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충청권 민주화운동의 효시인 대전 3.8민주의거 제61주년을 기리며 글쓴이 신상구 날짜 2021.03.10 02:06

                                                  <특별기고> 충청권 민주화운동의 효시인 대전 3.8민주의거 제61주년을 기리며

                          

                                         
신상구 충청문화역사연구소장(국학박사, 시인, 문학평론가)
신상구 충청문화역사연구소장(국학박사, 시인, 문학평론가)

   대전 3·8민주의거는 1960년 3월 8일부터 10일까지 사흘간 자유당 독재정권의 부정과 부패, 불법적 인권유린에 대항해 대전지역 고등학생들이 민주와 자유, 정의를 위한 순수한 열정으로 불의에 항거한 민주화 운동이다.

   대전 3·8민주의거는 1960년 3월 8일 대전시 공설운동장에서 개최되는 야당부통령후보인 장면 박사의 선거연설회와 때를 맞추어 경찰의 저지망을 뚫고 대전고등학교 1,000여 명의 학생들이 독재타도와 학원의 자유를 외치며 시민들의 환호 속에 격렬하게 시위를 전개한 것이다.

   본래 대전시내 고교생들이 연대해 시위에 참가하기로 했지만 사전 발각돼 경찰의 극심한 저지를 받는 가운데 보문고등학교는 3월 9일부터, 대전공업고등학교는 3월 10일부터의 학기말시험(당시는 4월에 새 학기 시작)으로 시위를 봉쇄했으며 9일 저녁에는 또 경찰에서 4개 학교 학생대표 24여명을 연행 구속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3월 10일에는 다시 대전 상업고등학교 학생 600여명이 자유당의 그릇된 정부통령 선거 전략을 규탄하고 구속학생 석방을 요구하며 학원의 자유를 쟁취하기 위한 열렬한 시위를 감행했다.

대전 3·8민주의거 과정에서 수많은 학생이 총개머리판과 방망이로 얻어맞았고, 교복·교모·신발·소지품 등 잃어버린 물건이 수없이 많았으며, 논바닥에 가두어 놓은 인분통에 빠지고 넘어져 곤경에 처하거나 상처가 난 경우도 허다했다. 급기야는 100여명의 학생이 연행 구속돼 고초를 당했다.

1960년 3월 8일 대전고 학생들이 시위 도중 경찰에 의해 집단 연행되는 장면.
1960년 3월 8일 대전고 학생들이 시위 도중 경찰에 의해 집단 연행되는 장면.

    한 달 이상을 피신하며 산 학도호국단 간부들도 있었고, 부상으로 오래 동안 병원신세를 지는 학생도 많았다. 특히 두 명의 교사(대전고 조남호, 금종철)가 수갑을 차고 곤봉세례를 받으며 경찰서에 연행되는 애끓는 장면이 있었는가 하면 경찰 방망이로 맞아 고막이 터지고 평생 불구의 몸으로 처절하게 살아가는 대전고 졸업생 송병준 씨도 있다.

대전고, 대전상고(現 우송고), 대전공고, 보문고, 대전여고, 호수돈여고, 대전사범학교 등

   충청권 7개교 학생들이 중심이 되어 일어난 민주적 저항 운동인 대전 3·8민주의거는 충청권 최초의 학생운동이며 지역민주화운동의 효시로 대구의 2·28민주운동, 마산의 3·15의거와 함께 4·19혁명의 도화선이 되었다고 평가받고 있어 역사적 교훈과 가치가 매우 크다. 그리하여 대전 3·8민주의거는 2·28대구민주화운동, 마산3·15의거 뒤를 이어 2018년 11월 2일 국가 기념일로 지정되었다.

   2019년 3.8민주의거 제60주년 기념행사는 수많은 시민과 학생들이 참여한 가운데 성대하게 거행되었으나, 2020년 3.8민주의거 제60주년 각종 기념행사는 코로나바이러스 19 사태로 취소되거나 무기 연기되어 3.8민주의거 정신인 자유·민주·정의·평화를 창조적으로 계승 발전시키는 데에 많은 지장을 초래하고 말았다.

    
지난 8일 오후 4시 대전시청 남문광장에서 개최된 3.8민주의거 61주년 기념식.
                                  지난 8일 오후 4시 대전시청 남문광장에서 개최된 3.8민주의거 61주년 기념식.

