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현대사회에서 종교는 정말 필요 없어졌나 글쓴이 신상구 날짜 2024.03.02 10:34

                       현대사회에서 종교는 정말 필요 없어졌나


홍성남 가톨릭 영성심리상담소장

홍성남 가톨릭 영성심리상담소장

  종교는 필요한가? 공산주의 국가에서 줄곧 종교를 부정하고 탄압해 왔는데 요즘은 자본주의 국가에서도 종교무용론, 심지어 종교해악론이 거론되고 있다. 각종 사이비 종교들이 인성파괴, 가정파탄, 사회적 분열을 조장하고 있으니 그런 이야기가 나올 만도 하다. 그런데 요즘은 행복을 위해서는 알약 하나로 충분하다는 주장까지 나와서 종교인의 한 사람으로서 소견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종교, 역경에서 보호해주는 성채

  종교는 우리가 인생을 살아가면서 겪는 여러 가지 역경 속에서 우리를 보호해주는 성채다. 신앙은 전지전능한 존재를 자신과 하나로 연결해줌으로써 좌절과 무력감에 빠지지 않도록 보호해주고 내적 평온을 회복시켜준다.

프로이트도 신앙의 역할 강조
정신적 질병 뿌리 간과 말아야
우울증 많은 현대, 종교 꼭 필요
인성 좋지 않은 종교인 피해야

김지윤 기자

김지윤 기자

  무신론자로 알려진 심리학자 프로이트는 신앙은 두려움과 대면해야 하는 상황에서 개인을 보호해준다고 하였고, 심리학자 융 역시 두려운 상황에서 의지할만한 정신적 방패를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종교는 결국 죽을 수밖에 없는 존재라는 자기인식으로부터 우리를 보호해주는 심리적 기제의 역할을 하기에 인간의 역사와 함께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물론 알약 한 알로 마음의 병을 치유할 수 있다는 주장은 틀린 말은 아니다. 정신적 질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의 증세를 빠른 시간 안에 호전시키려면 알약이 최고다. 종교적인 방법으로 알약의 효능을 따라잡기는 어렵다. 그러나 알약으로 모든 것을 다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은 극히 위험하다. 인간을 기계처럼 여기는 유물론식 사고방식은 정신적 질병의 뿌리를 간과하는 무지한 생각이다.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관계 안에서 살다가 관계 안에서 죽는 존재다. 다른 사람들과 내적인 뿌리가 얽히고설켜 있기에 심리적인 문제들도 대부분 관계 안에서 발생한다. 이런 복잡한 문제는 치유도 관계 안에서 해야 하므로 건강한 관계의 터인 종교가 존재하는 것이다. 사회가 문명화 되어갈수록 고독사가 늘어나고 있다. 관계 형성이 빈약한 사람들이 많아지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종교는 무용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필요해지고 있다.

                                     종교의 가장 큰 문제는 종교인

  그러나 부작용 없는 만병통치약은 없다. 종교가 가진 가장 큰 문제는 종교인들이다. 건강하지 못한 종교인들은 종교를 망가뜨리고 신자들을 병들게 한다. 따라서 우리는 종교인들을 식별할 줄 알아야 한다. 가까이하면 안 되는 종교인들에 대해 언급해 보겠다.

  첫 번째, 갈등회피형 종교인. 갈등에 민감해서 어떻게든 갈등을 없애려 하고 위장된 평화를 유지하려 한다. 억지 사랑, 억지 용서를 강조하고 갈등 없는 공동체가 가장 바람직한 것처럼 가르친다. 이들은 입에는 늘 미소를 띠고 있으나 내적인 혼란은 깊이 감추고 살아서 얼굴이 마치 인형 얼굴처럼 보인다. 갈등은 인간이나 사회의 성장에 필수적이다. 갈등을 회피하면 개인이나 공동체가 유아적인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므로 이런 종교인들의 미소에 속아서는 안 된다.

  두 번째, 돈키호테형 종교인. 지나치게 믿음을 강조하고 특정한 신앙관에 집착하는 사람들. 이들이 가진 소신을 돈키호테형 소신이라고 한다. 이들이 확실하다고 믿는 소신은 지극히 주관적이다. 예컨대 종말론에 심취한 사람의 믿음이 아무리 확고하더라도 현실 검증력을 갖지 못하면 종교망상으로 치부되듯이 소신은 상식에 근거하지 못할 때 독선이나 망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들은 자기최면을 걸듯이 자신의 소신을 강화하여 자기중심적이고 전투적인 모습을 보인다. 또한 허위의식을 만들어내고 외부의 비판을 왜곡되게 해석하여 자기합리화를 한다. 예를 들어 자신들이 사회적 문제를 일으킨 것을 반성하기는커녕 ‘하느님이 시련을 주신 것이다’라거나 혹은 ‘악으로부터 박해를 당하는 것이다’ 등 성경을 자의적으로 해석하여 자기방어를 한다. 이런 종교인들은 개인의 의견을 묵살하고, 비판을 믿음이 약한 자의 소리라고 치부하며 맹종을 요구하기에 조심해야 한다.

  세 번째, 학대형 종교인. 이들은 세속과의 분리란 명목으로 신자와 가족들의 만남을 차단한다. 또한 순종이란 명분으로 자신들에 대한 질문이나 비판을 절대로 허용하지 않는다. 가장 질이 안 좋은 것은 신자들이 죄인이라는 병적인 자의식을 갖게 하고, 그 죄에 대한 보속으로 강도 높은 기도나 노동 혹은 재산 헌납을 요구하는 것이다. 이런 종교인들은 가정폭력 집안에서 자란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기성종교라 할지라도 종교인들의 심성이 건강하지 않다면 피하는 것이 좋다.

  우울증에 시달리고 고독사하는 이들이 늘어가는 시점에 종교는 참으로 필요한 사회적 기제다. 그러나 인성이 좋지 않은 종교인을 만나는 경우 심리적 노예가 될 수 있으니, 종교보다도 종교인을 식별하는 눈을 가져야 한다.

                                                      <참고문헌>                                                       1. 홍성남, "현대사회에서 종교는 정말 필요 없어졌나", 중앙일보, 2024.2.29일자.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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