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친일파 연구를 꺼려하는 3가지 이유
임종국(林鍾國, 1929.10.26-1989.11.12) 선생이 생전에 펴낸 친일파 관련 수많은 저서 중에서 최고봉은『일제침략과 친일파』(청사, 1982)이다.
그는 일제침략을 고종 13년인 1876년 병자수호조약(丙子修好條約)부터 처서 ‘36년간’이 ‘70년’으로 보고 침략의 골자로 사상 침략, 자원 침략, 대륙 침략, 종교 침략, 문화 침략, 경제 침략, 교육 침략 기타 등의 8개 분야로 구분했다.
그런데 이 책은 일제 침략의 8개 분야 중에서 앞의 3개 분야의 일제 침략만 다루고 있다. 실제로 제1편에서는 사상 침략과 친일파, 제2편에서는 자원 침략과 친일파, 제3편에서는 대륙 침략과 친일파를 다뤘다.
말년에 그는 이 8개 분야를『친일파총서』로 엮어낼 계획이었지만 아쉽게도 1989년 그의 타계로 세상의 빛을 보지 못했다.
그는『일제침략과 친일파』의 책 머리에서 그간 친일파 연구가 우리 사회에서 공백으로 남아온 데 대한 그의 견해를 다음 세 가지로 요약해 설명했다.
첫째로 오욕의 역사여서 건드리고 싶지 않다는 ‘은폐론’
둘째로 당사자나 유족의 체면을 위해 덮어 두었으면 하는 ‘인정론’
셋째로 친일을 막연하게 스캔들 정도로 생각하면서 비방거리로 삼으려는 대중적 경향 등을 꼽았다.
어찌 보면 일반론적인 얘기 같기도 하지만 사실은 정곡을 찌른 분석으로 판단된다. 과거, 적어도 1990년대 중반 이전까지만 해도 우리 사회 대부분이 이런 입장이었던 게 사실이다. 역사 연구가 기본인 역사학계는 물론 관련을 맺고 있는 정치학·사회학계도 마찬가지였다. 심지어 언론계조차도 입을 다물었던 상황이었다. 모두 하나같이 죽으라고 독립운동사만 파고들었을 뿐이다.
당초 그는 음악과 문학을 좋아했으나 음악과 문학으로는 세상을 바꿀 수 없다고 생각해서 역사연구, 즉 친일배족사 연구에 일생을 바쳤다.
그가 친일 문제에 빠져들고 친일 문학 관련 자료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다른 분야 자료가 자꾸 나오자 친일 문제 전반 8개 분야, 나아가서 정신대, 생활사 분야까지도 연구 대상을 확대해 나가 전체 10개 분야로 넓혀나갔다. 그리하여 임종국 선생은 친일파 연구의 개척자, 선구자로 평가받고 있다.
<참고문헌>
1. 정운현,『임종국평전』, 시대의 창, 2006.11.24. pp.400-405.