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한국사다운 한국사가 없다 글쓴이 localhi 날짜 2015.10.07 02:37
                                         한국사다운 한국사가 없다
     충청문화역사연구소장(국학박사, 향토사학자, 시인, 칼럼니스트) 신상구 
   중국 전한의 사마천(司馬遷)은 한무제에 직언했다가 생식기가 제거당하는 궁형(宮刑)을 당한 후 평생 사관으로서 염제, 요순 임금, 하나라의 신화 전설 시대부터 은·주·춘추전국 시대의 인물 족보와 역사를 기록한 '사기(史記)'를 남긴 불세출의 역사가다. 그로 인해 중국은 한족, 한자의 나라로 불리게 됐고 이후 여타 민족을 아우르는 중화사상의 기틀을 다졌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마천의 대척점에 있는 동이는 기원전 1,600년께 탄생해 600년간 중국을 호령했던 은나라 민족이다. 한민족과 같은 뿌리인 은나라가 지금의 한자 전신인 갑골문을 만들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사실 지금의 중국하면 한족을 떠올리지만 역사적으로 볼 때 동이족·몽고족 등 다양한 민족이 뒤섞인 다민족 국가다. 중국을 최초로 통일한 진시황은 서융족이었고 청을 세운 누르하치는 조선 건국의 이성계와 같은 여진족, 중국 공산당이 근대 중국의 문을 열었다며 칭송하는 쑨원은 창장 이남의 베트계 출신이다.
   사마천이 위대한 것은 한족이라는 문화적·추상적 개념을 중심으로 이질적 민족들을 용광로처럼 한데로 녹일 수 있는 역사적 틀을 닦았다는 점이다. 중국은 분리독립 움직임이 끊이지 않는 티베트의 역사 편입을 위해 서남공정을 마무리한 데 이어 고구려를 중국 지방정부로 규정하는 동북공정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른바 제 2의 '사기' 프로젝트다. 일본은 독도를 호시탐탐 노리고 여전히 일제 시절의 황국사관에 입각해 일본이 고대 한국을 지배했다는 임나일본부설을 주장한다.
   동북아역사재단은 한국 정부가 2006년에 중국의 동북공정과 일본의 역사왜곡에 맞서 한국의 주체적인 역사와 대응 논리를 개발하기 위해 세운 것이다. 한 해 예산만 200억원이다. 하지만 누구를 위한 재단인지 모르겠다는 지적이 비등하다. 우리 역사의 시공간을 늘리고 넓혀 역사전쟁에 임해야 할진대 되레 중화·황국사관에 젖어 이들의 선전 나팔수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정부가 중국의 동북공정(東北工程)을 인정하는 내용을 담은 자료와 지도 등을 2012년 미국 의회에 보냈다고 새누리당 이상일 의원이 4일 밝혔다. 이 의원이 교육부 산하 동북아역사재단 등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외교부의 의뢰를 받은 동북아역사재단은 2012년 8월 미 의회조사국(CRS)의 요청에 의해 ‘한·중 경계의 역사적 변화에 대한 한국의 시각’이란 검토자료를 제출했다. 실제로 정재정 당시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이 미국에 가서 CRS 관계자를 만나 한국 입장을 담은 자료를 전달했다. 하지만 자료엔 동북공정(중국 국경 안에서 전개된 역사를 자국사에 편입하려는 프로젝트)을 받아들이는 내용이 다수 포함됐다고 이 의원은 전했다. 이 의원에 따르면 우선 고조선의 영토를 보여주는 지도가 현재의 랴오닝(遼寧)성 일부로 경계를 한정했다. 실제 고조선의 영토는 이보다 훨씬 북동쪽인 남만주 일대 및 지린(吉林)성과 헤이룽장(黑龍江)성, 연해주까지 이르렀다. 또 고조선의 건국 연도는 기원전 2333년인데, 이에 대한 설명 없이 지도엔 “기원전 3세기 무렵의 고조선 영토”라고만 돼 있었다. 기원전 108년 중국 한무제가 설치했다는 한사군(진번·낙랑·임둔·현도)이 과거 한반도 일부 지역을 통치했다는 것이 동북공정과 일제 식민사학의 핵심적 주장인데 이를 인정하는 듯한 지도도 보냈다. 기원전 3세기와 196년 황해도 부근에 진번군이 있었던 것처럼 표시해 놨다. 기원전 108년 지도엔 아예 한사군 네 곳을 한반도 북부 지역에 표시해 놨다. 기원전 37년 건국한 고구려를 기원전 196년 지도에 등장시키면서 고구려 국명 옆에 ‘고구려현’이라는 한나라의 지역명을 표기하기도 했다. 이 밖에 서기 676년 지도에 신라와 당나라의 영역을 표기하면서 독도는 그리지 않았다.
