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정론 전하는 충청언론 위상 하락
온라인포털·OTT·IPTV 시대 맞아 관심↓
방송·신문 적자에 기사생산 난맥 심화
연합체 구성 통한 공동취재 등 대안

설문앱 ‘크라토스’서 진행한 지역방송·신문에 대한 관심도 응답 결과
설문앱 ‘크라토스’서 진행한 지역방송·신문에 대한 관심도 응답 결과

   [금강일보 정은한 기자] 나 ‘지역뉴스’는 신문·방송·라디오가 몸입니다. 그것이 힘차게 움직이도록 언론인들이 기사를 통해 피와 영양소를 주지요. 우주만물의 법칙처럼 새로운 세상을 향한 보도정신과 원칙에 의거한 정론이 제공되지 않는다면 무의미해져요. 존재 이유를 발휘하지 않으면 누구도 봐주지 않지요.

  올해 창간 12주년을 맞이한 금강일보도 나의 귀중한 몸입니다. 하지만 요즘은 좀처럼 힘이 나지 않습니다. 어쩌면 나를 멀리하는 게 응당한 거예요.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말이 있잖아요. 지역민들이 아끼며 관심을 준다면 나는 쓸모있는 존재로서 건강한 기사를 먹으며 활기를 되찾을 거예요. 뉴스는 반듯함을 염원하는 자모음의 조합, 하나가 되기 위한 반성, 다들 행복할 수 있다는 자욱한 미련일지 몰라요. 잊지 말아요. 우리 삶이 모두 지역뉴스예요. 

                                   ◆ 조선뉴스 물줄기서 파생된 충청언론

  지역언론은 과연 언제부터 존재했을까요. 매체가 발달하지 않았을 때는 전국의 모든 소식을 담는 소수가 뉴스를 만들었을 겁니다. 아주 먼 조선시대에는 익명의 소통 공간인 벽서(壁書)·괘서(掛書)·익명서(匿名書)·방(榜) 등이 존재해 정치를 풍자하거나 대의와 도리에 어긋난 부정부패를 고발했다죠. 1883년에는 고종이 최초의 근대신문 ‘한성순보(漢城旬報)’를 펴냈어요. 순한문으로 인쇄한 관보(官報)였죠. 이후 서재필·윤치호가 창간한 우리나라 최초의 민간신문인 ‘독립신문’이 순한글과 영자판으로 발간돼 1899년 폐간되기까지 새로운 민족지 탄생의 뿌리와 동력이 됐어요.

   그러다 1910년대 일제강점기의 무단정치 시기 민족지가 모두 사라졌고, 1920년 3개 민간지가 자리잡았어요. 아, 1909년부터 꿋꿋하게 맥을 이어온 것이 최초의 지역신문이자 맏이 ‘경남일보’입니다. 초대 주필은 1905년 황성신문에서 ‘시일야방성대곡(是日也放聲大哭)’ 논설을 통해 그해 을사늑약(11월 17일)을 비판한 계몽언론인 장지연(張志淵) 선생입니다.

   그 정신을 이어받은 충청언론은 신문·라디오·방송으로 몸집을 키웠어요. 배아가 생명이 되듯, 아이가 자라듯 성장했지요. 방송은 1943년 뿌리둔 KBS대전방송총국, 1964년 라디오 개국 후 1971년 충청 최초의 민영TV 방송으로 거듭난 대전문화방송, 1995년 개국한 TJB, 1965년 효시를 둔 CMB가 이끌어왔어요. 일간지는 대전일보(1950년), 중도일보(1951년), 충청투데이(1990년 대전매일·2005년 제호 변경), 인터넷언론은 디트뉴스(2001년), 굿모닝충청(2012년) 등이 귀중한 역할을 해왔지요.