   불행 중 다행으로 3.8민주의거 제61주년 기념행사는 20201년 4월 8일 오후 4시, 국가보훈처가 ‘푸른 들풀로 솟아나라’라는 주제로 대전광역시청 남문광장에서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방역 대책을 철저히 준수하면서 정세균 국무총리와 황기철 국가보훈처장, 허태정 대전시장 등 내빈과 3·8민주의거 기념사업회 회원 및 유공자, 7개 학교 학생과 교장 등 99명이 참석한 가운데 거행됐다. 기념식에 앞서 정세균 총리, 황기철 국가보훈처장, 허태정 대전시장, 김용재 3.8민주의거 기념사업회 회장 등 주요 인사들은 서구 둔지미공원을 찾아 3·8민주의거 기념탑 참배를 했다. 본 기념식에서는 국민의례, 여는 영상, 편지 낭독, 기념사, 기념공연(주제영상, 헌시낭독, 대합창), 3·8찬가 제창 순으로 약 45분간 진행되었다.

   먼저, 애국가는 3·8민주의거에 참가한 대전고등학교, 우송고등학교, 대전여자고등학교, 호수돈여자고등학교, 보문고등학교에서 학생대표가 1명씩 나와 선창했다.
   여는 영상에서는 3·8민주의거에 실제 참가한 주인공들이 영상에 등장해 대전고에서부터 목척교를 지나 구 충남도청인 대전근현대사 전시관까지 이어지는 행진로 주요 거점을 직접 찾아 당시 상황을 생생하게 전했다.
   이어서 3·8민주의거 당시 대전고등학교 학도호국단 대대장으로서 학우들을 독려하고 의거에 동참할 것을 호소했던 박제구님(‘63년 건국포장)이 60여 년 전 그날의 함성과 친구들을 생각하며 작성한 편지를 낭독했다.
   기념공연은 주제영상인 ‘넘어가다, 넘어지다, 넘어서다’ 상영, 헌시 낭독과 대합창 순으로 진행되었다.
   주제영상는 충청지역 최초의 학생의거인 3·8민주의거의 배경과 의미를 주제로 학생들이 자유를 외치며 자신들을 막아섰던 장벽을 넘어가다가 경찰에 저지로 넘어지면서도, 결국은 권위주의를 넘어서는 일련의 과정을 담아냈다.
   헌시는 기념식 주제이기도 한 최원규 시인의 ‘푸른 들풀로 솟아나라’를 배우 박상원의 목소리로 낭독했다.
   대합창은 ‘우리들의 푸른 마음’이라는 곡을 성악가 길병민과 대전지역 학생 10명이 함께불렀고, 2·28민주운동의 대구 · 3·15의거의 창원 · 4·19혁명의 서울지역 학생 20명이 화면을 통해 비대면으로 같이 참여했다.
   끝으로, 대합창 공연자와 현장 참석자들이 함께 ‘3·8찬가’를 제창하며 3.8민주의거 61주년 기념행사를 마무리했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3.8민주의거 61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3.8민주의거를 주도한 7개 학교 학생 대표들과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는 모습


