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한국전통문화대 崔英成 교수, 목은 이색 문집서 ‘天符經’ 언급 발견 글쓴이 신상구 날짜 2022.09.15 09:53

 

                               한국전통문화대 崔英成 교수, 목은 이색 문집서 ‘天符經’ 언급 발견


  고려 말의 대학자 목은(牧隱) 이색(李穡, 1328∼1396)이 단군조선 이전부터 전해 내려온다는 ‘천부경(天符經)’을 공부한 정황을 그의 시편에서 밝힌 연구가 나왔다. 천부경은 환인(桓因)이 환웅(桓雄)에게 전해 백성에게 가르쳤다는 대종교의 경전이다. 학계에서는 오늘날의 천부경이 20세기 초에 위조됐다고 본다. 하지만 고려 말 ‘모종의 천부경’이 실존했다는 해석이어서 파장이 예상된다.

 

                                                   

                                목은 이색의 저술을 모은 ‘목은집’ 가운데 시 ‘백악산에 호종하여 짓다’

                                부분(굵은 선 안). ‘독단여천부계합(獨斷與天符契合)’이천부경이언급된

                                구절이다. 사진 출처 한국고전종합DB

 

  “비밀스러운 책 처음 나왔을 땐 귀신도 놀랐겠지(秘書初出鬼神驚)/…/‘독단’, ‘천부경’ 내용과도 부합하니(獨斷與天符契合)”(이색, ‘백악산·白嶽山에 호종·扈從하여 짓다’에서)

 

  신라 고운(孤雲) 최치원(崔致遠, 857~908)사상 연구의 권위자인 최영성(崔英成, 56세) 한국전통문화대 교수는 발표 예정인 논문「목은 이색의 역사의식과 민족사상」에서 “간단한 언급이지만 이 시구에서 이색이 천부경을 공부했다는 것과 당대 천부경의 존재를 알 수 있다”고 2018년 9월 26일 밝혔다.

 

                                                      

                                               고려 말의 대학자인 목은 이색 영정

 

  ‘목은집(牧隱集)’의 기존 번역에는 이 부분이 “내 독단은 하늘과 부계가 서로 합하고”라고 번역돼 무슨 뜻인지 알기 어렵다. 최 교수는 ‘독단’은 중국 후한 때 인물 채옹(蔡邕·133∼192)이 지은 책 이름이기에 ‘천부’도 천부경을 가리키는 고유명사로 풀어야 옳다고 봤다. ‘독단’에는 하늘을 아버지로, 땅을 어머니로 하는 ‘부천모지(父天母地)’의 사상이 본디 동이족으로부터 시작되었다고 나온다. 이색은 동이족의 천손(天孫)의식이 서술된 책과 함께 천부경을 거론한 것이다.

  최영성 교수는 “이색은 천부경이 진짜 경전이라고 의도적으로 높이려던 게 아니라 우리나라가 본디 천자(天子)의 나라라는 점을 밝히려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시에 언급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려 말의 대학자인 목은 이색은 조선 성리학의 선구자이면서 선도(仙道)의 맥을 이었다는 평가도 받는다.

  최영성 교수에 따르면 천부경 등의 내용과 부합한다는 ‘비밀스러운 책’(秘書)은 도선국사(道詵國師·827∼898)의 비기도참(秘記圖讖)이고 이색이 천도(遷都)와 관련해 고려의 제31대 국왕인 공민왕<恭愍王, 1330년 5월 23일(음력 5월 6일)~1374년 10월 27일(음력 9월 22일), 재위: 1351~1374>을 호종해 백악산에 갔다는 건 ‘고려사절요’ 기사에서 확인할 수 있다. 최 교수는 “이색은 해동 고려 땅이 천하의 정기가 한군데 뭉친 곳이고, 도읍을 어디에 정하느냐에 따라 고려가 ‘천자국(天子國)’의 지위를 누릴 수 있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오늘날 전해지는 천부경은 위조된 것이라는 게 학계 정설이다. 운초(雲樵) 계연수(桂延壽, 1864∼1920)라는 이가 1916년 묘향산의 석벽에 새겨진 것을 발견해 단군교(대종교가 만주로 기반을 옮긴 뒤 조선에 남은 분파)에 전했다고 하지만 앞뒤가 안 맞는 요소가 적지 않다. 일제강점기 민족사학자인 단재(丹齋) 신채호(申采浩, 1880∼1936)도 이 천부경을 “후인의 위조”라고 단정했다. 계연수는 때로 실존 인물인지조차 의심을 받는다.

