모르고 구입해 매매과정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 맞서 법적 마찰이 빚어지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구입자가 선의취득을 주장하면 권리 구제가 어렵다. 장물의 선의취득은 사건 발생 후 7년이 지나면 현 소유자의 법적 권리가 인정돼 왔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값비싼 문화재를 사들이면서 책임 있는 기관, 단체가 장물 여부를 따지지 않는다는 건 어불성설이라는 비판이 적지 않았다. 도난 문화재의 경우 선의취득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법 개정이 2007년 이루어졌지만 국보나 보물 등 지정문화재에 국한돼 있어 밀거래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비지정문화재 거래는 막기 어려운 실정이다.
     문화재를 판별할 수 있는 사람들이 워낙 적고 국가적으로도 관심도 없다 보니, 문화재 범죄가 힘 안 들이고 많은 돈을 벌 수 있다. 그리하여 어느 시대나 문화재 도굴꾼과 상선이 문화재를 불법으로 도굴하고 거래하는 데에 혈안이 되어 있다.
     그런데  도굴꾼과 상선이 입을 다물면 외부로 알려질 일이 거의 없기 때문에 대기업 오너, 개인사업가, 언론사 오너 일가, 교수 등 사회 지도층이  도난 문화재를 주로 많이 음성적으로 사들이는 단골 손님이라는 데에 문제가 있다. 따라서 문화재 제자리 찾기 대표인 혜문 스님은 “해외 문화재 환수 못지 않게 중요한 게 국내에 산재한 우리 문화재를 제자리에 돌려 놓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리고 문화재 가지정 제도 등을 활용해 중요 문화재로 판단되는 유물은 공개되는 순간 훼손방지 차원에서라도 국가에 귀속시킬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참고문헌>
    1.  강철원, “도난문화재 유통 해외까지 거미줄 루트, 적발·추적 혀 내두를만큼 '겹겹 베일', 한국일보, 2015.8.22.일자. 6면.
    2. 강철원, "사찰용품의 절반은 장물 충격적 주장까지", 한국일보, 2015.8.22일자. 7면.
    3. 강철원, "도난품 보유한 권력층 선의 취득 명분 보호받아",  한국일보, 2015.8.22일자. 7면.
                                                                <필자 약력>
    .1950년 충북 괴산군 청천면 삼락리 63번지 담안 출생
   .백봉초, 청천중, 청주고, 청주대학 상학부 경제학과를 거쳐 충남대학교 교육대학원 사회교육과에서 “한국 인플레이션 연구(1980)”로 사회교육학 석사학위를 취득하고,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대학교(UBE) 국학과에서 “태안지역 무속문화 연구(2011)"로 국학박사학위 취득
   .한국상업은행에 잠시 근무하다가 교직으로 전직하여 충남의 중등교육계에서 35년 4개월 동안 수많은 제자 양성
   .주요 저서 : 『대천시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아우내 단오축제』,『흔들리는 영상』(공저시집, 1993),『저 달 속에 슬픔이 있을 줄야』(공저시집, 1997) 등 4권. 
    .주요 논문 : “천안시 토지이용계획 고찰”, “천안 연극의 역사적 고찰”, “천안시 문화예술의 현황과 활성화 방안”, “항일독립투사 조인원과 이백하 선생의 생애와 업적”, “한국 여성교육의 기수 임숙재 여사의 생애와 업적”, “민속학자 남강 김태곤 선생의 생애와 업적”, “태안지역 무속문화의 현장조사 연구”, “태안승언리상여 소고”, “조선 영정조시대의 실학자 홍양호 선생의 생애와 업적”, “대전시 상여제조업의 현황과 과제”, “천안지역 상여제조업체의 현황과 과제”, “한국 노벨문학상 수상조건 심층탐구” 등 62편
   .수상 실적 : 천안교육장상, 충남교육감상 2회, 통일문학상(충남도지사상), 국사편찬위원장상, 한국학중앙연구원장상, 자연보호협의회장상 2회, 교육부장관상, 문화체육관광부장관상, <문학 21> 신인작품상, 국무총리상, 홍조근정훈장 등 다수
   .한국지역개발학회 회원, 천안향토문화연구회 회원, 대전 <시도(詩圖)> 동인, 천안교육사 집필위원, 태안군지 집필위원, 천안개국기념관 유치위원회 홍보위원, 대전문화역사진흥회 이사 겸 충청문화역사연구소장, 보문산세계평화탑유지보수추진위원회 홍보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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