   정세균 국무총리는 3.8민주의거 61주년 기념 축사에서 “3·8민주의거가 뒤늦게나마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었다”며 “시대를 관통하는 가르침으로 기억돼야 하며 정부도 3·8정신을 계승하고 민주의거 기념관이 차질없이 건립되도록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허태정 대전시장은 “3·8민주의거는 4·19혁명은 물론 80년대 민주화운동의 정신적 자양분이 된 지역의 자랑스러운 역사”라며 “3·8민주의거 정신을 지역의 정신으로 계승·발전시킬 수 있도록 다양한 정책을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용재(77세) 3.8민주의거 기념사업회 회장은 “3.8민주의거 기념관이 차질 없이 건립되고, 3.8민주의거 정신을 충청권 시민 정신으로 승화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전교육청은 3ㆍ8민주의거의 역사적 교훈과 가치를 학생들에게 내면화하기 위해 단위학교별로 교과수업 및 계기교육을 실시하고, 우리 지역의 민주, 자유, 정의 등 민주주의 정신을 계승하기 위해 민주화 운동이 일어난 장소를 탐방하는 ‘대전민주시민탐방길’에 3·8민주의거 체험 프로그램을 구성해 적극 추진하고 있다.
  앞으로 3·8정신을 대전·세종·충남·충북의 정신문화운동으로 승화시켜 지역사회 및 국가 발전에 기여하기 위해서는 우선 먼저 최대의 역점 사업인 3·8의거기념관을 선화동에 건립하고, 3.8민주의거로 희생된 애국 시민들을 전수 조사하여 국가유공자로 예우해 주어야 한다. 그리고 3.8민주의거기념사업회를 중심으로 계간인『3·8민주의거』와『3·8민주의거 61년사』를 발간하는 한편, 3·8민주의거 61주년기념사진전을 개최하고 사진첩을 만들어야 한다. 또한 백일장, 시 낭송회, 심포지엄 등 각종 기념사업을 차질 없이 적극 추진해야 한다.
                                                                                       <참고문헌>
   1. 신상구, “충청권 민주화운동의 효시인 대전 3.8민주의거 제61주년을 기리며”, 굿모닝 충청, 2019.3.9일자.
   2. 김용언, “3.8민주의거 정신은 충청 자양분”, 대전일보, 2021.3.9일자. 16면.
   3. 이인희, “충청권 최초 학생운동 3.8민주의거 기념식 거행”, 충청투데이, 2021.3.9일자. 3면.
   4. 신상구, “대전 3.8민주의거”, 서울일보, 2021.3.10일자. 19면.
                                                                                       <필자 약력>
  .1950년 충북 괴산군 청천면 삼락리 63번지 담안 출생
  .아호 대산(大山) 또는 청천(靑川), 본관 영산신씨(靈山辛氏) 덕재공파(德齋公派)
  .백봉초, 청천중, 청주고, 청주대학 상학부 경제학과를 거쳐 충남대학교 교육대학원 사회교육과에서「한국 인플레이션 연구(1980)」로 사회교육학 석사학위를 취득하고,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대학교(UBE) 국학과에서「태안지역 무속문화 연구(2011)」로 국학박사학위 취득
  .한국상업은행에 잠시 근무하다가 교직으로 전직하여 충남의 중등교육계에서 35년 4개월 동안 수많은 제자 양성
  .주요 저서 :『대천시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1994),『아우내 단오축제』(1998), 『한국 노벨문학상 수상조건 심층탐구』(2019),『흔들리는 영상』(공저시집, 1993), 『저 달 속에 슬픔이 있을 줄야』(공저시집, 1997) 등 5권.
  .주요 논문 :「항일독립투사 이백하 선생의 생애와 업적」,「한국 여성교육의 기수 임숙재 여사의 생애와 업적」,「민속학자 남강 김태곤 선생의 생애와 업적」,「태안지역 무속문화의 현장조사 연구」,「조선 영정조시대의 실학자 홍양호 선생의 생애와 업적」,「대전시 상여제조업의 현황과 과제」,「중봉 조헌 선생의 생애와 업적」,「고려 태조 왕건의 포용정책과 천안」,「최근 타계한 충청지역 원로 향토사학자들의 생애와 업적 고찰」,「한국 연극사 연구 선구자인 노정 김재철의 생애와 업적 고찰」,「2020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미국의 여류시인 루이즈 글릭의 생애와 문학세계」,「눈물과 정한의 시인 박용래의 생애와 문학세계 등 113편
  .주요 발굴 실적 : 민촌 이기영의 천안 중앙시장 3·3항일독립만세운동 기록(2006)
                        포암 이백하 선생이 기초한 아우내장터 독립선언서(2007)
  .수상 실적 : 천안교육장상, 충남교육감상 2회, 통일문학상(충남도지사상), 국사편찬위원장상, 한국학중앙연구원장상, 자연보호협의회장상 2회, 교육부장관상, 문화체육관광부장관상, <문학 21> 시부문 신인작품상, <문학사랑>·<한비문학> 문학평론부문 신인작품상, 국무총리상, 홍조근정훈장 등 다수
  .한국지역개발학회 회원, 천안향토문화연구회 회원, 대전 <시도(詩圖)> 동인, 천안교육사 집필위원, 태안군지 집필위원, 천안개국기념관 유치위원회 홍보위원, 대전문화역사진흥회 이사 겸 충청문화역사연구소장, 보문산세계평화탑유지보수추진위원회 홍보위원, 동양일보 동양포럼 연구위원, (사)대한사랑 자문위원, 평화대사, 통합논술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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