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이탈리아의 명문가 메디치 가문 글쓴이 신상구 날짜 2021.02.26 10:25

                                                                              이탈리아의 명문가 메디치 가문

   ‘비너스의 탄생’으로 유명한 이탈리아 르네상스 시대의 대표적인 화가 산드로 보티첼리의 희귀 초상화가 지난달 뉴욕 경매에서 1000억원이 넘는 금액에 낙찰됐습니다. 이탈리아 화가의 작품 중 가장 높은 가격이에요.

보티첼리가 그린 '원형 메달을 든 청년'입니다.
보티첼리가 그린 '원형 메달을 든 청년'입니다.

   1480년대 전후에 그려진 것으로 보이는 이 초상화에는 한 청년이 원형 메달을 들고 있습니다. 이 초상화의 주인공은 이탈리아 피렌체 메디치(Medici) 가문의 한 사람으로 추정되는데요. 보티첼리는 바로 이 메디치 가문의 후원으로 ‘비너스의 탄생’, ‘마르스와 비너스’, ‘봄의 귀환’ 등의 역작을 남길 수 있었다고 합니다. 메디치 가문은 15~17세기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막강한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했는데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미켈란젤로, 기를란다요, 레오나르도 다 빈치 등 많은 예술가를 후원했습니다. 오늘은 이탈리아 최고 명문가로 꼽히는 메디치 가문에 대해 알아볼게요.

                                     1. 평민 편에 섰던 최고 통치자

   메디치 가문의 시작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알려지지 않았어요. 메디치는 이탈리아어 메디코(medico)의 복수형인데요. 의사나 약사를 뜻하는 단어예요. 그래서 메디치 가문의 조상이 의약업에 종사했을 수도 있다는 설이 있어요. 원래 이탈리아 북쪽에 살고 있던 메디치 가문은 12세기 즈음 피렌체로 이주했습니다. 당시 메디치 가문은 평범한 중산층에 불과했다고 해요.

/위키피디아
조반니 데 메디치의 초상화입니다.
/위키피디아 조반니 데 메디치의 초상화입니다.

    그러던 메디치 가문이 역사에 본격적으로 등장한 것은 15세기에 들어서면서부터였어요. 당시 가문의 수장이었던 조반니 디 비치 데 메디치(Giovanni di Bicci de’ Medici)는 1393년 삼촌 비에리로부터 은행을 인수받아 메디치 은행을 열었어요. 그는 훌륭한 사업 수완으로 은행을 키워갔어요. 물론 사업 능력만 좋았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1421년에는 도시 최고 통치자인 ‘곤팔로니에레’에 선출되기도 했어요.

    조반니는 평민의 편에 서서 귀족들에게 맞섰어요. 그는 1426년 카타스토라고 부르는 세금을 만들었습니다. 재산이 더 많은 귀족에게 세금을 많이 부과하는 것인데요. 귀족들의 강한 반대에도 이를 통과시켰어요. 조반니는 자비를 들여 또 유럽 최초의 고아원인 ‘오스페달레 델리 인노첸티’를 만들었습니다. 은행으로 벌어들인 돈과 서민과 공공을 위해 솔선수범한 덕분에 피렌체 명문 가문으로 불리기 시작했죠.

                                                  2. 유럽 최고 은행 자리에 올랐어요

   메디치 가문은 교황청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했습니다. 신성로마제국의 황제는 1414년 교황 요한 3세를 폐위시키고 체포했는데요. 조반니가 3년간 감옥에 있던 그를 석방하는 데 도움을 줬습니다. 조반니는 사비로 보석금을 지불해 요한 3세를 감옥에서 꺼냈고 오갈 데가 없이 피렌체로 온 요한 3세에게 거처와 생활비를 지원해줬어요.

    퇴위한 교황에 대해 신의를 지키는 모습을 본 유럽의 왕가와 귀족들은 메디치 가문에 예금과 비자금을 맡기기 시작했어요. 심지어 새 교황도 메디치 가문을 신임해서 메디치 은행은 교황청의 주거래 은행이 됐습니다. 메디치 은행은 이렇게 막대한 부를 축적하며 15세기 유럽 최고의 은행 자리에 올랐어요. 메디치 가문은 은행업뿐만 아니라 모직물 교역 등 상업을 통해서도 많은 돈을 벌었는데, 가문의 최전성기 자산은 현재 가치로 140조원이 넘었다고 해요.

    메디치 가문은 도시 밖으로도 자신들의 세력을 넓혔습니다. 당시 유럽 국가들은 명문가끼리 혼인을 맺어 동맹 관계를 유지했는데요. 메디치 가문도 프랑스에 왕비 2명을 배출했어요. 또 레오 10세와 클레멘스 7세 등 교황 2명도 메디치 가문 출신입니다.

                                                       3. 예술가들을 적극 지원했어요

    메디치 가문은 막대한 부를 학문과 예술을 전폭적으로 지원하는 데 사용했습니다. 유럽에 흑사병이 퍼져 많은 사람이 죽어갈 때 피렌체 시 의회는 신께 바칠 선물로 산 조반니 세례당의 청동문을 제작하기로 했습니다. 조반니가 제작자를 선발해 계약을 맺는 임무를 맡게 됐는데요. 그는 전 세계의 예술가를 대상으로 한 오디션을 열어 로렌초 기베르티를 선정했어요.

/위키피디아
산 조반니 세례당에 있는 청동문은 아담과 이브의 창조 등 성경에 나오는 주요 10장면이 새겨져 있습니다.
/위키피디아 산 조반니 세례당에 있는 청동문은 아담과 이브의 창조 등 성경에 나오는 주요 10장면이 새겨져 있습니다.
/게티이미지
이탈리아 피렌체에는 메디치 가문을 상징하는 조각상이 건물 곳곳에 남겨져 있어 아직도 메디치 가문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게티이미지 이탈리아 피렌체에는 메디치 가문을 상징하는 조각상이 건물 곳곳에 남겨져 있어 아직도 메디치 가문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후에도 조반니는 예술가들이 능력을 펼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후원했고 그의 후손들도 학문의 부흥과 예술 진흥에 앞장서서 르네상스 시대를 이끌어갔습니다.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했던 메디치 가문은 안나 마리아 루이자 데 메디치가 1743년 자식이 없이 세상을 떠나면서 직계가 끊겼어요. 가문이 소유하고 있던 재산과 예술품은 모두 피렌체에 기증됐답니다.

                                      ☞메디치 효과(Medici Effect)

    메디치 가문은 문화, 철학, 과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전문가들을 지원했는데요. 이렇게 모인 과학자, 철학자, 예술가들이 서로 소통하면서 르네상스 시대를 열었어요.

    메디치 효과는 여기서 유래한 개념인데요. 서로 다른 요소들이 결합할 때 각각의 에너지의 합보다 더 큰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것을 뜻합니다. 쉽게 말해 사회, 경제적인 현상에서는 1 더하기 1이 2가 아니라 2보다 큰 효과를 만든다는 거죠. 서로 다른 분야의 지식이 만나 혁신을 일으키는 것이 바로 메디치 효과예요. 메디치 효과는 미국 작가 ‘프란스 요한슨’이 2004년 자신의 책에서 처음 소개했습니다

                                                                                         <참고문헌>

    1. 서민영, "미켈란젤로, 레오나르드 다빈치 후원해 르네상스 시대 열어", 조선일보, 2021.2.25일자. A3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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