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역사 물줄기 돌리려다 휩쓸려간 ‘역사의 미아 이강국’ 글쓴이 신상구 날짜 2020.07.02 11:31

                                                                   역사 물줄기 돌리려다 휩쓸려간 ‘역사의 미아 이강국’


 민주주의 조선의 건설<br>
이강국 지음. 범우사 펴냄. 8000원    
민주주의 조선의 건설
이강국 지음. 범우사 펴냄. 8000원

여운형 건국동맹 가담·조선인민위원회 서기장…
해방공간 최고의 공산주의 이론가인 이강국
좌우합작 힘쓰다 월북뒤 간첩 혐의로 사형
남북이 버린 그의 진실을 들춰볼때다

     누굴까? 뛰어난 정치감각과 민완한 활동으로 해방공간에서 ‘10년후 대통령’으로 회자됐던 인물. 보성고보를 수석입학, 수석졸업하고 경성제국대학 재학때 유진오, 허달과 함께 3대 천재로 꼽혔던 인물. 막연할 거다.

     미군정 헌병사령관 베어드(대령)의 첩이자, 간첩으로 알려진 김수임의 애인. 미군정의 수배를 받자 베어드의 승용차로 38선을 넘어 월북한 자. 감 잡힐 거다. 이강국이다!

     “조국과 인민을 배반한 극악한 죄인임에도 불구하고 당과 조국의 특별한 배려에 의해 예심과 공판 심리를 통한 자기비판의 기회를 준데 대하여 감사를 드립니다. 조국과 인민이 주는 벌을 달게 감수하겠습니다.”

    박헌영과 이승엽을 미제의 간첩이라고 고발하고 스스로도 해방전부터 자원한 간첩이었음을 시인하는 재판정에서의 최후진술이다. ‘전재산 몰수 및 사형.’ 판결만큼이나 치욕적인 발언이다.

이강국 연구<br>
심지연 지음. 백산서당 펴냄. 2만4000원                    
이강국 연구
심지연 지음. 백산서당 펴냄. 2만4000원

     요즘 눈길을 당기는 <한국방송> 드라마 ‘서울 1945’의 등장인물 최운혁이 그를 모델로 삼은 탓일까. 해방공간의 풍운아 이강국(1906~1955)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그와 관련한 책이 잇따라 나왔다. <이강국 연구>(백산서당 펴냄)와 <민주주의 조선의 건설>(범우사 펴냄)이 그것. 전자는 현대사 연구가 심지연 교수(경남대)의 근작으로 박헌영, 김두봉, 허헌에 이은 해방공간의 미아찾기 네번째 작업이다. 이강국의 행적과 사상을 시간순으로 정리하고 관련자료를 붙였다. 후자는 해방직후 각종 집회에서 이강국이 한 연설과 보고, 중앙인민위원회나 민주주의민족전선을 대표해서 발표한 성명, <조선인민보> 등 신문·잡지에 실린 그의 글을 모은 것이다. 1946년 조선인민보에서 초판이 나왔고 이번 책은 현대적 표현으로 다듬었으니 개정판인 셈이다.

왜 이강국인가?

일제 강점하 나라찾기가 주목적일 때는 망국인 사이에는 좌도 우도 없었다. 그들이 독립을 위해 찾아갔거나 놓인 자리가 북방이냐 서방이냐에 따라 그렇게 자리매김되었을 따름이다. 그러기에 이념적 대립이란 큰 의미없는 일. 그들은 모두가 동지였다. 하지만 나라만들기에 모두 떨쳐일어선 해방공간 상황은 크게 달랐다. 해방이 쟁취되었다기보다 외세에 의해 주어진 까닭. 38선을 경계로 남과 북에 미군과 소련군이 각각 진주하면서 자생적인 상해 임정, 국내 인공이 부인되었다. 각각의 꼭두로 내세워진 이승만, 김일성 집단을 중심으로 권력화가 진행되면서 이데올로기가 분명한 전하를 띠게 되었다. 그러면서 극으로 갈리기를 거부하는 통합 또는 통일세력이 설 자리는 당연히 없어졌다. 하여 김구, 여운형 등은 해방공간에서 암살되고 남북을 가로지른 박헌영, 조봉암은 분단공간에서 제거되었다. 박헌영과 조봉암이 간첩혐의를 쓴 것은 백범과 몽양과 달리 나라가 분단되었기 때문.