  흥미로운 건 “이색이 천부경을 주해(註解)했다”는 서술이, 역시 위서(僞書)라는 게 정설인 계연수의『환단고기(桓檀古記)』가운데 일십당 (一十堂) 이맥(李陌, 조선 중기 문신·1455∼1528)이 썼다는『태백일사』에 나온다는 점이다.『환단고기』에는 이맥의 고조부인 행촌(杏村) 이암(李嵒, 본명 李君侅, 1297∼1364)이 단군의 치세 2000여 년을 1363년에 기록했다는『단군세기(檀君世記)』에도 실려 있다. 이암은 이색의 스승 격이다.

  최영성 교수는 “오늘날 전하는 천부경과 이색이 본 천부경의 내용이 일치하는지는 알 수 없다”면서 “이색은 ‘천인합일(天人合一)’이라는 고유사상을 바탕으로 성리학을 주체적으로 이해한 인물”이라고 말했다. 최 교수의 논문은 목은연구회와 한국철학인문문화연구소가 10월 5일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에서 개최하는 ‘목은 사상의 재조명’ 학술대회에서 발표되었다.

                                                         <참고문헌>

  1. 금동근·이훈구, “최치원에 빠진 崔英成 교수”, 동아일보, 2009.9.23일자.

  2. 조종엽, “목은 이색 문집서 ‘천부경’ 언급… 고려말에 이미 존재한 정황”, 동아일보, 2018.9.27일자. A25면.

  3. 辛相龜, “운초 계연수 선생의 생애와 업적”, 증산도 자유게시판, 2021.1.21일자. 

시청자 게시판

2,095개(1/105페이지)
시청자 게시판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공지 <시청자 게시판> 운영원칙을 알려드립니다. 박한 42652 2018.04.12
2094 낮은 곳에서 한 작은 일들은 버림받지 않는다 사진 new 신상구 9 2024.03.28
2093 물리학을 전공한 세계적 수학자 이임학 사진 신상구 24 2024.03.22
2092 <특별기고> 서해수호의 날 9주년의 역사적 의의와 기념행사 사진 신상구 24 2024.03.22
2091 광복회장 이종찬, 독립운동가 집안 잊은 적 없다 사진 신상구 29 2024.03.19
2090 북한의 역사학 및 고고학 등 인문학 연구 현황과 변화 심층 조명 신상구 31 2024.03.19
2089 윤동주 탄생 100주년 기념, 2017년 9월 23일 윤동주문학산촌 개관 사진 신상구 19 2024.03.18
2088 남이홍 장군의 생애와 업적 사진 신상구 25 2024.03.17
2087 초려 이유태의 무실론적 효사상의 현대적 의미 신상구 19 2024.03.17
2086 대전문단의 거목 백강 조남익 시인 별세 애도 사진 신상구 21 2024.03.15
2085 한국 서단의 대가(大家) 초정 권창륜 선생의 타계를 애도하며 사진 신상구 24 2024.03.14
2084 충북 노벨과학 리더키움 해외프로젝트 운영 사진 신상구 18 2024.03.14
2083 박목월 미공개 육필시 발견 “또 다른 작품세계” 사진 신상구 31 2024.03.14
2082 대전시 2048년 그랜드 플랜 가동 신상구 18 2024.03.13
2081 20년간 공고해진 좌편향 ‘한국사 시장’ 오류 저격하는 젊은 역사 유튜버 사진 신상구 24 2024.03.11
2080 <특별기고> 대전 3.8민주의거 제64주년의 역사적 의의와 기 사진 신상구 27 2024.03.10
2079 영화 '파묘' 처럼... 현충원 친일파, 언제쯤 들어낼 수 있을까 사진 신상구 29 2024.03.09
2078 소운서원 이정우 원장, 동·서양 아우른 첫 ‘세계철학사’ 완간 신상구 27 2024.03.07
2077 누구나 읽을 수 있는 백화문으로 위안스카이 독재 비판 사진 신상구 21 2024.03.07
2076 민족사학의 큰별, 박정학 한배달 이사장 별세 사진 신상구 28 2024.03.04
2075 한국이 그려야 할 선진국의 모습 사진 신상구 27 2024.03.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