   올해 창간 12년을 맞이한 금강일보는 충청투데이의 일부 기자들이 정론을 향한 의지와 패기로 새로운 터전을 마련했답니다. 선의의 경쟁으로 시작했지만 크고 작은 갈등도 존재했어요. 하지만 충청뉴스는 조선뉴스의 물줄기가 비를 뿌린 금강 발원지 뜬봉샘에서 흘러나와 파생된 형제예요. 일제와 독재의 탄압, 자본시장의 냉정함이 생채기를 내도 결국 살아남아다는 것, 수많은 선배 언론인들의 노고가 지역뉴스의 위상을 키워왔다는 것을 충청언론인들은 기억해야 합니다. 우린 하나입니다.

                                           ◆ 심화되는 충청언론 위기

   지역뉴스는 점점 외톨이가 되어갑니다. 다들 스마트폰을 통해 뉴스를 보기 때문이죠. 금강일보가 지난달 27일 설문 앱 ‘크라토스’서 설문 조사한 결과 112명 중 55.36%가 “지역 방송·신문을 보지 않는다”고 응답했습니다. 44.64%가 “꾸준히 챙겨본다”고 답했으나 위기가 아닐 수 없습니다. 언론인들이 현장에서 느끼는 체감보다는 높은 관심지만 왜 이렇게 됐을까요.

   이교선 언론노조 대전세종충남협의회 의장(언론노조 MBC본부 대전MBC지부장)은 “지역뉴스의 위기는 온라인 포털과 중앙지가 주도한 종합편성채널이 개국하면서 빨라졌다. 물론 지역언론이 안주한 측면도 있다. 하지만 방송사의 경우 경영 적자와 영향력 하락에 따라 기자들이 절반 이하로 줄어 한정된 인원으로 기사를 처리하는 효율을 강조하다 보니 굵직한 지역현안을 심층취재하지 못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며 “심지어 대전MBC는 2달여간 토요일, 일요일 TV뉴스데스크가 불방됐고, 세종을 거점으로 충청권 통합 목소리가 나오는 실정이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한 시사PD는 “OTT·ITPV가 발달해 뉴스콘텐츠를 골라보는 시대가 도래하다 보니 PD가 주도하는 탐사보도 ‘시사플러스’가 폐지됐다. 메인 시간대에 밀려난 토론형 시사가 이어받았지만 토요일 아침에 편성되는 등 위상이 떨어졌다. 그러다 보니 지역 오피니언과의 만남이 사라져 지역성을 갖춘 시사콘텐츠 생산 기회마저 잃고 있다”고 하소연했습니다.

   재정 상황이 더욱 열악한 신문은 더욱 무거운 위기가 감지됩니다. 최근 수도권 경제지로 자리를 옮긴 A 기자는 “지역에서 기사를 쓴다는 것에 보람을 느끼지 못했다. 적은 월급은 제쳐둬도 다들 네이버 등 포털을 통해 중앙뉴스를 보는 탓에 내 기사를 누군가 봐준다는 체감이 들지 않고, 취재하려 해도 지역기자를 귀하게 여기지 않는 지역민들 반응에 기사 발굴이 어렵다”며 “기자 스스로 의욕이 들지 않으니 기자 질이 점차 떨어지는 것 같다”고 고백했습니다. 다들 한결 같이 내뱉은 자조의 말은 지역뉴스가 부활할 가능성이 없을 것 같다는 어두운 전망이었습니다.


                                           ◆지역언론이여 자성하라

   갈수록 지역뉴스를 보지 않는 것은 미디어 매체의 구조적인 문제에 기인합니다. 자본력을 갖춘 중앙뉴스만이 파급력 높은 포털과 OTT에 안착했기 때문이지요. 예전에는 그렇지 않았어요. 사람들은 아침마다 지역신문을 펼쳐들었고, 저녁 밥상에서 지역뉴스를 기다렸으니까요. 우리가 사는 터전에서 발생하는 사건과 기록을 듣지 않고서는 얘기를 나눌 수 없는 사회 분위기도 한몫했습니다.

   하지만 요즘 누가 지역신문을 읽습니까. 지역방송을 기다립니까. TJB의 한 언론인은 “10여 년 전만 해도 공채가 나오면 수천 명이 지원했는데 지금은 1/10로 줄어들었다. 신문을 포함한 충청언론의 위상이 예전 같지 않다. 언론인끼리는 '혹시 사회가 투명해져서 우리 존재가 필요없어진 게 아닐까'라는 위안을 주고받는다”고 허탈한 웃음을 보였습니다.