                                                                          여간첩 김수임의 연인

이강국을 모델로 한 한국방송 드라마 <서울 1945>. 최운혁(이강국)이 여운형과 자동차로 이동하다 괴한들한테 저격당해 피살된 현장에서 여운형을 살펴보고 있다. 한국방송 제공                    
이강국을 모델로 한 한국방송 드라마 <서울 1945>. 최운혁(이강국)이 여운형과 자동차로 이동하다 괴한들한테 저격당해 피살된 현장에서 여운형을 살펴보고 있다. 한국방송 제공

    해방 및 분단공간에서 제거된 이들에 대한 조명이 하나둘 이뤄지는 마당. 치욕스럽게 죽어 잊혀진 이들한테도 빛은 비춰져야 마땅하다. 그 가운데 이강국도 포함되지 않겠는가.

    그는 누구인가.

    이강국은 해방공간에서 활약했던 최고의 공산주의 이론가. 해방 직전 여운형의 건국동맹에 가담하였고 해방뒤 건국준비위원회(건준) 조직부 집행위원, 조선인민공화국(인공) 중앙인민위원회 서기장, 민주주의민족전선(민전) 상임위원 및 사무국장 등을 지내며 1년여 만에 좌파의 대표 논객으로 떠오른 인물이다.

    그는 해방 직후 ‘부르주아민주주의혁명론’을 주창하며 조선공산당의 주도권 장악에 결정적 역할을 한 ‘8월 테제’를 실질적으로 작성했다. 또 그는 인공의 정통성 주장, 임정과 인공의 통합 운동, 반탁에서 찬탁으로 좌파의 노선 전환, 좌우합작과 공산당 인민당 신민당의 3당 합당의 논리를 주도적으로 개발했다.

    특히 찬탁으로 노선을 바꿀 때 박헌영이 변명과 합리화로 일관한 반면, 이강국은 잘못 시인하는 솔직함을 보였다. “정보가 부족한 나머지 흥분한 민중에게 그대로 추수하고 말았다”면서 ”좀더 신속하게 삼상회의의 내용을 구명하여 그 태도를 명확히 하지 못하고 따라서 민중에게 일시 혼란을 일으키게 한데 대하여 삼천만 민중에게 깊이 사과”한다고…. 찬탁의 근거는 자력해방이 아니어서 자주독립에 국제적 제약이 불가피하다는 것.

    1906년 경기도 양주군 태생인 그는 3살때 부친을 따라 상경하지만 집안은 파산지경에 이른다. 충남 예산 등 친척집을 떠돌다 명석한 두뇌로 보성고에 편입해 장학생으로 다녔다. 졸업뒤 경성제대에 입학해 법학을 전공했다. 일본인 교수 미야케 시카노스케 영향 아래 마르크스-레닌주의를 배웠다. 1931년 조선사회사정연구소 만들어 조선 실정을 연구하고 자료를 수집했으며 근로대중 조직에도 힘썼다. 32년 나찌 하 베를린 대학에 유학해 독일공산당에 입당했다. 그는 외국인 신분을 활용해 출판활동과 해외연락을 맡았다. 34년 미야케가 지도하는 독서회가 발각되고 그는 35년 11월 귀국해 체포되었다가 기소유예로 풀려났다. 그는 처남이 운영하는 증권회사 사무원으로 있으면서 원산 적색노조운동을 지원했다. 38년 민족해방전선운동이 발각돼 체포되는 등 해방 때까지 쉬지 않고 일제 식민통치에 협조하는 일 없이 실천운동에 나선 게 특징.


일제하에선 굽힘없는 실천가

해방공간에서 좌우와 남북을 가로질렀던, 그래서 어느 곳에서도 수용되지 못하고 역사를 떠돌았던 이강국.                    
해방공간에서 좌우와 남북을 가로질렀던, 그래서 어느 곳에서도 수용되지 못하고 역사를 떠돌았던 이강국.

     역사의 흐름에 맞서 싸웠다가 패배하는 비극적인 행로를 밟은 그는 연인과의 관계 역시 역사와 더불어 비극적인 성격을 띠고 있다. 점령군 헌병사령관의 품에 둔, 사랑하는 여인 김수임은 그가 쫓길 때 숨겨주었고 북으로의 피신을 도와주었다. 김수임은 남쪽에서 간첩혐의로 6·25 발발 직후 사살됐고 이강국 역시 5년 뒤 북쪽에서 간첩혐의로 사형당했다.

    왜 이강국인가. 해방공간에서 남북한 어디에서도 수용되지 않은 역사의 미아, 말을 바꾸면 정-반-합의 진실을 꿈꿨던 자. 꽃은 아니어도 진실은 드러나야 하지 않는가. 우리사회가 그만큼 성숙했음에서다.

                                                                                          <참고문헌>

     1. 임종업, "역사 물줄기 돌리려다 휩쓸려간 ‘역사의 미아’", 2006.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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