   이를 두고 광복 70년이 됐지만 우리 주류 사학계에 아직도 식민사관의 잔재가 중심에서 똬리를 틀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사료와 고고학적 결과물을 가지고 실증적으로 역사에 접근하는 것은 기본이다. 그래야 상대국, 나아가 세계가 인정할 수 있는 기반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사마천이 시공간을 넓혀 중화사관의 역사 프레임을 놓았던 것처럼 어떻게 우리의 역사를 바라볼 것이냐는 틀이다. 일제가 주입한 반도사관에 머물 것이 아니라 요동을 포함한 만주를 무대로 삼았던 고조선·고구려·발해로 시공간을 넓혀 역사전쟁의 초석을 놓아야 한다.
   그런데 한국에는 아직까지 중국의 사마천에 필적할만한 훌륭한 역사학자를 배출하지 못해 지금까지 한국에는 한국사라 할 만한 한국사가 정립되지 못했다. 그리하여 요즈음 한국사 교과서 내용에 친일독재 미화 또는 좌편향 등과 같은 문제점이 나타나는 바람에 정부와 여당이 한국사 교과서를 국정 교과서로 편찬하여 발행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러자 야당과 교육계에서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는 헌법정신에도 어긋나고 민주주의에도 배치된다는 논리를 주장하며 반대하고 나서 정국이 매우 혼란스럽다. 게다가 중국은 동북공정을 통해 고구려와 발해 역사를 중국 역사로 이미 편입했고, 일본은 5년 동안 일본의 초·중·고 검정 교과서 108종의 교과서에서 모두 126개 주제의 역사를 왜곡하여 한민족을 분노케 하고 있다. 동북아역사재단이 2011년부터 '수정 요구 자료'를 작성해 교육부, 외교부 등 유관부처를 통해 일본에 지속적으로 의견을 전달했지만 일본은 수정 요구를 무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일본 내 학교의 우익 교과서 채택율이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새정치민주연합 서울 관악갑 유기홍 의원실에 따르면 일본 우익 교과서 채택율이 2001년 0.039%에서 올해는 6.3%로 무려 160배 급등한 것으로 드러났다.        
   좀 늦은 감이 있지만 동북아역사재단과 국사편찬위원회는 이제부터라도 식민사관에서 벗어나 우리의 잃어버린 역사를 복원하고 한국사다운 한국사를 정립하여 중국의 동북공정과 일본의 역사왜곡에 철저히 대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참고문헌>
   1. 유지혜, “한반도에 한사군 왜곡된 고대사 자료 미의회에 보냈다”, 중앙일보, 2015.10.5일자. 10면.
   2. 황근하, “일본교과서, 126개 역사왜곡 발견”, 충청투데이, 2015.10.5일자. 6면.
   3. 이병관, “잃어버린 역사를 찾아서 광복 70년에도 식민사관 똬리 역사戰 대비 한국사 시공간 넓혀야” 서울경제, 2015.10.6일자. 38면.
                                                <필자 약력>
   .1950년 충북 괴산군 청천면 삼락리 63번지 담안 출생
   .백봉초, 청천중, 청주고, 청주대학 상학부 경제학과를 거쳐 충남대학교 교육대학원 사회교육과에서 “한국 인플레이션 연구(1980)”로 사회교육학 석사학위를 취득하고,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대학교(UBE) 국학과에서 “태안지역 무속문화 연구(2011)"로 국학박사학위 취득
   .한국상업은행에 잠시 근무하다가 교직으로 전직하여 충남의 중등교육계에서 35년 4개월 동안 수많은 제자 양성
   .주요 저서 : 『대천시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아우내 단오축제』,『흔들리는 영상』(공저시집, 1993),『저 달 속에 슬픔이 있을 줄야』(공저시집, 1997) 등 4권.  
   .주요 논문 : “천안시 토지이용계획 고찰”, “천안 연극의 역사적 고찰”, “천안시 문화예술의 현황과 활성화 방안”, “항일독립투사 조인원과 이백하 선생의 생애와 업적”, “한국 여성교육의 기수 임숙재 여사의 생애와 업적”, “민속학자 남강 김태곤 선생의 생애와 업적”, “태안지역 무속문화의 현장조사 연구”, “태안승언리상여 소고”, “조선 영정조시대의 실학자 홍양호 선생의 생애와 업적”, “대전시 상여제조업의 현황과 과제”, “천안지역 상여제조업체의 현황과 과제”, “한국 노벨문학상 수상조건 심층탐구” 등 62편
   .수상 실적 : 천안교육장상, 충남교육감상 2회, 통일문학상(충남도지사상), 국사편찬위원장상, 한국학중앙연구원장상, 자연보호협의회장상 2회, 교육부장관상, 문화체육관광부장관상, <문학 21> 신인작품상, 국무총리상, 홍조근정훈장 등 다수
   .한국지역개발학회 회원, 천안향토문화연구회 회원, 대전 <시도(詩圖)> 동인, 천안교육사 집필위원, 태안군지 집필위원, 천안개국기념관 유치위원회 홍보위원, 대전문화역사진흥회 이사 겸 충청문화역사연구소장, 보문산세계평화탑유지보수추진위원회 홍보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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