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덕 영화감독, 라트비아서 코로나 감염으로 사망
외교부는 김 감독이 “이날 새벽 라트비아에서 코로나19로 병원 진료 중 사망했다”며 “라트비아 주재 대사관이 현지 병원을 통해 경위를 확인하고 한국 유족에게 연락해 장례 절차를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지 언론 등에 따르면 김 감독은 지난달 20일 라트비아에 도착해 유르말라 지역에 집을 사서 거주 허가를 신청하려 했지만 이달 5일 이후 연락이 끊겼다.
‘사마리아’로 한국 영화 최초 베를린 영화제 은곰상(2004년), ‘아리랑’으로 칸 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상(2011년), ‘피에타’로 베니스 영화제 최고 영예인 황금사자상(2012년) 등 세계 3대 영화제 본상을 석권했다. 외국에서 더 인정받는 거장이 됐지만 2018년 발생한 ‘#미투’ 논란으로 도덕적 위상이 추락한 끝에 해외에서 숨을 거뒀다.
김 감독은 스스로 ‘열등감을 먹고 자란 괴물’이라고 말할 만큼 시련과 좌절을 겪었다. 가정형편이 어려워 초등학교 졸업 후 서울 구로공단과 청계천 일대 작은 공장에서 일했다. 30대에 그동안 모은 돈으로 프랑스로 떠나 3년간 파리에서 미술관을 전전하고 독학으로 길거리에서 그림을 공부했다. 무명 화가로서의 삶에 회의를 느끼다 ‘양들의 침묵’ ‘퐁뇌프의 연인들’을 보고 영화에 빠졌다.
귀국한 뒤 1995년 영화진흥위원회 시나리오 공모전 대상을 받으며 영화계에 입문했다. 이듬해 저예산 영화 ‘악어’로 데뷔한 뒤에도 ‘비주류’ ‘이단아’라는 소리를 들었다. 시류와 대세를 추종하기보다 예술영화의 외길을 고집했다.
‘사마리아’의 베를린 영화제 수상 이후 유럽에선 호평의 연속이었다. 영화에 대한 자신의 고민을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그린 ‘아리랑’이 칸에서 수상하자 국내 영화계 주류에서도 주목받았다. ‘피에타’로 세계적 감독의 반열에 올랐다.
그의 영화는 대부분 충격적이고 폭력적이며, 여성에 대한 가학적 장면을 끝까지 거칠게 끌고 가는 연출로 논란의 중심에 서기 일쑤였다.
김 감독은 2018년 영화 ‘뫼비우스’ 촬영장에서 여배우 A 씨로부터 자신의 뺨을 때리고 대본에 없던 베드신 연기를 요구했다며 고소를 당했다. 검찰은 김 감독을 폭행 혐의로 벌금 500만 원에 약식 기소했다. 성폭력 혐의는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했다. 김 감독은 A 씨와 이 내용을 보도한 언론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지만 올 10월 1심에서 패소한 뒤 항소했다.
전양준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은 11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김 감독이 미투 의혹이 터지고 동유럽으로 떠난 뒤 한국에 있는 사람들과는 연락을 모두 끊었다”며 “20일 환갑을 맞는 그를 위해 현지 영화인들이 에스토니아에서 김 감독 영화 기념 상영회를 기획하고 있었는데 타지에서 떠났다”고 말했다.
<참고문헌>
1. 이호재/한기재/김재희, "김기덕 감독, 라트비아서 코로나 입원 치료중 사망", 2020.12.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