   반면 지역언론 스스로 자성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강신철 대전·충남민주언론시민연합 공동대표는 “특히 신문은 자본력 문제로 민간사업자가 이권 강화를 위해 신문사를 운용하는 사례가 많아 주 수입원이 되는 공공기관 등의 광고수익에 의존해왔다. 이러한 관보성 기사 양산 분위기가 스스로 기사 질을 떨어뜨려 지역민들의 관심을 멀어지게 하고 있다. 지역민들은 뉴스 소비자로서 질 높은 기사에 움직일 뿐이라는 사실을 재각인해야 한다”며 “사주의 언론 사유화와 편집권 침해 의혹이 일었던 사례처럼 기자들의 독립성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지역언론인이 점차 사라지고 지역성 기사도 없어질 수밖에 없다”고 자성을 촉구했습니다.

   덧붙여 시민기자로 운영되는 오마이뉴스와 지역기사 중심으로 보도하는 옥천신문, 대덕넷 등의 모범 사례를 참고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 공동협력 등 돌파구 필요

   국내뉴스의 생산구조와 충청언론의 경영상황에 비춰볼 때 해결방안을 마련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겠지요. 일부에서는 돌파구가 있다고 말합니다. 강신철 대전·충남민주언론시민연합 공동대표는 “지역언론이 어떻게든 지역성을 확보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지금처럼 기자들이 빠져나가는 상황에서 자사 중심의 뉴스보도만을 일관하며 경쟁하다가는 공멸할 수밖에 없다. 지금이라도 충청뉴스의 연합체를 구성해 공동취재 방식을 마련해야 한다. 이를 통해 역할을 분담하면 지역성 기사를 심층취재할 여력이 확보돼 지역민들의 관심을 되돌릴 수 있다”며 “올해 창간 12년째를 맞은 금강일보가 대전·충남기자협회에 가입이 불허되는 것도 언론사 사주들이 관보 광고를 차지하며 자사의 생존만 생각해서다. 앞으로는 협력을 통해 공동의 영향력을 키우며 정론보도를 확보해야 한다”고 당부했습니다.

   충청 언론사들의 공동협력은 참으로 중요합니다. 과도한 경쟁을 펼치는 동안 네이버·카카오 같은 온라인포털은 지역매체 추가 제휴 방식을 통해 지역언론 줄세우기를 벌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1월 뉴스제휴평가위원회는 강원도민일보·국제신문·대구MBC·대전일보·전주MBC·CJB청주방송·JIBS·KBC광주방송 등 8개 지역 언론에 인링크 기사 서비스, 기자홈, 언론사 편집판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밝혔습니다.

   묻고 싶습니다. 지역언론이 모두 들어가야 할 마땅한 자리에 왜 서로 경쟁해야만 할까요. 이교선 언론노조 대전세종충남협의회 의장은 “대전MBC 노조는 신청조차 하지 말자고 반발했다. 차라리 지역언론과 공동으로 지역뉴스 앱을 개발해서 지역성을 확보하는 길이 낫다고 생각해서다. 이제부터는 함께 걸어야 한다”고 전환을 촉구했습니다.

   지역 언론인들은 자성할 겁니다. 지역민의 마음을 돌리도록 애쓸 겁니다. 신문을 들고 걸어가는 아침, 지역의 저녁뉴스를 시청하는 모습을 다시금 보고야 말 겁니다. 조금만 관심을 기울여주세요. 지역에는 기자정신에 입각해 정론을 전하려는 기자가 아직 많으니까요. 때론 나무라도 좋으니 지켜봐 주세요. 결코 지역민들의 아픔과 눈물을 외면하지 않겠습니다.

                                                                         <참고문헌>

   1. 정은한, "여러분은 지역뉴스를 보나요?", 금강일보, 2022.5.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